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경쟁, 삶 그리고 독서 /김경조

잠 설치게 하는 경쟁, 아름다운 봄마저도 살벌하게 보이게 해

전략·평안 얻기위해 세계적 CEO들 독서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입력 : 2014-04-22 19:24:50
| 본지 27면

밤새 잠을 설쳤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다. 그렇지만 나에게 불리한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벌어졌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현실이다. 답답하기 그지없다.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국제경제와 국내경제의 어려움 때문에 겪게 되는 문제는 사실 어느 기업이나 있으므로 특별히 신경을 곤두세울 일은 아니다. 물론 보이지는 않지만 동종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므로 이제까지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만 한정된 일이라면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구체적인, 그러면서 시급히 해결하지 않으면 나에게 중대한 손실을 끼칠 수 있으며, 보이는 경쟁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피가 튀는 백병전(白兵戰)을 벌여야 한다.

손자(孫子)의 말씀처럼 나를 알고 상대를 알면 두려울 게 없다. 쉽게 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知彼知己百戰不殆). 물론 상대는 모르지만 내가 생산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므로 나 자신도 모를 때보다 반드시 패하지는 않을 것이다(不知彼不知己每戰必敗). 그러나 상대를 모르니 그야말로 승패는 반반이다(不知彼而知己一勝一負). 무슨 일인지 모르니 대비를 할 수도 없다. 부딪치면서 해결해내는 수밖에.

이른 아침부터 수선을 떨며 기차에 몸을 실었다. 차창 밖은 내가 모르는 사이 벌써 화사한 봄을 맞이하고 있다. 산속 곳곳에 피어있는 꽃이 내뿜는 향기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연두색의 부드럽고 고운 빛을 띠면서 피어오르는 잎새는 내 마음을 부드럽게 감싸줄 것 같다. 그러나 여유로움을 느낄 수 없다. 마음이 전쟁터이니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마저 살벌하게 느껴진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었다. 분명 터무니없는 음해다. 그렇지만 상대도 만만치 않다. 입이 타들어간다.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많은 손실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어부지리라더니 딱 그 짝이다. 나를 걸고넘어진 기업은 자신의 뜻을 이룰 수 없었다. 그리고 나는 시장을 방어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두 기업이 싸우는 바람에 아무런 사전 계획도 없던 기업은 이제까지보다 싼값에 필요한 제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또 다른 기업은 내가 요청해서 만나기로 되었다. 오래 전부터 벼르던 만남이었다. 멀리서 왔으니 아쉬움이라도 달래보자는 마음으로 마련된 기회이다. 처음 만남은 참으로 어색하고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내야 할지 당황스럽다. 하루 이틀 하는 일도 아닌데…. 요사이에는 굳이 내 회사 제품을 설명할 필요가 없다. 아마도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새로 설립된 기업이 아닌 이상 내가 생산하는 제품과 유사한 제품을 이미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짧은 만남을 통해 여하히 최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나아가 신뢰를 구축하느냐가 관건이다.

실마리는 의외로 쉽게 풀렸다. 책 이야기가 나왔다. 그리고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독서는 동서고금의 위대한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리고 많은 가르침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처음 대하는 사람과 책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또 다른 의미를 준다. 공통의 주제를 놓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하는 중에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나아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고 마침내 구체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또 다른 전쟁이 벌어졌고 전쟁은 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렇지만 다른 어떤 사람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기업인에게 무소유의 삶이란 의미가 없다. 경쟁은 끊임없이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을 내 것으로 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베풂의 미덕을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경쟁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가진 것이 없으니 베풀 것도 없다. 슬픈 현실이다. 언제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을까. 독서는 그 길을 가르쳐 줄 수 있을까.

세계적 수준에서 경쟁해야 하는 오늘날 기업 환경에서 CEO의 차별화된 경쟁력의 원천은 방대한 독서량이라고 한다. 독서가 기업을 키우고 기업의 미래를 이끌어가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는 하버드대학교의 졸업장보다 독서가 좋다는 말로 독서경영의 위대함을 표현하고 있다. 자랑스러운 백년기업으로 우뚝 서 있는 두산그룹의 창업주 박승직도 독서경영의 귀감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세계적인 기업을 세우고 이끌고 있는 많은 CEO들은 독서광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그 분들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만 책을 가까이 하지 않았을 것이다. 책 속에서 평안을 얻었을지도 모른다.

눈앞에 닥친 위기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아침부터 부산을 떨었던 하루 일정을 되돌아보니 책읽기를 게을리했던 지난 시간들이 참으로 부끄러워진다.

경성산업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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