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팅(betting)은 결과가 불확실한 일에 돈을 거는 행위다. 주로 도박, 경마, 주식매매, 외환거래를 할때 쓰이는 말이다. 베팅을 잘하면 일확천금을 벌지만, 잘못하면 쪽박도 찬다. 따르는 위험만큼 짜릿하고 또한 허무하다. 인생을 도박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베팅은 신중해야 한다.

조지 소로스 (George Soros)는 자타가 공인하는 베팅의 귀재다. 헤지 펀드의 왕, 금융 연금술사라 불리는 그의 베팅은 화려하고 감각적이다. 한 번 손을 뻗치면 몇 천억 몇 조원이 왔다갔다 한다. 그는 투자가들이 안전 자산을 찾을 때 위험 자산인 미국 주식시장에 투자해 지난해 6조 원을 벌었다. "정확한 예측 아닌 불확실에 베팅하라"는 그의 말은 음미할 만하다. 인간의 오류와 불확실성을 꿰뚫어볼 수 있어야 투자나 사업, 삶 자체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는 역설이다. 1992년, 소로스가 영국은행의 무릎을 꿇렸던 사건은 금융가의 전설로 회자된다. 헤지 펀드로 영국 파운드화에 투자해 10억 달러를 챙기자, 대영제국의 통화 체계가 단 하루 만에 무너져 내렸다. 한 국가를 뒤흔든 그랜드 베팅이었다.

일본의 최고 갑부로 등극한 한국계 기업인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의 베팅 감각도 특출하다. 손 회장은 14년 전 이름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던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에 205억 원을 투자해 최근 3000배에 달하는 경이적 투자수익률을 기록했다. 손 회장은 미국 3위 이동통신 업체인 스프린트넥스텔과 5위인 메트로PCS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두 기업을 모두 인수할 경우 소프트뱅크는 매출 기준 세계 3위에 오른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 18일 서울 삼성동의 한국전력 금싸라기 땅 7만9300㎡를 낙찰받은 것을 두고 온 나라의 이목이 집중됐다. 현대차는 입찰 경쟁 맞수였던 삼성전자를 물리치고 승리를 따냈는데, 이는 10조5500억 원이라는 통 큰 베팅 덕분이었다. 감정가보다 3배가 넘는 액수다. 천하의 삼성전자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이쯤되면 현대차 정몽구 회장의 베팅도 세기적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 배짱 좋고 통 크기로 유명했던 고 정주영 회장의 피를 이어받았음인가. 정주영 회장은 소 떼를 몰고 방북해 남북경협의 물꼬를 텄고, 서해안 간척사업 때 유조선을 끌어붙여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현대차의 한전부지 낙찰이 무리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통 큰 베팅을 지켜보는 서민들은 마음이 이래저래 착잡하다. 이참에 로또라도 한 장 사놓아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