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의 눈과 귀가 이처럼 언론에 집중된 적이 없을 것이다. 또한 이처럼 모든 국민이 한 목소리로 염원하고 실망하고 분노한 적도 없을 것이다. 이제는 무기력함에 화를 낼 힘도 없다. 세월호 사건을 바라보면서 언론의 역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본다. 정확한 보도와 분석도 중요하지만 바다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산의 대표언론사인 국제신문은 다각도로 해양과 관련 있는 기사를 발굴하고 문제를 환기시켜야 한다. 그리고 해양 분야에 특화된 부서와 기자를 양성해야 한다.

해양재난 구조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전문가가 나서야 한다. 그러나 온 국민이 도움이 되고자 할 때 언론이 현장에서 실제 필요한 물품, 필요한 손길 등 세부사항을 파악하고 구체적인 루트를 마련해 주는 것 역시 떨어지는 정보들을 줍기만 하는 게 아니라 선구자적, 확장적 언론의 역할이 아닌가하는 점에서 아쉽다.

천안함사건 때도 그랬다. 경주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참사 때도 그랬다. 결국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안전점검에 나서고 사후약방문을 남발한다. 그리고 일정 시간이 흐르면 그때 내뱉었던 정책, 방안, 시민의식들이 어떻게 되어가는지는 점점 관심밖이다. 이때가 신문이 '지대루' 할 때다.

세월호 대참사가 일어나서야 우리는 '통영함'에 관심을 가진다. 그 전부터 문제 의식을 가지고 사후방안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더 개선할 점은 없는지 언론이 감시자의 역할을 제대로 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정부와 국민이 제대로 정신차리도록, 관심의 끈을 놓지 않도록 연결자로 거듭나길 간절히 바란다.

세월호 대참사는 우리 국민에 두고두고 깊은 상처로 남을 것이다.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언론은 더 슬퍼해라 식의 지나친 감정이입을 부르는 기사로 메꿀 것이 아니라 냉정히 바라보고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접근하고 생각할 수 있는 기사와 편집 방향이 필요하다. 사실 계속해서 TV와 인터넷 기사로 실시간 업데이트 되는 상황에서 지면으로 우리가 읽고 싶은 것은 TV에서 끊임없이 재탕하고 있는 내용과 똑같은 것은 아닐 것이다.

4월 21일자 20년 전에 멈춘 '안전시계'기사는 그래서 두고 두고 우리가 곱씹고 되새겨야 하는 기사가 아닌가 한다. 확 타올랐다 시간이 지나면 슬그머니 사라지지 말고 해양재난구조를 전담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해양도시 부산의 국제신문이 나서주었으면 한다.

그런 면에서 '부산을 극지 연구 허브로'시리즈 기사는 해운항만을 무대로 하는 부산의 지역 언론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어 내심 기쁘다.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으니 남극이니 극지연구소니 한 번씩 듣더라도 뜬 구름 잡는 얘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심도있는 시리즈 기사로 인해 극지연구가 바로 나의 일, 내 고장, 내 나라의 일로 만들었다. 이 기사를 읽고 몇몇 청소년은 극지연구자로서 꿈을 가질 수도 있고, 극지연구를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땀과 노력에 대해서도 가치를 인정받고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꾸준한 보도도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사실 부산시민이라 하더라도 이런 기관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이는 드물며 부산으로 이전한다는 사실조차 아는 이도 많지 않다. 이런 가운데 여러 이익이 상충되면서 조직이 쪼개지고 '껍데기'만 부산으로 이전하려는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제 역할을 하도록 촉구하는 4월 15일 자 기사는 좋은 언론의 자세를 보여주었다.

의료면은 전문적인 내용이라 딱딱할 수밖에 없는데, 위식도역류질환이라든지 알코올성 간질환 등에 대해 다루면서 내용에 집중할 수 있는 참신한 일러스트가 돋보인다. 4월 8일자 의료면 기사에서  베트남 환자 유치 증대를 위한 부산의료관광 해외특별전을 소개하는 기사가 실렸다. 단순히 몇 팀이 참가했고 어떤 내용으로 진행되었는지에 그치지 않고 베트남 환자와 부산의 의료기관을 어떻게 이어주어야 하는가, 비자 문제와 홍보 마케팅의 향후 해결방안 등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함을 지적하였다. 의료 분야의 해외 진출은 장밋빛 미래를 약속해 줄 블루오션으로 막연히 생각하는데 이에 대해 냉철한 분석와 준비를 촉구하는 날카로움 지적을 계속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