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도시재창조 사업안을 내놓았다. 내년부터 오는 2018년까지 노후 주택 밀집지역을 대상으로 20개의 마을관리사무소와 8개의 복합커뮤니티센터를 만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마을관리사무소의 업무는 공동체 내 주택에 누수 누전 동파 등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를 긴급 보수하는 것이다. 복합커뮤니티센터는 공동체의 복지 보건 문화 등 종합생활서비스를 지원한다. 마을관리사무소 사업은 79억 원, 복합커뮤니티센터 사업은 316억 원이 각각 투입된다. 막대한 예산을 들이고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을관리사무소 사업의 가장 큰 허점은 공동체 복원이라고 하는 도시 재생의 근본 과제를 주택수리로 단순화시켰다는 점이다. 누수 누전과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마을사무소마다 공무원을 1명 파견하고 게다가 만물수리공, 공동체 전문가, 일반사무 담당 등 고정인력 3명까지 외부에서 별도로 채용하는 것은 과잉투자가 아닐 수 없다. 복합커뮤니티센터 사업 또한 성격상 주민자치센터의 업무나 사회복지관에서 실시하는 각종 교양문화프로그램과 중복이 불가피하다.

도시재생의 모델로 꼽히는 영국의 커뮤니티 뉴딜 정책은 목표를 실업, 범죄, 학력, 질병, 주택·환경 등 다섯 가지로 설정했다. 마을관리사무소 사업은 주택·환경 문제 중에서도 가장 지엽적인 것으로 도시 재창조의 본질과 거리가 있다. 복합커뮤니티센터와 마을관리사무소는 서병수 시장의 10대 공약 중 '도시재생을 통한 부산 재창조'에 포함됐던 내용이다. 공약 단계에서 이들 사업의 구상이 어떠했는지 모르지만 이번 발표만 놓고 본다면 실망스럽다.

도시재창조 사업안이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는 전문가나 마을 주민들에 대한 의견 수렴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아울러 부산시가 도시재창조 사업을 보다 큰 그림에서 접근하지 못한 탓도 있다고 여겨진다. 커뮤니티 뉴딜이 영국 전역에서 지역 주민들의 열렬한 호응 아래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은 지역 주민들이 커뮤니티 뉴딜 조합의 집행부에 대거 참여해 지역실정에 맞는 사업들을 책임감 있게 추진했기 때문이다. 마을공동체 지원 사업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