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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새 정치, 그 빛 바랜 브랜드 /박무성

정치 도박판에 내던진 것은 안철수 개인의 새정치가 아니라 대중의 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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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이 민주당과 통합신당을 창당하기로 한 것은 빅 이벤트였다. 6·4 지방선거를 불과 90여 일 앞두고 제1 야당으로서 존재감마저 미미했던 민주당은 이제야 대(對) 새누리당 전선을 구축하게 됐다는 기대감에 '통합 찬가'를 부르고 있다. 유력 후보 영입난을 비롯한 이런저런 사정으로 독자신당 창당이 여의치 않아 궁박했던 새정치연합은 그나마 돌파구를 찾아 안도하는 표정이다. 지방선거가 새누리당과 민주당, 새정치연합의 3자 구도로 굳어질 경우 야권의 분열에 따른 어부지리로 낙승을 기대했던 새누리당은 선거판이 양당 경쟁구도로 급변하면서 중량급 인사들을 후보군으로 총동원하는 등 사뭇 긴장하고 있다. 일단 박근혜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의 지방선거로 한판 승부를 벌일 수 있는 판은 짜여진 것이다.

하지만 통합신당 창당 선언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우선 새정치연합 내부의 균열이다. 김성식 전 의원은 곧바로 이탈했고, 윤여준 새정치연합 공동위원장단 의장도 창당 과정을 보고 향후 거취를 판단하겠다고 했다. 결별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이번에도 안 의원의 '1인 리더십'이 구설에 올랐다. 기업 CEO(최고경영자) 출신의 속성상 효율성을 중시하는 리더십이 민주주의적 절차를 낭비적이라고 간주하거나 공적인 결정과정을 소홀히 여긴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새정치연합의 속사정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도리어 6월 지방선거의 결과가 좋다면 불가피한 결단이었다고 미화될 수도 있다.

본질적인 문제는 통합신당이 새 정치에 대한 대중의 기대를 담아내고, 분열된 민심까지 통합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분위기는 낙관적이지 않다. 오히려 부정적인 징후들이 많다. 요며칠 새 진행된 여론조사를 보면 통합신당의 폭발력은 그리 크지 않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기존 지지도를 합친 수치에 '플러스 알파'는 5% 안팎. 그제 경향신문과 한국리서치 조사에서는 통합신당 발표 후 정당 지지도는 새누리당이 39.3%, 통합신당이 29.8%였다. 부산을 비롯한 서울 경기 광역단체장선거 가상대결에서 통합신당 후보는 모두 새누리당 후보에 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권자들은 이번 이벤트에 별 감흥이 없는 모양이다.

독자신당을 접고 통합신당의 길을 가기로 마음을 굳히기까지 안 의원의 고민은 무척 깊었을 것이다. 옆에서 지켜본 측근은 '그가 마침내 현실 정치인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안 의원의 말대로 민주당이라는 큰 그릇을 얻어 새 정치를 담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가 간과한 것이 있다. 정치는 '명분과 실리'의 두 바퀴로 굴러가는 수레 같은 것이다. 안 의원의 정치인생 900여 일, 그간 세 번의 고비가 있었다. 2011년 9월 6일 서울시장 보선에서 후보직을 당시 박원순 변호사에게 양보했고, 2012년 11월 23일 대선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또 양보했다. 앞서 두 번의 양보가 '명분'이었다면, 이번 통합신당은 명분을 버리고 전략적 '실리'를 택한 셈이다. 명분과 실리가 균형을 이루지 못해 제대로 굴러가지 못한다는 점은 세 차례 모두 다를 바 없다.
더욱이 그가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 '정치인 안철수'의 주체는 본인이지만, '안철수 현상'은 이미 그의 것이 아니다. 안철수 현상의 지분은 전적으로 대중에게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 백수들, 연애·결혼·출산도 포기했다는 3포 세대, 조기 퇴직하고 노후 대책 없이 벼랑 끝에 서있는 50대들, 정말로 한국의 정치를 바꾸고 싶은 그들이 만든 것이다. 그건 새 정치를 갈구하는 사람들의 응축된 바람이고 집단적 에너지가 아니던가. 안 의원이 지금도 노래하는 새 정치의 기폭제는 다름 아닌 그들이 만들어준 안철수 현상이었다.

안철수 의원은 새 정치라는 브랜드가 유일한 무기다. 윤여준 의장의 이야기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3당 합당할 때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김 전 대통령에게는 오랜 세월 민주화 투쟁을 통해 쌓아온 도덕적 권위, 확고한 지역 기반, 견고한 추종 세력이 있었다. 그렇지만 안 의원은 자신이 가진 유일한 무기를 정치공학의 도박판에 내던졌다. 눈앞의 성공을 위해, 너무 손쉽게. 정녕 새 정치를 원하다면, 2017년 대권 의지가 있다면, 독자신당으로 가는 게 옳았을 듯하다. 설령 처참하게 실패한다 해도 대의명분을 좇아 다시 일어서는 뚝심과 불굴의 의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야 희망과 가능성이라는 미래세력의 정치적 자산이 됐을 것이다. 안철수가 '안철수 현상'을 내팽개치는 현실은 한국 정치의 비극이자 딜레마다. 정의당 노회찬 전 대표의 말처럼 새 정치란 말은 이제 누구도 쓰기 힘들 정도로 오염돼 버렸다. 새 정치를 바라는 사람들이 또 다른 안철수를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먹먹하고 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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