요즘은 그 어느 때보다 창조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그러나 창의성에 대한 인식이 단순히 '역발상'이나 '확산적 사고' 정도에만 그치는 경향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창의적 사고는 궁극적으로 인간을 인간답게 살아가게 하는 데 그 목적을 두어야만 한다. 창의적 사고가 어느 한 방향으로만 치우쳐서는 안 되는 이유가 그 지점에 있는 것이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사회적 측면이 따라가지 못하면 반쪽에 불과하고 사회적 요구는 많으나 기술적 문제가 보장되지 못하면 제대로 된 효과를 볼 수 없다. 이 시대에 특별히 통섭이 논의되는 이유가 그 때문인 것이다.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창조적 행위는 새로운 삶으로 거듭나는 기쁨을 준다. 이러한 기쁨은 나눌 때 더 의미 있는 깊이를 지닌다. 창의적 마인드가 통섭에서 잉태되었듯이 그 나눔 또한 통섭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으로 많은 것을 얻고도 잃고 있는 시대이기에 나만의 영역에서 나만의 것이라 고집할 것이 아니라 다른 영역으로의 확대, 교류를 통해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창의적 사고의 시작이요, 궁극적인 목표였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잘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기에 머리에서 손으로 가는 길이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알고 있는 사실을 제대로 실천하기만 한다면 우리의 난제들이 해결되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지난주에 막을 내린 요산문학축전 하나만을 보더라도 그 실천의 어려움을 잘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부산에서는 가장 의미 깊은 문화 행사라 할 요산문학축전의 경우 17년 전에 책정된 예산 3000만 원이 2014년인 올해에도 3000만 원 그대로여서 듣는 이 모두를 놀라게 했다. 17년 동안 단순한 물가 상승분만 생각하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숫자이다. 누구의 어떤 생각이 '사람답게 살라'고 가르친 요산 김정한 선생의 문학축전 예산을 3000만 원에서 일원도 올리지 못하게 했는지 언뜻 이해가 안 되는 일이다.

아버지의 고향이기에 내 유년의 추억이 깃들어 있는 남해군의 예를 들어보자면 이미 2010년에 138억 원을 들여 남해유배문학관을 개관하여 7명의 상주 직원을 두고 해마다 2억5000만 원을 쓰고 있다. 이것은 예산의 낭비가 아니라 가장 효율적인 투자였다. 남해군의 관광수입은 지역의 유적지와 생산물의 판매와 함께 이렇게 구축한 문화적 인프라로 인해 가시적인 시너지 효과를 얻어 해마다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십 수년 전 한국소설가협회 행사로 남해문학기행을 갔을 때 휴일이었음에도 남해군수는 소설가들의 행사에 동참했고 젊은 군수는 남해의 문화를 알리는 데 발 벗고 나서는 특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의 남다른 모습은 그날 그를 본 전국에서 온 소설가들의 뇌리에 오래도록 각인되었을 것이다. 문학과 예술에 대한 그의 남다른 인식과 실천력이 오늘의 결과를 만드는 데 기여를 했음은 물론이다.

부산시의 한 해 예산은 이미 9조 원대로 진입해 있다. 문화의 의미를 생각해본다면 요산문학축전 예산에서 드러나는 부산의 창조경영은 지나온 부산시의 문화행정이 참으로 허술했음을 잘 보여주는 지점이라 할 수 있다. 만나는 사람마다 부산의 경제를 걱정하지만 수없이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부산의 문화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 문화경영을 얼마나 고민해왔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부산 시민이 보다 인간답게 살기 위한 문학의 역할, 예술의 역할에 대해 행정관료들의 인식이 폭 넓게 확장되고, 실천되었다면 이런 어이없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일본의 작가 다사이 오사무의 고향 마을은 그를 비롯한 지역문인들에 대한 문학관과 그들을 기리는 문화적 인프라를 구축하여 마을 사람 모두의 생계를 해결하고 있다. 예술과 재화가 결코 먼 거리에 놓여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보이고 있는 것이다. 부산시의 문화행정이 오직 권력을 가진 소수에 의해 독단적으로 처리되고 있다는 것은 부산문화재단 문제와 함께 요산문학축전 예산이 17년 동안 3000만 원이었다는 사실에서 그 민낯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기막힌 결과를 방치해오고도 어느 누구 하나 반성하거나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는 각오를 보이는 계획조차 없다.

스위스의 불꽃은 참으로 볼품이 없다. 하지만 불꽃 아래 마을의 아름다운 정경과 삶의 질이 최고라는 스위스라는 브랜드가 관광객의 마음을 가득 메워주고 있기에 죽기 전에 가보고 싶은 나라 1위에 뽑혀 있는 것이다. 9조 원의 예산으로 단 한 발에 수천만 원의 돈이 드는 불꽃 축제는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하여 광고하고 시행하면서 문학의 존재 이유에 대해 고민하고 요산의 정신을 기리는 일에는 무지와 외면으로 일관하고 있는 부산시의 편협된 문화 행정을 보고 있으면 문학인의 한 사람으로서 그저 긴 한숨만 나온다.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