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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매니페스토를 법제화하자 /이원일

후보 공약 안지켜도 제재할 방법 없어…효율성 제고 위한 법적 강제력 필요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4-02-26 19:47:47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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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페스토(Manifesto)의 사전적 개념은 공직 선거에서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꼼꼼히 따져 보고 당선 후에도 공약을 지켜나가도록 감시하는 것으로, '참 공약 지키기' 시민운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1834년 영국 보수당의 로버트 필 당수가 처음 도입한 이래 1937년 영국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가 매니페스토에 근거한 공약을 제시해 집권에 성공하면서 본격적으로 그 개념이 알려지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6년 5·31지방선거에서 처음 시작된 이래 시민단체 학계 등을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공약평가와 실천에 대한 실효성의 담보는 아직 미흡한 게 현실이다.

오는 6월 지방선거는 4년 전의 6·2지방선거 못지않게 '깜깜한 선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기초 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 문제를 두고 여야 간의 정쟁, 신당 창당과 야권연대 논의 및 후보 단일화 문제, 월드컵 등 스포츠 빅 이벤트 등에 의해 후보 확정과 공약 발표가 지연되면 지방선거의 흥행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방선거는 기초와 광역자치단체별 단체장과 지방의원, 비례대표, 그리고 교육감 등의 선거가 함께 치러지기 때문에 시민단체의 매니페스토 운동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은 후보자의 공약에 대한 꼼꼼한 평가와 비교·분석 없이 의무감만으로 투표하게 될 것이다.

없는 집에 제사 돌아오듯 시나브로 정치의 계절이 본격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최근 여야 간에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한 설익은 '립 서비스'가 난무하는 실정이다. 문제는 여야를 막론하고 강력한 실천 의지를 가지고 이런 정책 제안을 하는 게 아니라 일단 던져 보고 여론이 여의치 않으면 거둬들이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단 지난 대선 과정뿐만 아니지만 각종 선거에서 여야가 제시했던 공약들이 손바닥 뒤집듯 번복되는 사례를 무수히 겪었다. 정책선거는 공허한 공수표일 뿐이고, 정치인과 정부에 대한 불신은 깊어지게 되고 공약을 지키지 않더라도 현실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매니페스토의 효율성마저도 의심받게 된다.

이러한 비정상적 정치행태는 유권자에게 지역주의, 연고주의에 맹종하는 기형적 투표행태를 부추기고 유권자를 두려워 하지 않는 가공할 만 한 기득권층의 자양분이 되었다. 여야를 막론하고 변화에 대한 거부는 진정성과 설득력이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당초 이번 지방선거부터 적용하려던 기초단체장과 의원에 대한 정당공천 배제는 물 건너갔지만, 여당이 들고 나온 '상향식 경선제도'나 야당의 '특권 포기' 정치 혁신안도 그간의 여야 행태를 볼 때 그 진정성을 믿기 어려운 게 솔직한 심정이다. 지킬 수 없는 공약을 걸러내고 당선 후에도 공약을 지키지 않을 때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매니페스토의 법적 강제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방자치단체의 방만한 경영과 예산낭비를 줄이자는 측면에서 지자체 파산제 도입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지자체 파산제 도입 논의는 지자체에 자주적 재정분권을 부여한 뒤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 그보다는 매니페스토의 강제력 담보에 대한 입법 논의가 더 시급하다.

우선 매니페스토의 통일된 평가기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고 각급 선거별로 각 정당이 후보자를 결정하는 시점과 공약을 제출하는 시점 등을 규정하고 필요하다면 헌법, 공직선거법 등과 연계하여 법제화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유권자들에게 후보 공약에 대한 비교분석 정보를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제공하고, 이를 토대로 기존의 여론조사와 함께 공약에 대한 사전 평가 결과 등을 제시하는 것도 가능하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만 1년이 되었다. 정부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비정상적 관행을 정상화하는 개혁을 천명했다. 유권자에게 약속한 공약을 지키지 않는 4류 정치는 비정상이다. 선거 때만 되면 사탕 발림 공약을 남발하다가 선거만 끝나면 나 몰라라 하는 공약(空約)은 이제 정말 사라져야 한다. 어설픈  변명이나 선심성, 장밋빛 정책 제안보다는 정치권 스스로 진정성을 가지고 유권자들에게 다가갈 때 정상화가 실현되는 것이다. 정치는 소통이다. 소통은 신뢰를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정치가 신뢰를 얻지 못하면 국민은 분열한다. 국가는, 대한민국은 국민이다.

영산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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