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놓은 '9·1부동산 대책'이 수도권 일변도여서 말들이 많다. 경기 활성화를 한답시고 정부가 빼든 회심의 카드란 게 수도권에 혜택이 집중되고 상대적으로 지방을 홀대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서울 강남과 목동의 재건축 물량이 정부대책 발표를 전후해 2000만 원 가량 뛰었다고 한다. 반면 지방의 재건축 시장은 딱히 새로운 활로가 열릴 것 같지 않다.

9·1부동산 대책의 핵심은 재건축 가능 시기를 현행 40년에서 30년으로 낮추고, 임대주택 의무건설 비율을 줄이는 등 재건축 사업 추진이 쉽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데 있다. 이 같은 조건에 대체로 부합하는 곳이 수도권, 특히 서울 강남권이다 보니 부자동네 강남을 위한 부동산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부산지역 주택 경기는 사실상 재건축 시장이 키를 쥐고 있는데, 이번 대책에도 반응은 미지근하다고 한다. 부산에는 지난 5월말 기준 90개의 재건축 구역이 지정돼 있으나, 53개 구역은 전혀 진척이 되지 않고 있다. 사업 진척이 안 되는 것은 일부 조합 내부의 문제도 있겠으나 대부분은 수익성 때문이다. 대기업 건설사가 독점하다시피 하는 재건축 시장이 수도권 중심으로 흐르게 되면, 사업성이 떨어지는 지방 시장은 상대적 피해를 입게 된다. 수도권의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되면 될수록 비수도권이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지방을 홀대해온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28번이나 부동산 규제완화 대책을 시행했고, 박근혜 정부는 2년도 안 돼 7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그런데도 부동산 시장은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책이 나올 때마다 왜 지방 홀대론이 불거지는지 정부는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정부의 정책이란 게 일부 지역에 혜택을 베푸는 식이어서는 안 된다. 또한 규제완화란 명목으로 꼭 필요한 걸 풀게 되면 그 후유증이 더 커질 수 있다. 부동산 정책의 혜택이 골고루 퍼지게 하고 부동산 투기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후속조치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