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는 정부의 재난관리시스템이 총체적 부실이라는 점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사고 발생 일주일이 지났지만 범정부사고대책본부 등 컨트롤타워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재난대응 매뉴얼 역시 가짓수만 3200여 개로 많을 뿐 제대로 작동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어저께는 정부가 밝힌 476명의 승선자 명단에 없는 외국인 시신까지 발견됐다. 도대체 사고 발생 일주일이 지나도록 승선 인원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일이 어떻게 가능한지 알 수 없다.

오락가락하는 승선자 수는 사고 직후부터 문제점으로 지적됐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승선자 명단에 없던 중국인 남성 리샹(46) 씨의 시신이 수습됨으로써 정부가 확정이라고 발표했던 '외국인 5명 포함 승선자 476명'조차 믿을 수 없게 됐다. 더구나 정부는 승객 탐문 등을 통해 리샹 씨 등 중국인 2명이 배에 탄 사실을 파악하고도 승선자 명단에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사고 수습 과정에서 국내외로부터 불신을 자초하는 실정이다.

이 같은 혼선은 컨트롤타워가 수시로 바뀐 것과 무관하지 않다. 컨트롤타워는 사고 직후 해경과 해수부가 맡았다가 안전행정부 주도의 중앙재난대책본부를 거쳐 총리가 중심이 된 범정부사고대책본부로 넘어갔다. 분초를 다투는 대형 재난 상황에서 컨트롤타워 바꾸기로 귀중한 시간만 허비한 셈이다. 안전 관련 업무라면 총리보다는 안전행정부가 콘트롤타워 역할을 맡는 것이 맞다. 그것이 안전을 최우선 한다며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꾼 취지와도 부합한다.

대통령은 그저께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재난대응 매뉴얼을 다시 만들라고 지시했다. 세월호 사고는 매뉴얼이 없어서 일어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매뉴얼이 너무 많아서 문제다. 그런데도 훈련은 매년 한 차례 소방방재청이 주관하는 '안전한국훈련'이 사실상 유일하다고 한다. 기존 매뉴얼을 점검해 대폭 간소화한 뒤 제대로 된 훈련을 실시함으로써 담당 직원에게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숙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나 지자체의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