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숨어 있는 적 /최원열

달콤한 설탕처럼 교묘하게 위장해 우리사회 노리는 적들을 조심하자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새해 들어 작심삼일의 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작은 결심을 했다. 믹스커피를 끊기로. 설탕 범벅을 더는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물자가 부족하고 못살던 시절, 설탕은 최고의 명절 선물로 명성을 날렸던 적도 있다. 귀한 손님이 왔을 때 대접했던 설탕물을 기억하시는지. 사실 당분은 뇌가 요구하는 유일한 영양소이며, 즉시 에너지로 전환된다는 점에서 자동차로 치면 '최고급 휘발유'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먹을 거리가 넘쳐나는 풍요의 시대에 설탕은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독이 됐다. 그로 인해 우리는 원초적 미각을 잃었다. 초식동물인 기린은 칼슘이 부족하면 본능적으로 사체의 뼈를 핥으며, 코끼리도 염분 보충을 위해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 진흙을 찾는다. 몸이 보내는 신호에 충실하게 반응한 결과다. 인간은 어떤가. 단맛에 길들여져 설탕중독증 환자가 된 상태다. 짠맛과 매운맛에 가려진 단맛은 느끼기 힘들다.

당분이 물밀 듯 몸에 들어오면 췌장은 혹사당한다. 신체 평형상태를 이루기 위해 인슐린을 정신없이 만들어내서 혈당을 안정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게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되면 혈당치가 치솟다가 뚝 떨어지는 롤러코스터를 반복하고 결국에는 지친 몸이 손을 들고 만다. 생활 습관 질환인 당뇨병이 그래서 생긴다.

달콤함의 유혹은 어떤 면에서 마약보다 무섭다. 뇌 사진을 찍어본 결과 마약 중독과 설탕 중독이 같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당분을 먹지 않으면 무기력과 우울에 빠지는 이른바 '슈가블루스(Sugar Blues)'는 합법적 마약에 의한 심각한 부작용이다. 신체를 망가지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암 발병 인자이기도 하다. 암세포가 당분을 먹이로 무한 성장하기에 우리가 탐닉하는 단맛은 암이 자라는 데 더없는 자양분이 된다.

그것은 곳곳에서 호시탐탐 우리를 노린다. 스포츠 음료에서 고추장까지 속속들이 스며들어 있다. 매콤한 고추장의 삼할은 설탕이 차지한다. 운동한 뒤 염분을 보충하고자 마시는 시원한 이온음료 역시 이에 못지 않은 당분으로 채워진다. 커피믹스를 가장 먼저 끊은 건 한국인이 섭취하는 당분 식품 1위이기 때문이다.

어디 설탕뿐이겠나. 인체 수준을 넘어 나라와 국민의 삶을 위협하는 요인들이 우리 사회에 넘쳐 난다. 교묘하게 위장한 숨어 있는 적들 말이다. 그걸 제대로 가려서 걸러내야 하는데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민생을 내팽개쳤던 정치판이 그렇다. 선거의 계절이 다가오자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민심 잡기에 여념이 없다. '뼈를 깎는 심정으로 쇄신하겠다' 등등. 세간에선 "하도 깎아서 남아있는 뼈가 있기라도 한가"라는 차디찬 비판이 나온다. 개헌론도 마찬가지. 대통령 중임제를 말하는 듯한데, 이왕이면 내각책임제로 바꾸지 그러나. 그래야 국회해산권이라도 얻을 터. 천민자본주의 운운하기 전에 천민정치부터 뜯어고치고 볼 일이다.

그렇게 국민을 위한 행동이라고 외쳤던 철도파업은 왜 꼬리를 내렸을까. 철도민영화 프레임이 먹혀들지 않았던 게 조직 내부의 철밥통 의식이 들통났기 때문은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의료파업은 또 어떤가. 의료민영화 반대를 들고 나섰는데 혼란스럽기만 하다. 우리나라 병·의원 대부분이 민영시설이라는 사실을 엘리트층인 의사들이 모를 리가 없을 텐데.

그래서 의료수가 인상을 염두에 둔 실력행사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리베이트라는 숨은 관행 때문이라는 설도 파다하다. 제약회사로부터 뒷돈을 받아 수입을 맞췄는데 느닷없이 '쌍벌죄'가 등장하면서 돈줄이 막힐 밖에. 사정이 이러니 수가라도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거다. 그렇다면 진작에 정공법을 택했어야 옳지 않나.

최근 비리를 저지른 한국수력원자력 간부에 대해 법원이 검사가 구형한 8년에 무려 7년을 추가해 15년을 선고한 것은 숨어 있는 적들에 대한 준엄한 경고라 하겠다. 통제되지 않는 탐욕의 속성을 지닌 숨어 있는 적들은 숱하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단맛에 길들여져 중독된 그들에게 휘둘리는 순간 총체적 아노미에 빠진다는 사실을.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때리고 욕설까지…스님에게 집단 폭행 당한 조계종 노조원
  2. 2광복절 경축사에 담길 내용은…대북 ‘담대한 계획’ 포함될까
  3. 3김프 노리고 시세차익…금융당국 추가 수사 불가피
  4. 4여름철 온천천의 비극…물고기 수만 마리 또 떼죽음
  5. 5부산 노포~정관선 예타 신청…‘오시리아선’과 투트랙 추진
  6. 6'재건축 대장' 삼익비치 사업시행인가 임박
  7. 7[영상] 맹독 해파리떼의 습격…기후위기에 바다 '비상'
  8. 8이준석이 던진 ‘폭탄’에 윤 대통령 지도력 흔들…수습카드는?
  9. 9코로나 위중증 107일 만에 최다…재유행 꼬리 길어지나
  10. 10부산시 아시아 창업 엑스포 "잘 될까" 우려 제기
  1. 1광복절 경축사에 담길 내용은…대북 ‘담대한 계획’ 포함될까
  2. 2이준석이 던진 ‘폭탄’에 윤 대통령 지도력 흔들…수습카드는?
  3. 3文 “김훈 ‘하얼빈’ 광복절에 추천”…야만성 맞선 치열한 정신 부각”
  4. 4이준석 "이 새x 저 새x 하는 사람 대통령 만들고자 열심히 뛰어"
  5. 5이재명 "부울경 메가시티 확실하게 추진하겠다"
  6. 6우상호 "한동훈 때문에 김경수 사면 무산"
  7. 7민주 부산시당 위원장에 서은숙 전 부산진구청장
  8. 8민주 경남도당 위원장에 김두관 의원
  9. 9취임 100일 윤 대통령 ‘반전카드’는…국정 신뢰도 회복이 관건
  10. 10이재명 부울경 경선서도 압승, 독주체제 구축
  1. 1김프 노리고 시세차익…금융당국 추가 수사 불가피
  2. 2'재건축 대장' 삼익비치 사업시행인가 임박
  3. 3부산공동어시장에 들어설 중도매시장은 제대로일까?
  4. 4비봉이처럼…벨루가도 바다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5. 5내년 총예산 올해보다 줄어든다…13년 만에 첫 감액
  6. 6“바닷모래 이용하면 가덕신공항 매립공사 3년 만에 마무리”
  7. 7제 1028회 로또 당첨 번호… 1등 11억8000만 원씩
  8. 8BNK금융지주의 최대주주로 부산롯데호텔 외 7개 사 등극
  9. 9부산해수청, 부산항 신항 항로에 가상 중앙분리대
  10. 10부산 디자인 세계에서 통했다...국제 어워드 잇단 수상
  1. 1때리고 욕설까지…스님에게 집단 폭행 당한 조계종 노조원
  2. 2여름철 온천천의 비극…물고기 수만 마리 또 떼죽음
  3. 3부산 노포~정관선 예타 신청…‘오시리아선’과 투트랙 추진
  4. 4[영상] 맹독 해파리떼의 습격…기후위기에 바다 '비상'
  5. 5코로나 위중증 107일 만에 최다…재유행 꼬리 길어지나
  6. 6부산시 아시아 창업 엑스포 "잘 될까" 우려 제기
  7. 7밀양시, 밀양사랑상품권 연간 구매 한도 삭제
  8. 8부산 서구 아파트서 화재…16분 만에 진화
  9. 914일 부울경 폭염 지속…경남울산 한때 소나기
  10. 10양산시의 청년내일저축계좌 시책 큰 호응
  1. 1투타의 아름다운 조화…롯데 전 날 패배 설욕
  2. 2예열 마친 손흥민, 시즌 첫골 정조준
  3. 3돌아온 털보 에이스, 첫 단추 잘 끼웠다
  4. 4Mr.골프 <10> 티샷에 유틸리티를 들었다?
  5. 5‘월클 점퍼’ 우상혁 아쉬운 2위…바심과 ‘빅2’ 입증
  6. 62022 카타르 월드컵 미리 보는 관전포인트 <1> 사상 첫 겨울·중동 월드컵
  7. 7언더독의 후반기 반란, 롯데만 빠졌다
  8. 8한국 골퍼 4인방 PGA 최강전 도전장…LIV 이적생 플레이오프 출전 불발
  9. 9대중제 골프장 캐디피 10년 새 40%↑
  10. 10오타니 ‘10승-10홈런’…루스 후 104년 만의 대기록
제9대 부산시의회 출범
달라진 것·과제
제9대 부산시의회 출범
인적 구성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이영희와 우영우, 그리고 우리들
제1부두서 부산비엔날레가 열린다고?
기고 [전체보기]
해양레저·관광 도시 부산의 당면 과제
방치된 조현병 환자는 국가 책임이다
기명칼럼 [전체보기]
“그만” 할 때까지 설득하라, ‘15분 도시’
고구마밭 단비, 고구마 민심에 사이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윤희근 경찰청장 내정자께
임용령, 공정성 강화 개정 필요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민주당, 가망 있을까?
당신들의 세상이 아니다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4차 산업혁명과 전쟁 가능한 ‘보통국가’
Cui bono(누구에게 이익이 돌아가는가)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영화관을 지켜낼 수 있을까
캐릭터 상수와 ‘어쩌나 정치인’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유형과 무형의 문화유산이 만날 때
길들여 진다는 것에 대하여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부산 역사 담은 롯데타워 되길
반문(反文) 만으론 안된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의료 불균형
‘banjiha’(‘반지하’)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기장군 말미잘탕
곡성 멜론
사설 [전체보기]
부산도 집중호우 대비 근본부터 바꾸자
부산창업청 알맹이 채울 준비 빈틈없길
세상읽기 [전체보기]
인구가 많아야 부자국가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향후 5년, 새 정부의 과제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험난한 선진외교의 길
우크라이나 전쟁과 한반도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에너지 가치사슬의 완성
역사라는 오답 노트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푸틴, 리더의 함정에 빠지다
중국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우리는 농업을 지킬 수 있을까
탈핵으로 가는 길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새 대통령에 거는 기대, 두잉(Do-ing)
승마와 자기 경영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난국 탈출, 대통령의 공감과 감응부터
민주당, ‘닮은꼴’ 영국 노동당에 배울 점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인 비노 베리타스, 그리스와인
와인 마케팅의 미래
특별기고 [전체보기]
‘국민 언니’의 원조 강수연 배우를 떠나보내며
오시리아 테마파크 개장을 앞두고 /김용학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보리밭 사잇길로’ 윤용하
보병과 더불어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민화에 대한 수상한 시선
청운 강진희의 ‘화차분별도’
  • 낙동강 일러스트 공모전
  • 유콘서트
  • Entech2022
  • 2022극지체험전시회
  • 제21회 국제신문 전국사진공모전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