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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세월호 참사 반성, 사명감 회복부터 /조성제

사명감 없는 직업관이, 습관화된 책임 회피가 세월호 참사를 불렀다

직업윤리의 회복이 사회 치유의 첫 단추다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4-06-03 19:50:26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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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건이 발생한 지도 이제 한 달 보름이 훌쩍 넘었다. 이번 사건이 온 국민의 마음에 깊은 상흔을 남긴 것은 어린 학생들의 희생이 너무나도 컸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도대체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기에 이런 참혹한 현실을 경험해야 하는지 이제는 혹독한 자기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통령과 정부는 국가개조를 피력하며, 정부조직 개편과 개각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이런 일련의 조치들이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이번 사건의 직접적 원인 그 이면에는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탐욕이 자리잡고 있다. 개인과 조직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원칙보다는 관행을 앞세우는 우리의 현실이 수면 아래 감춰진 더 큰 암초일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고도성장의 과실만을 생각하며 스스로 자축해 왔지만 그 과정에서 묻혀버린 수많은 사회적 가치는 애써 외면해 온 것이 사실이다. 무엇인가를 우리가 지금 바로잡아야 한다면 경제성장의 그늘에 묻혀 간과하고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을 되새기는 데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중 우리가 가장 먼저 회복해야 할 덕목은 도덕성과 윤리성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사명감 없는 직업관의 일면을 그대로 노출했다. 사명감의 사전적 의미는 '주어진 임무를 잘 수행하려는 마음가짐'이다. 사명감에서의 명(命)은 '목숨 명'을 사용한다. 그만큼 소중한 가치라는 뜻이다. 'sense of duty'로 표현되는 영문에서도 'duty' 라는 직업윤리가 사명감에는 포함되어 있다. 맡은 일에 대한 투철한 윤리의식이 바로 사명감인 것이다. 만일, 선장을 비롯한 세월호 선원들에게 자신의 직업에 대한 이런 사명감이 있었다면 참사는 분명히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세월호 사건에서 한 가지 더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바로 공직사회에 만연한 책임감에 대한 지나친 의식이다. 책임감(責任感)은 반드시 필요한 자세이지만 문제는 사명감 없는 책임감에 있다. 이것은 마치 영혼이 없는 빈껍데기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책임감의 책(責)은 '해야 할 임무'란 의미 외에 '꾸짖다', '규명하다' 라는 뜻으로도 통한다. 결국, 책임감은 잘못의 소재를 가려낸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세월호 사건에서 해양경찰을 포함한 관련 부처의 어처구니없는 초기 대응도 일선에서부터 책임을 회피하려는 그릇된 관행이 원인이다. 사명감은 없고 책임에 대한 두려움이 오늘의 세월호 사건을 일으킨 또 다른 주범이다.
과연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나. 가장 큰 책임은 성장만을 중시해 온 우리 사회의 단면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등 모든 부문에서 성과주의가 만연해 있다. 초등학교부터 길들여진 성적 서열주의 속에서 학생들은 계량화되고 성적에 따라 진로가 결정되고 그에 맞춘 직업을 선택한다. 젊음이 마땅히 품어야 하는 꿈과 도전의 희망은 퇴색되고 사회적 지위와 물질을 좇는 직업관이 당연시되고 있다. 공직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공직에 대한 사명감이 아닌 직업이 주는 사회적 안정과 지위가 우선이다. 이런 풍토 속에서 직업에 대한 사명감은 점점 더 찾아보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오늘 우리의 자화상이다. 물론 자본의 힘이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현실 아래서 물질추구는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구성원 모두가 공감하는 사회적 가치와 윤리적 기준은 반드시 있어야 하고 이것이 철저히 지켜지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세월호 침몰사건 이후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 있다. 무기력과 분노가 겹쳐 활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그동안 정부를 비롯해 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었지만 자녀 등 가족을 잃은 유족들에게는 위로가 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과 정부가 사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국가개조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것이 유족과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이번 세월호 사건이 어느 한 사람, 어느 한 부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사회적 모순의 결과임을 우리 스스로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지금은 우리 모두의 노력과 희생이 필요하다. 애써 잊어버리고 무시해 왔던 가치를 다시 찾고 원칙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것이야말로 사고로 소중한 자식과 가족을 잃은 유족들에 대한 진정한 참회와 성찰의 시작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각자의 위치와 일, 직업에 대한 사명감을 찾고 직업윤리를 회복하는 데 있다고 본다. 사명감에 기초하지 않은 책임감은 단지 회피의 대상일 뿐이며 그 결과가 얼마나 무서운지는 세월호 참사가 잘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찾고 그 속에서 스스로에게 사명감을 부여하는 것이 우리 사회를 바꾸는 첫 단추가 되어야 한다.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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