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발생한 슈퍼연예인의 탈세는 회계사와 소속 사무장이 불법적으로 저지른 대사건임에 틀림없다. 지금이라도 그 본질에 충실해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법적, 제도적 사후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과거에는 세무사·회계사·변호사는 세무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법이 보장하고 있었지만 최근 세무사법의 개정으로 회계사는 세무사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대신 각 관련 자격사법에 따라 회계법인 또는 세무회계사무소 명칭으로 세무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무사는 감독관청의 철저한 통제와 지도, 의무교육까지 받고 있지만, 회계사·변호사는 같은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감독기관의 통제를 느슨하게 받는 편이다. 무엇보다 세무사와 회계사, 변호사는 그 업무영역이 엄연히 구분돼 있다. 회계사의 주 업무는 기업의 회계감사이고, 변호사는 법률사무이고, 세무사는 세무업무로 그 자격에 따른 업무가 부여된다. 하지만 회계사는 회계사법에 따라 세무사 등록을 하지 않더라도 세무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변호사 또한 마찬가지다.

최근 일부 언론과 입법기관까지도 조세사건이 터지면 타 자격사(회계사, 변호사)가 저지른 일까지 세무사라는 명칭으로 보도되고 있어 유감스럽다. 물론 사무실 명칭이 세무회계사무소로 통일되면서 오해가 생길 수 있지만, 그 업무의 영역과 명칭에 대해서 언론도 보도에 신중을 기해야할 것이다.

최근 발생한 연예인의 탈세사건을 보더라도 결국 회계사와 그 소속 사무장이 증빙도 없이 수십억 원을 필요경비로 계상하여 신고한 고의적 탈세행위임에도 그걸 두고 법률전문가조차도 탈세가 아니라 탈루라고 주장하며 국민은 혼란스럽게 한다. 과연 이들이 조세업무를 어떻게 수행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번 일은 수입지출 관리자와 세무대리인이 적법하게 성실신고해야 하는 것을 이들이 충성심(?)으로 탈세행각을 자행한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그 최종 책임은 연예인 본인에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아니될 것이다.

탈세나 탈루나 세금을 불법적으로 적게 내는 건 마찬가지인데 이처럼 말로 사태를 해결하려 한다면 사회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에도 반하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은 조세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사람이 아닌 명의대여 불법 세무대리인에게 중요한 조세업무를 요청한 의뢰인들의 책임도 크다.

따라서 이 기회에 세무사, 회계사, 변호사가 각자의 본질에 따라 '1자격 1업무'를 수행하도록 법제화하고 불법 명의대여 척결을 위한 강력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과세 당국의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명의대여 및 불법 세무대리를 척결하고 올바른 납세풍토를 조성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세무자료를 전산 프로그램에 의해 사전에 검정 작업만 충실히 한다면 구태여 세무조사 과정을 거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가공경비 계상을 파악하여 고의적인 탈세행위를 차단할 수 있다. 물론 그동안 명의대여 척결을 위한 대안이 여러 차례 나왔고, 국세청이 납세자 조사 때 자격 있는 세무사·회계사·변호사가 반드시 입회하도록 장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조사과정에서 불법 세무대리를 알아도 사후조치가 미흡하기 때문에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언론의 보도에 대해 탈세신고를 담당했던 담당 회계사는 해명조차 없다. 잘못했다고 사실을 밝혀줘야 논란이 사라질 것인데 그냥 넘어간다. 따라서 국민은 혼란스럽고 또한 알 권리가 송두리째 난도질 당하고 있다. 수십억 원의 가공경비를 넣어 신고해도 두렵지 않는 도덕불감증에 걸린 회계사가 저지른 탈세행위에 대해 가장 앞선 행정을 주도하고 있는 국세청이 감사원 적발 때까지 방치했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느낀다.

무엇보다 이번 탈세사건의 주체와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정부로부터 감시감독을 철저히 받고 있는 세무대리인(회계사, 변호사)이 아니라 세무사에 대한 감독과 징계 강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과세당국은 세무대리인의 명의대여로 인해 더는 사회적 물의가 일어나지 않도록 불법 세무대리를 척결하도록 해야 하고 그 대안을 제시해 제도적 장치 마련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따라서 '1자격 1업무 수행'이 법제화된다면 이런 혼란은 없어질 것이고, 이런 법률적 제도장치하에서 공평한 납세풍토가 조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무사·전 부산지방세무사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