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통일, 쪽박론과 대박론 /박무성

'드레스덴 구상'처럼 통일매진 바람직하나

상호 신뢰 부족하면 위험한 이벤트에 그쳐…차분한 논의 필요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2016년 4월, 졸지에 무장해제돼 실직자로 전락한 120만 명의 인민군은 폭력조직에 가담하거나 주민등록조차 누락된 '대포 인간'으로 부랑자처럼 떠돈다. 북한제 총기는 돈 몇 푼만 주면 손쉽게 구할 수 있고, 신종마약은 길거리 노점상에 지천으로 널려 있다. 노동당 고위간부의 딸 같은 북한 출신 엘리트 여성들은 룸살롱 접대부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에만 20여 개의 통일급식소가 운영되고, 전국에는 60곳이 넘는 할렘이 생겨났다. 치안마저 무너진 채 폭력과 마약, 섹스가 난무하는 도시….

이응준 씨의 장편소설 '국가의 사생활'에 나오는 통일한국의 서울 풍경이다. 소설에선 2011년 5월 9일 오후 4시 한반도에 '청천벽력'같이 통일이 찾아온다. 그리고 5년 뒤 한국은 인민군 출신 조폭들의 준동과 통제불능 상태가 된 미회수 무기들로 인해 살인 납치 등 강력범죄가 기승을 부린다. 가뜩이나 무능한 관료와 무력한 경찰은 부패로 곪아간다. 소설은 흡수 통일의 사회상을 무척 암울하게 그렸다. 한 편의 숨가쁜 누아르 영화나 음산한 묵시록을 보는 듯하지만, 작가의 상상력을 즐기기엔 너무 위험했다. 2009년 출간 당시 기자는 작가의 의도와 무관하게 자칫 반통일세력의 이데올로기로 읽힐 수 있다고 서평을 썼던 기억이 난다.

2014년 3월, 소설과 달리 현실에선 아직 통일이 찾아오지 않았으나 요즘 사회 분위기는 벌써 통일이 된 듯한, 늦어도 수년 내에는 통일이 될 듯한 착각을 갖게 한다. 분단 이후 여태껏 냉전과 반통일 논리에 목을 매왔던 한국의 대표적 보수언론이 새해 벽두부터 별안간 통일론을 들고 나와 당혹케 만들더니,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통일 대박론'을 꺼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지난 28일 독일 순방 길에서 오래 준비했음직한 '드레스덴 통일 구상'을 발표했다. 5박7일간의 네덜란드 독일 방문은 통일 대박론의 국내 선포 후속으로 국제사회에서 동의와 지지를 확인하는 외교적 절차였던 셈이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 대통령으로서 통일 문제에 매진하는 것은 지당하고 바람직한 일이다. 이번 통일 구상의 수용 여부 열쇠는 여전히 북한이 쥐고 있다는 점을 들어 구체적인 실현 가능성 따위를 따지는 건 일단 접어두자. '통일 대박'이라는 표현이 대통령의 언사로서, 한반도의 미래가 달린 통일 방침의 표제로서 적절한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통일을 남북시장 규모 확대에 주목하는 경제 우위의 접근법도 굳이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반통일의 현실적 근거로 제기되던 천문학적 규모의 통일비용을 일종의 투자로 여기고 그 효과에 주목하는 것 역시 발상의 전환으로, 오히려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이런 관점은 대기업 총수나 기업인의 것이어야 마땅하다. 만약 박 대통령의 통일을 바라보는 안목이 이와 다를 바 없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통일 대박으로 압축되는 시장통합 효과는 통일 후 전개될 많고 많은 국면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통일을 경제 요소의 투입과 산출로 완성하려는 발상은 국가 지도자의 자세로는 적합하지 않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동서독의 통일도 대박'이었다며 박 대통령의 통일론에 장단을 맞췄지만, 정작 그가 강조한 것은 '다른 삶을 산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조언이 아니었던가.
당대를 사는 우리에게 찾아오는 통일은 그야말로 천지개벽일 게다. 메르켈 총리도 통일이 되면 '모든 상황이 바뀌게 된다'고 했다. 독일은 분단 40년 만에 통일을 이뤘지만, 남북은 70년 가까이 갈라져 있다. 3세대가 지난 지금 생활방식은 물론 생각의 틀도 다르다. 더욱이 남북의 경제적 격차는 1990년 동서독의 간극보다 몇 배 더 크다. 독일에서 눈여겨 봐야 할 것은 동독 붕괴의 상징적 유적으로 남아 있는 브란덴부르크 문이나 통일에서 나아가 사회 전반의 통합까지 이뤄 낸 오늘날의 발전상이 아니라, 분단 40년과 통일 후 25년간 분열되고 갈등했던 그들의 지난한 시간들이다. 서독과 동독 국민들이 어떻게 상대를 인정하고, 어떻게 신뢰를 쌓고, 어떻게 하나로 합해질 수 있었는지를 배워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보수와 진보가 유일하게 교집합으로 공유하는 부분이 '통일'이라고 한 지적은 적확하다. 통일은 불현듯 닥쳐올지 모르기에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공감한다. 하지만 북한 체제의 궤멸을 전제하는 통일 대박론은 기실 근거도 희박하거니와 통일한국을 디스토피아로 보는 '통일 쪽박론'처럼 미숙하고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의 대북 3대 제안에는 '선언'만 있을 뿐 정작 기아국가건, 핵보유국이건 여실한 실체로 바라보는 북한이라는 상대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통일 논의가 정치적 이벤트로 동원되는 건 결국 박 대통령에게도 부메랑이 될 수밖에 없다. 단언컨대 통일은 쪽박도 아니지만, 대박도 아닐 것이다. 차분하고 진지한 통일 담론이 필요한 때다.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우리은행

 많이 본 뉴스RSS

  1. 1오거돈 “북구서 BIFF 개최 검토”…조직위 당혹·중구 반발
  2. 2해운대~이기대 해상케이블카 재추진…찬반 뜨거운 논쟁
  3. 3전국 광역시 분양시장, 부산 빼고 뜨겁다
  4. 4단체장 리스크·인물난…여당, 총선 ‘낙동강벨트’ 비상
  5. 5강서·김해에 18조 투입 ‘국제자유물류도시’
  6. 6월 임대료 9만~21만 원 부산 첫 행복주택, 내달부터 입주자 모집
  7. 7BISFF(부산국제단편영화제) 24일 개막…세계 단편영화의 어제·오늘·내일을 본다
  8. 8부산항 터미널 외국계만 배불린다
  9. 9하나금융, 롯데카드 인수 유력…성사 땐 카드업계 2위로 도약
  10. 10안철수 복귀설도 솔솔…사면초가 손학규
  1. 1CNN "文대통령, 김정은에 전달할 트럼프 메시지 갖고 있어"
  2. 2이언주 "당장 한국당 입당 계획, 사실 아니다"
  3. 3文대통령 "기차 타고 유라시아 대륙 지나도록 꼭 만들겠다"
  4. 4한국당 '장외투쟁' 동력 살리기…내달 전국돌며 文정권 규탄
  5. 5文대통령, 오늘 카자흐 동포 격려…독립운동가 유해봉환 행사도
  6. 6안철수 복귀설도 솔솔…사면초가 손학규
  7. 7단체장 리스크·인물난…여당, 총선 ‘낙동강벨트’ 비상
  8. 8수술대 오르는 '인사 청문회'…여야 제도개선 방향 '제각각'
  9. 9문재인 대통령 “기차 타고 유라시아대륙 지나도록 하겠다”
  10. 10거듭되는 인사청문회 무용론…수술대 오르나
  1. 1 정치 벨트- 21대 총선, 불신의 정치 끝내자
  2. 2하나금융, 롯데카드 인수 유력…성사 땐 카드업계 2위로 도약
  3. 3월 임대료 9만~21만 원 부산 첫 행복주택, 내달부터 입주자 모집
  4. 4도시철도 범일역 5분거리, 1·2인가구에 ‘안성 맞춤’
  5. 5전국 광역시 분양시장, 부산 빼고 뜨겁다
  6. 6 사회적 재난 된 미세먼지…‘공기 세력권’ 뜬다
  7. 7해운대~이기대 해상케이블카 재추진…찬반 뜨거운 논쟁
  8. 8경성리츠·부산경총, 창업경영 과정 공동 개설
  9. 9부산항 터미널 외국계만 배불린다
  10. 10평균소득자 세금 6년간 77% 늘었다
  1. 1여성 최초 소방청 홍보대사 설수진, 선정 까닭은?
  2. 2아이돌 ‘머스트비’ 교통사고…운전하던 매니저 사망, 멤버 4명 경상
  3. 3‘현대가 3세’ 국내 입국과 동시에 ‘변종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
  4. 4층간소음 문제로 흉기로 이웃 협박한 50대…경찰 “구속영장 신청 방침”
  5. 5동료 여경 성추행 의혹 40대 남성 경찰 감찰 조사
  6. 6안인득, 2010년 첫 조현병 진단 이후 68회 치료
  7. 7박근혜 형집행정지 금주 결론날 듯…의료진, 주초 구치소 방문
  8. 8알록달록 만개한 튤립
  9. 9"부부갈등 해결 안 되면 이혼이 낫다"…기혼여성 72% 찬성
  10. 10부산 기장군 학리항에서 어선과 예인선 충돌…해경 “선원 두 명 목과 허리 통증 호소”
  1. 1 올레이닉 오브레임 상대로 선전하나?
  2. 2리버풀, '강등 위기' 카디프 시티와 격돌...맨시티와 선두 쟁탈전
  3. 3‘챔스 4강 좌절’ 꿋꿋한 솔샤르 “내년에도 챔스 가고파”
  4. 4 맨유, 에버튼 넘고 ‘TOP 4’ 진입할까…솔샤르 “내년에도 챔스 가고파”
  5. 5맥과이어 KBO 데뷔 6경기 만에 기록한 ‘노히트 노런’ 이란?
  6. 6류현진, 21일 밀워키전 선발 등판…복귀전서 포수 로키 게일과 첫 호흡
  7. 740세 이지희, 일본여자프로골프 대회 우승…투어 통산 23승
  8. 8PFA 올해의 여자선수 최종후보 6인에 지소연 포함
  9. 9강정호 3호포 등 코리안 빅리거 장타쇼
  10. 10부산 아이파크, 안산 꺾고 3연승 행진 '선두 맹추격'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오거돈 부산시장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새해 개천에서 용이 나려면
1919년 그리고 100년, ‘잡화엄식(雜華嚴飾)’을 꿈꾼다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두 强기업의 즐거운 도시 실험
삼일정신을 다시 바라보다
기고 [전체보기]
21세기 과학기술과 부산의 미래 /박태주
한국 경제의 어두운 그림자, 가계부채 /송정호
기자수첩 [전체보기]
역사 외면한 부산시의 무리수 /황윤정
동의 없는 수술은 폭력이다 /임동우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누구를 위하여 ‘경제의 종’은 울리나
정치의 봄은 언제 올 것인가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기꺼이 불효를 저질렀습니다
삶의 존엄, 죽음의 존엄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느린 호흡의 의미
말모이와 국악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청와대는 ‘내로남불’ 민심 귀 기울여야 /김태경
부산 해법, 치열하게 논쟁해야 /박태우
도청도설 [전체보기]
동북아 스텔스 전쟁
성 ‘피트’ 뗀 졸리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윤동주 시인을 생각하며
자기 표현의 기술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전병과 갈레트
섬진강의 봄맛 다슬기
사설 [전체보기]
여야 극한 대치, 4월 임시국회도 빈손으로 끝나나
‘30년 억울한 누명’ 재심서 명명백백 진실 밝혀야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행복, 복지국가, 그리고 비례대표제
노동자 건강과 생명보다 중한 건 없다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고난의 역사 견뎌낸 명화
황제의 이중 초상
이홍 칼럼 [전체보기]
기업인이 알아야 할, 여성들의 정보탐색법
먹방,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과연 민심이 무섭긴 한 걸까
성급한 여당의 입
제언 [전체보기]
광안대교, 해양안전 감시시스템 구축을 /이윤석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라일락의 계절 4월
연둣빛 봄날에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과 음식의 조화
봄에 마시는 와인, 로제와인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태극기 흔들며 기뻐 춤을 추다
아름다운 기증 ‘불이선란’
  • 2019 다이아모든브리지 걷기축제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19부산하프마라톤대회
  • 유콘서트
  • 어린이경제아카데미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