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에 대한 두 가지 단상. 기성세대에게는 여자 차장, 회수권, 토큰, 버스 내에서의 흡연 등등. 도시철도는 없었고, 택시는 비쌌고, 이동수단이라곤 두 발 아니면 시내버스뿐이던 시절이다. 신세대에게는 와이파이, 에어컨, 휴대전화, 환승, 버스 도착 시간을 알려주는 LED 안내판…. 청춘남녀라면 1200원씩 내고 시내버스 데이트를 즐길 수도 있다. 시내버스의 대단한 변화다.

부산의 시내버스 노선은 모두 167개. 가장 긴 노선은 1009번 급행으로 금곡~가덕도 왕복 96㎞를 오가는데 220분이 걸린다. 반면 부산역에서 맞은편 산복도로를 거쳐 부산역으로 돌아오는 333번은 왕복 5.5㎞에 불과하다. 산복도로 주민의 교통편의를 위한 부산다운 미니노선. 이달 말부터는 초량 이바구길 관광자원화 차원에서 토·일요일은 노선을 일부 연장한다고.

부산 시내버스 가운데 가장 북적이는 노선이 68번이다. 매일 평균 2만6418명이 타고 내린다. 하루동안 실어나른 승객이 사직야구장을 거의 채운다. 가는 길목에 대학이 부경대 용당캠퍼스, 동명대, 부산외대 우암동캠퍼스, 경남정보대, 동아대 하단캠퍼스 등 5곳에다 자유시장, 중앙시장, 가야시장과 서면 롯데호텔백화점까지 발길을 붙잡는 곳이 많다. 다음으로 붐비는 노선은 33번(초읍~만덕)과 31번(해운대~모라주공). 둘 다 운행거리와 운행시간이 45㎞ 145분, 56㎞ 183분으로 만만찮다.

68번 노선은 국토교통부가 어제 발표한 '2013년도 대중교통 현황조사'에서 최다이용 시내버스 노선 전국 5위에 올랐다. 나머지 9곳은 모두 수도권. 특히 2위인 서울 143번 버스는 영화 '건축학개론'에도 나왔다. 대학 신입생인 남녀 주인공이 "사는 곳에서 가장 멀리 가보라"는 교수의 수업 과제를 실행에 옮겼던 버스.

시내버스는 슬로우시티의 상징이다. 전용차로가 있다지만 시내버스가 승용차보다 빠를 순 없다. 원하지 않는 곳도 들러야 한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의하면 부산권에서 20㎞를 이동할 때 승용차는 평균 46분, 버스는 80분이 걸린다. 34분만큼 늦다.

느린 대신 얻는 것도 있다. 창밖으로 보는 부산의 풍경이다. 동네마다, 계절마다 달라진다. 도시철도에서는 좀처럼 맛보기 어려운 재미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가족동반으로 시내버스를 이용해 부산 곳곳의 숨은 명소를 찾는 것은 어떨까. 슬로우시티 부산을 살아가는 슬로우라이프의 한 매력일성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