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약칭 지발위)가 내놓은 국가사무의 지방 이양 방안은 일단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2000여 건의 사무를 5년 안에 지방에 넘겨준다는 계획이 실현된다면 선진국 수준의 지방자치제에 한 걸음 더 다가서는 셈이다. 그러나 지발위의 방안대로 순조로운 사무 이양이 과연 이뤄질 것인가가 관건이다. 역대 정권에서도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기에 하는 말이다.
4만6000여 개의 전체 사무를 분석해 2122건을 지방으로 넘기고 기왕에 지방이 맡았던 147건은 다시 중앙정부로 환원하겠다는 게 지발위의 시안이다. 이렇게 되면 지방사무의 비중이 40%를 넘는다는 것이다. 지발위는 1차적으로 20개 부처의 124개 법률과 연계된 784개 사무부터 이양하겠다고 한다. 김대중 정부 때 612건, 이명박 정부의 516건은 물론 지방분권을 국가적 어젠다로 삼았던 노무현 정부의 902건에 비해서도 폭이 상당히 넓다. 문제는 과연 박근혜 정부가 얼마나 의지와 뚝심을 가지고 구체적인 로드맵에 따라 실행하느냐 여부다.
이와 함께 심대평 위원장이 지방자치와 교육자치의 통합, 특별·광역시의 자치구 폐지, 기초자치단체 단위의 자치경찰제의 도입을 관련 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으니 결과를 기다려 볼 일이다. 자치입법권의 확대, 자주재정권의 강화, 국가·자치경찰의 이원체제 확립 등을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박근혜 대통령은 지발위의 시안을 전면 수용하는 게 옳다. 특히 자치경찰제는 지방자치를 완성하는 뼈대인 만큼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 국가사무를 지방에 넘기려면 예산과 인력을 충분히 배정해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겠다며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가 무산된 터라 지발위의 장밋빛 구상에 선뜻 신뢰를 주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러니 대통령이 나서서 각 중앙부처의 사무를 지방에 이양하도록 독려해야 하겠다. 관련 법의 제·개정에 차질이 없도록 국회와도 긴밀히 협의해야 할 것이다. 예산과 인력의 배정을 위한 구체적인 재원 염출 방안도 내놓을 일이다. 그래야 국민들이 대통령과 정부의 의지를 믿지 않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