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 노무공급권이라는 독점적 권력을 악용한 비리가 끊이지 않는 부산항운노조 일각에서 급기야 대낮 테러에다 조합원이 자살하는 사건까지 빚어졌다. 그제 괴한이 제1항업지부에 침입해 사무장을 야구방망이로 마구 폭행해 중상을 입혔고, 전날엔 금품비리 의혹을 받던 같은 지부 임시반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이런 해괴한 일들이 어떻게 벌어졌는지 경찰은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두 사건은 서로 얽혀 있을 개연성이 높다는 인상을 준다. 항운노조는 자살한 임시반장이 승진을 위해 제1항업지부장 측근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이유로 지부장에 대해 유례없는 권한중지 조치를 최근 내렸다. 그 뒤 임시반장이 집에서 자살했고, 연이어 폭행사건이 일어났다. 고질병인 '승진 장사' 과정에서 뭔가 어긋나 이런 사단이 생겼다는 의문이 강하게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항운노조위원장과 지부장 간 힘겨루기 때문에 야기됐다는 말까지 나오니 진상을 낱낱이 파헤칠 필요가 있다.

검경의 계속되는 수사에도 취업 비리와 하급 노무자 갈취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건 큰 문제다. 올해만 해도 임시직을 정식 조합원으로 등록시켜 주는 등의 대가로 금품을 받은 노조간부 9명과 브로커 2명이 적발됐다. 작년에 유사 비리를 저지른 노조간부 5명의 수수 금품액은 무려 5억 원에 달한다. 노조 입김은 일용직에도 작용해 7000만 원을 뜯어낸 깡패 같은 조합 간부도 있었다. 최근 굵직한 사건만 이러니 비리가 얼마나 더 있을지 짐작하기 어렵다.

비리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법의 심판을 받아도 그보다 더 큰 이익을 얻기 때문일 것이다. 한 노조간부 집에서 발견된 고급시계 7점의 가격이 무려 1억1000만 원에 달한 건 상징적이다. 일감이 있을 때마다 한시적으로 현장에 고용되는 임시직과 정식 조합원 간의 엄청난 대우차도 비리를 부추기는 이유로 보인다. 항운노조사이에서 테러와 자살 사건까지 일어난 건 부산항 이미지에도 먹칠하는 것이다. 비리가 불거질 때마다 솎아내기식 수사로는 이제 한계가 있다. 검경은 이참에 추악한 부패구조를 모두 파헤쳐 일소한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