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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얘기 좀 합시다 /박무성

권부와 국민의 '소통' 서로 달라 되겠는가…박 대통령 기자회견, 신뢰 쌓는 출발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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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에는 올 한 해의 안녕과 건승을 염원하는 이야기를 나누는 게 미덕이겠건만, 그저 덕담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부질없는 희망과 기대를 늘어놓는 것은 더 깊은 체념의 겉치레일 뿐이고, 오히려 냉소를 부를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생각에서다. 지난 한 해 동안 손때가 묻었던 탁상 캘린더와 다이어리를 새것으로 바꾸면서 마음은 다잡았을지언정, 주변 상황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불신은 깊고 새로운 갈등의 징후들이 불거지고 있다.

우리 사회는 불신의 늪에 빠져 있다. 통계청이 새해 첫날 내놓은 '한국의 사회동향 2013'은 이를 구체적 수치로 증명해준다. 다른 사람을 믿을 수 있다고 여기는 한국인은 10명 중 2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당신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을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22%만 대체로 또는 항상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78%는 믿지 못한다는 거다. 타인이 자신을 이용하거나 해칠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이 다수인 사회에서 누구든 행복하기는 힘든 일이다.

공적 기관의 신뢰도 또한 마찬가지다. 국회를 믿는다는 비율은 고작 31%에 그쳤고, 중앙정부도 56% 선에 머물렀다. 조사 시점이 2011년인데 지금 조사를 진행한다면 신뢰도가 더 떨어졌으면 떨어졌지 올라갈 성싶지는 않다. 시민들이 공적기관을 믿지 못하면 행정이나 법을 집행하는 데도 사회적 비용이 훨씬 많이 든다. 사회생활이 더 고단한 건 물론이다.

요즘 한국에서 신뢰를 가장 무게 실어 말하는 사람은 뭐니뭐니 해도 박근혜 대통령이다. 아니 그는 자타가 인정하는 신뢰의 아이콘이었다. 지난해 연말 철도노조 파업 때 박 대통령은 '정부가 철도 민영화를 안 한다고 발표했는데도 민영화 반대 파업을 하는 것은 정부 발표를 신뢰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이면 신뢰도 명령할 수 있는지 혼란스러웠지만, '정부 발표를 신뢰하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신뢰를 강조하는 정부에서 오히려 신뢰가 악화되는 신뢰의 패러독스가 생겨났다'는 지적은 적확하다.

신뢰가 부족한 세상에서 사람들은 고독하게 마련이다. 얼마 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34개 회원국 국민들을 상대로 사회적 유대감 조사를 벌인 적이 있다. '어려움에 빠졌을 때 주변에 의지할 수 있는 친구나 친척이 있는가'를 물었다. 한국인은 77%가 그렇다고 답했다. OECD 국가 중 꼴찌에서 세 번째. 재정위기로 국가부도 사태 직전까지 갔던 그리스보다 낮았다. 기대수명은 늘어나는데 나이가 많을수록 사회적 유대감도 약화된다는 게 문제다.
불신을 치유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것은 소통이다. 우리사회가 소통을 화두로 삼은 것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다. 그만큼 소통이 안 된다는 방증이지만, 이 대통령이나 박근혜 대통령이나 그 부분에서 성공적이지는 않다. 오죽하면 '명박산성'이란 말을 듣고, '불통박통'이라는 소리가 나오겠는가. '원칙대로 하는 게 불통이라고 한다면 자랑스러운 불통'이라던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의 말은 압권이었다. 소통의 말뜻사전이 권부의 것과 국민의 것이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 발언이기도 했다.

소통은 상대에 대한 배려와 이해를 전제하는 고된 노동이라고 했다. 그러니 국민의 소통을 주문하는 것은 애초 무리인지 모른다. 품격을 갖춘 대화를 요구하는 것도 지금으로선 과욕이지 싶다. 그저 속 시원하게 얘기 좀 할 수 있으면 다행 아닌가. 얘기가 안 되는 건 비단 정치의 공간만이 아니다. 인터넷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는 말 말 말들이 난무하지만 정작 서로 주고받는 대화는 없고, 편견과 뒤틀린 욕구의 배설이 넘쳐나는 듯하다.

때마침 오늘 오전 박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갖는다. 기자회견은 취임 후 처음이다. 많은 말을 원치는 않는다. 원칙을 지키되 융통성을 잃지 않고, 강력하지만 배려와 포용이 절실한 때다. 그러니 격의에 얽매이기보다는 그저 진솔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이야기면 좋겠다. 한 번으로 안 되면 또 하면 된다. 신뢰는 작은 약속부터 성실하게 지키면서 하나씩 쌓아가는 퇴적물 같은 것이다. 얘기를 자꾸 나누다 보면 신뢰가 생겨나고, 그 신뢰가 누적되면 비로소 사회적 유대감도 높아질 것이다. 대화합은 그 다음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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