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시론] 소견과 소원 /김홍희

노소·좌우·빈부 따른 좁은 소견으로 인해 소원 잃은 것 아닌지 통찰 필요한 때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4-02-09 19:35:35
  •  |  본지 26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한 아버지가 어린 아들에게 주문했다. 네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정원의 큰 돌을 옮겨보라고. 어린 아들은 돌을 손으로 밀어보기도 하고 등으로 밀어 굴려 보려고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들은 학교에서 배운 지렛대를 만들어 다시 시도했다. 그러나 돌은 한 치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런저런 시도를 다 해본 아들은 무릎을 꿇고 신에게 기도했다. 그리고 다시 지렛대를 움직여 보았지만 신은 응답하지 않았다. 아이는 다시 무릎을 꿇고 신께 기도 드렸다.

탈무드에 나오는 이야기다. 탈무드의 신은 결국 아이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다. 아이는 실망하고 아버지에게 말했다.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 보았지만, 돌을 옮길 수 없노라고. 아버지는 아들에게 말했다. "너는 가장 헌신적이며 절대적으로 너를 도와 줄 방법 하나를 놓치고 있다. 그것이 무엇이겠니." 아이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그것은 돌을 옮기는 것보다 더 어려운 수수께끼였다.

결국 아버지는 아들에게, "너는 왜 옆에서 처음부터 지켜보고 있는 아버지의 도움을 청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두말 할 것도 없이 아들은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가볍게 돌을 옮길 수 있었다.

이것은 소견에 관한 이야기다. 소견은 어떤 일이나 사물을 살펴보고 갖게 되는 생각이나 의견을 말한다. 소견(所見)의 '所'는 지위나 자리, 위치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일의 방법이나 방도를 가리키기도 한다. 돌 하나를 옮기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아버지의 위치에서 본 방법이나 방도는 아들의 소견과 이렇게 다르다.

병약한 젊은이가 있었다. 그는 신에게 병약한 자신을 건강하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그러자 신은 그에게 이렇게 주문하고 사라졌다. 너의 문 앞에 있는 큰 바위를 매일 밀어라. 청년은 신의 말씀대로 하루도 빠지지 않고 큰 바위를 밀었다. 열흘을 밀고 한 달을 밀었다. 그러나 큰 바위는 꿈적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청년은 신의 말씀대로 계속 바위를 밀었다.

100일째 아침 청년은 바위의 위치를 살펴보았다. 바위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있던 자리 그대로였다. 청년은 믿음이 부족해서 그런 줄 알고 이전보다 더 열심히 바위를 밀었다. 또 100일이 지나 200일이 되던 날에도 하지만 바위는 여전히 한 치의 움직임도 없었다. 청년은 의심이 들기 시작했지만 믿음 부족으로 여기고 더 열심히 바위를 밀어 300일째가 되었다. 하느님 맙소사, 더없이 충실한 믿음으로 매일 아침 진땀을 흘리며 민 바위는 그 자리 그대로였던 것이다.

청년은 믿음 부족으로 바위를 옮길 수 없는 자신을 한탄하며 펑펑 울었다. 그때 신이 나타났다. "사랑하는 나의 아들아, 왜 우느냐?" 청년이 대답했다. "저는 신의 말씀대로 300일을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마다 이 바위를 밀었습니다. 그러나 한 치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때 신이 그를 보며 말했다. "너에게 바위를 옮기라고 말 한 적이 없다. 나는 그저 바위를 밀라고만 했다. 그리고 언제까지 밀라고도 말 한 적이 없다."

요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나오는 이야기를 약간 각색한 것이다. 신이 청년에게 바위를 밀라고만 했지, 옮기라고 하지 않았다는 대목에서 우리는 신의 소견과 우리의 소원을 혼돈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신은 우는 청년을 일으켜 세우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라고 권한다. 거울에 비친 젊은이는 병약한 이전의 자신이 아니라 근육질로 변한 청년이었다. 밤마다 기침에 시달리는 자신이 아니라 깊은 잠을 즐기며 상쾌한 아침을 맞는 건장하고 건강한 청년으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청년은 신의 뜻을 깨닫게 된다. 신의 계획은 바위의 위치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청년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그의 변화는 바위를 옮겼기 때문이 아니라 바위를 밀었기 때문에 생겼다는 것을. 바위를 미는 표적을 소원하는 인간의 소견과 바위를 미는 족적을 중시하는 신의 소원이 이렇게 다르다는 것을.
우리의 소견과 소원에 대한 통찰이 필요할 때다. 노소가 좌우에서 같은 바위를 밀고 있지 않은지. 좌우가 한 바위를 오른쪽과 왼쪽에서 서로 밀고 있지 않은지. 빈부가 서로 다른 마주보는 방향에서 바위를 죽어라 밀고 있지는 않은지. 소견 때문에 진정한 소원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사진작가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많이 본 뉴스 RSS
  •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오거돈 부산시장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새해 개천에서 용이 나려면
1919년 그리고 100년, ‘잡화엄식(雜華嚴飾)’을 꿈꾼다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농업이 도시로 들어오고 있다
북항은 진정한 부산의 미래가 되어야 한다
기고 [전체보기]
깨끗한 선거, 비전 있는 조합 /김주현
장거리 통학 /동길산
기자수첩 [전체보기]
혐오 키운 우리 안의 방관자 /김민주
윤창호 가해자를 향한 분노 /이승륜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스마트’하게 살지 않을 권리
명연설이 듣고 싶다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삶의 존엄, 죽음의 존엄
학생 학교 선생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제례악에 내포된 음양오행 사상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지방자치 후퇴는 안 된다 /김태경
거장작품 살 돈 없는 미술관 /정홍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대통령의 전화
새 광화문광장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신춘문예 당선 소감을 읽으며
허수경 시인을 떠나보내며
박무성 칼럼 [전체보기]
국민의 눈높이
‘밥 한 공기 300원’의 미래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낙동강 재첩국’ 지켜온 40년
온천욕과 복국
사설 [전체보기]
대통령까지 나선 미세먼지, 총체적 대책 세워야
무용지물 된 소규모 기계식 주차장 이대로 둘 건가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생계급여 수급 노인과 ‘줬다 뺏는 기초연금’
출산 절벽시대 ‘인구 장관’ 필요하다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미술관을 지키는 강아지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보행친화도시로 가는 길
‘집권 3년 차 증후군’ 되풀이 않으려면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발랄라이카와 닥터 지바고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포도의 변신은 무죄
자연·인간의 합작품 아이스와인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단발령에서 바라본 금강산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