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대표적 서민 밀집 지역인 금정구 서동시장 일원이 마을공동체와 시장, 문화 예술이 어우러지는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변모한다. 기존의 서동시장, 서동향토시장, 서동전통골목시장을 '서동미로(美路)시장'으로 묶어 본격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미로는 사람과 길이 서로 이어져 문화와 예술이 중심이 되는 시장을 지향하는 의미라고 한다. 여기에 부산시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3년간 14억 원을 지원한다. 지난 19일 열린 발대식은 서동 변화의 신호탄으로 다가온다.

서동은 6·25전쟁 이후 영주·수정·충무동에 살던 주민들이 1968년 영주터널 건설을 계기로 옮겨오면서 형성된 이주촌이다. 서동고개 아래로 빼곡하게 들어선 건물과 미로처럼 얽힌 골목은 정책 이주촌의 모습 그대로다. 1980년대 전후 인근 금사공단이 활황일 때 전성기를 누렸지만, 공단이 쇠락하면서 지역경제도 침체를 면치 못했다. 지난 2009년 서동·금사지구가 뉴타운 사업지로 지정되면서 이곳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2012년 4월 서동예술창작공간이 들어서고, 유니세프 마을로 지정되면서 서동의 조용한 변화는 문화계의 화두로 부상했다. 지난 4월 한 기업의 지원으로 금사공단에 들어선 '예술지구p'는 복합문화공간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로 인해 이주촌과 공단지대라는 서동 일원의 우중충한 이미지가 개선되고 있다.

'서동미로시장 프로젝트'는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상에 있다. 단순히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전통시장을 활성화시키는 차원을 넘어 도시재생의 새로운 길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람과 길을 잇는 데 향토자산과 문화 예술을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서동시장에 가면 1인분에 '무조건 천원'하는 순대, 파전, 떡볶이를 사먹을 수 있다고 한다. 이른바 '천원의 행복'인데, 이는 서동의 서민성이자 경쟁력이 될 수도 있다.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하여 서동 일원이 부활하고 지역경제도 함께 활성화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