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올해보다 1조3475억 원(-3.3%)이나 줄였다. 경기침체 등으로 국세가 적게 걷힐 것이 예상된다는 이유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전년보다 감소한 것은 2009년 이후 6년 만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정부가 시·도교육청에 지원하는 예산으로 시·도교육청 재정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정부가 각종 교육사업은 선심쓰듯 확대하면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이처럼 축소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은 376조 원 규모로 올해보다 20조 원, 5.7%나 증가했다. 이처럼 전체예산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리면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크게 줄인 것부터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그뿐만 아니다. 누리사업(0~5세 무상보육)과 초등돌봄교실 등 국가시책사업마저 내년부터는 교부금으로 하라고 지자체에 떠넘겼다. 지자체에는 이중의 부담이다. 지자체와 시·도교육청의 가뜩이나 열악한 재정 사정을 고려하면 이 같은 정부의 조치는 공교육의 포기에 다름없다.

이런 식이라면 부산을 비롯한 시·도교육청이 내년에 신규사업은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은 물론 기존사업도 축소가 불가피하다. 김석준 부산시 교육감이 내년부터 시행하려던 중학교 1학년 대상의 무상급식 확대 추진 등이 그렇다. 각 시·도 교육감들이 그저께 인천에서 모임을 갖고 "내년 누리과정 예산 2조1429억 원을 정부가 책임지지 않으면 교육청도 어린이집에 대한 보육료 예산 편성을 거부할 수 있다"며 반발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정부의 방침은 간단하다. 시·도교육청이 빚을 내서 해결하라는 것이다. 지방채 1조8000억 원어치를 발행하면 기재부의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사 주겠다며 생색을 내지만 지자체 빚만 늘어난다. 그보다는 현재 국세의 20.27%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교부 비율을 상향조정하거나, 누리사업을 계속 국비사업으로 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 나아가 국가예산 편성의 큰 틀도 조정해야 한다. 적어도 경제를 살리자고 대통령 공약사항인 고교무상교육을 백지화하거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깎는 졸속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