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 2013년 10월 31일

◇ 참여위원(가나다 순)

▶김해정(부산대 불어불문학과4)

▶송동선(언론인)

▶양위주(부경대 관광경영학과 교수)

▶염정욱(변호사)

▶이국환(동아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황영우(부산발전연구원 경제교육 센터장)


국제신문 독자권익위원회 10월 온라인 토론회가 지난달 31일 열렸다. 위원들은 지역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부산판 도가니' 사건과 원전 납품비리를 주도한 대기업의 부도덕한 범죄행각, 대연혁신도시 다운계약 의혹을 제대로 부각시켰다고 호평했다. 반면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각종 지역 축제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제공이 다소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 김해정

-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 객관적 보도 견지했지만, 여야 공방 전달에만 치중
- 본질 짚어내는 노력해야

# 송동선

- 성추행 파문 맹학교 공개…타 학교 오해 소지 해소
- 국정원·기무사 댓글관련 언론사의 주장 표출 필요

# 염정욱

- 지역축제 단순 소개 그쳐 구체적 정보 제공 아쉬움
- 끝모를 원전비리 관련자 엄중 심판 여론 이끌어야

# 양위주　　

- BIFF 행사 이원화 진단, 어떻게 풀려나갈지 기대
- 사라지는 승학산 억새밭, 과거사진 비교 효과 만점

# 이국환　　

- 백양터널 10중 추돌사고, 간략하게 사실 전달 그쳐
- 전국 최다 사고터널 오명…구조적 문제 심층보도를

# 황영우　　

- '힘내라! 스타팅 기업' 보도 간격 들쭉날쭉
- 대연혁신도시 투기 의혹, 지속적 감시 보도 돋보여

▶송동선 : 부산지역 특수학교 교사의 학생 성추행 사건을 폭로한 '부산판 도가니' 기사를 주목한다. 이 사건과 관련, 10월 29일 자부터 해당 학교의 실명을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은 바람직했다. 전혀 상관없는 다른 특수학교들이 애먼 오해를 살 수 있는 소지를 없앴기 때문이다. 신문은 이날부터 해당 학교가 부산맹학교라는 사실을 밝히고, 30일 자(1면 톱)에서 부산시교육청이 가해교사를 비롯해 성추행 관련자 11명에 대해 중징계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가해 교사를 익명 처리한 것에 대해, 과연 그럴 필요성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학교 내 성폭행, 성추행과 같은 범죄행위는 척결돼야 할 것이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이어 국군 사이버사령부 요원들도 정치적 성향의 글을 트위터와 블로그에 올린 것으로 드러나(23일 자 1, 3면) 충격을 주었다. 그런데 기사는 국방부가 중간조사 발표를 통해 밝힌 것을 그대로 전한 것에 불과했다. 물리적으로 어쩔 수 없었다고 본다. 그러나 기사대로 상부의 지시 없이 요원들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 것이라고 하면 이를 믿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특히 군내에서 일어난 사건을 국방부가 조사한들 그 시시비비가 명명백백 밝혀질 수 있을까. 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사설이나 칼럼 등 논평으로 보완됐어야 했다.


▶김해정 : 숨 가쁜 10월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이 터진 연예인 스캔들 탓도 있지만, 더 큰 후폭풍을 가져온 것은 국가기관들의 대선개입 의혹에 관한 정황이 하나둘 드러나고 이를 수사하던 검찰 수사팀장을 수사에서 배제하면서부터다. 국제신문은 매일같이 이어지는 지루한 여야의 공방전을 최대한 객관적인 시선에서 보도하려고 노력했다. 22일 자 1면에선 윤석열 전 수사팀장과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진을 동일한 크기로 실었고, 해당 기사의 제목 역시 '윤 "초기부터 외압"…조 "절차 어긴 항명"'으로 두 의견을 드라이하게 담아냈다. 24일 자 '文 "대선 불공정"…與 "본심 드러내"' 기사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여야 대립을 그저 전달만 하려다 보니 해당 사태에 대한 본질을 정확하게 집어내지 못한 느낌도 들었다.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은 중범죄에 해당되는 만큼 그 심각성과 중요성에 대한 전문가 칼럼이 뒤따랐다면 여론 형성이라는 언론의 의무를 좀 더 주체적으로 행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 부산 대중교통 요금 인상 문제도 관심사였다. 시민의 주머니 사정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리원전 비리와 대선개입이라는 국가적 사안에 밀려 언론의 관심에서 잠시 벗어난 사이 대중교통 요금이 기습적으로 인상됐다. 국제신문도 일부 다뤘지만 좀 더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했다.


▶이국환 : 29일 자 '백양터널 내리막길 10중 추돌사고' 기사를 무심히 읽을 수 없었다. 첫 추돌로 전복된 피해 차량에 가족이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월요일, 황급히 전화를 받고 국제신문 기사부터 찾아보았다. 간략한 사실 전달의 사고 기사였다. 지역의 다른 신문은 사고 내용 전달이 상세했고, '마의 구간'이라 불리는 이곳 도로에 교통시설 보완이 시급하다는 비판 내용도 담았다. 더불어 같은 장소에서 이전에 일어난 교통사고 사례를 보도하며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국제신문은 다음날 국정감사 자료를 토대로 부산이 전국 터널 가운데 교통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역이라고 보도하면서 지형상 터널이 많은 부산의 교통사고 대책을 촉구했다. 부산은 터널 이용 차량이 많고, 전국 물동량의 70%를 처리하면서 트레일러 같은 대형 차량 통행도 잦아 대형사고의 위험이 상존한다. 백양터널 내리막길처럼 도로 구조상 사고가 이어지는 곳의 교통사고라면, 단순 사고기사로 처리하기보다는 당국에 대책을 촉구하는 심층 기사로 보도하는 것이 사고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됐다고 본다.

대체로 정치면을 잘 읽지 않는다. 한국 정치의 수준 탓도 있지만 매일 여러 신문을 읽는 편이라 개인적으로 정치면은 비용 대비 편익이 높지 않다. 그렇다고 정치 동향에 무심할 수는 없어 오피니언면을 늘 읽으며 시대의 흐름을 파악한다. 28일 자 국제칼럼 '프레임 전쟁에만 골몰해서야'는 여야의 저의가 얽힌 최근 정쟁 구도를 명쾌하게 설명했다.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해치는 심각한 문제이다. 정치권이 정파의 이익을 위한 프레임 싸움에 매몰되면 민주주의는 균열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프레임 정치는 관두고 실체적 진실을 밝히라는 칼럼의 견해에 공감한다. 14일 자 시론 '길을 걷는 공원, 동해남부선'은 추천하고 싶은 글이다. 이 글은 시론(時論)이자 시론(詩論)이다. '바다를 품고 달리는 기찻길은 하나의 엽서다', '열차가 다니지 않아도 간이역에는 열차 대신 추억이 정차해 있다' 등의 시적 문장은 유려하며, 필자는 사회과학 전공자답게 동해남부선의 가치를 구체적이고 적절하게 조명하였다. '한 번 철거된 간이역은 복원될 수 없다. 건물은 복사할 수 있어도, 세월의 흔적은 복원할 수 없다'고 적으면서 기찻길의 추억과 지역의 현실 문제를 엮어 여론을 환기한 좋은 글이었다.


▶염정욱 : 10월은 축제의 계절이었다. 국제영화제(BIFF), 불꽃축제 등 부산을 대표하는 양대 축제가 있었고, 동래읍성 역사 축제, 자갈치축제, 구포나루 축제 등 구· 군단위 소규모 축제도 많았다. 10월 1일 자 10면에 '가을 맞은 부산, 축제로 설렌다' 제목의 기사에서 10월 지역 축제를 총망라 보도했다. 부산에서만 10월에 총 27개 축제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런데 기사는 각 축제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 없이 소개 수준에 그쳐 아쉬웠다. 특히 기사가 국제영화제와 바다미술제, 불꽃축제 등 대규모 행사에만 치우치고 구·군 단위의 소규모 축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한 느낌이었다. 언론사 입장에서는 매년 개최되는 축제다 보니 기사로서 비중이 떨어질지 모르나, 독자들은 축제 일정과 프로그램, 참여방법 등에 대한 정보를 요구한다. 원전비리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제어케이블 시험성적서 위조 및 불량 제어케이블 납품으로 인한 국가적 손실이 3조 7000억 원에 달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국제신문은 18일 자 3면에서 원전비리 주범 'JS전선'이 재벌그룹인 LS그룹의 계열사라는 점을 상세히 보도하였고, 28일 자 1면에선 '원전 납품비리 LS그룹에 책임 물어야' 기사를 게재하였다. LS그룹에 대해 법적인 배상책임은 지울 수 없더라도 언론의 힘으로 여론을 조성해 부도덕한 범죄행각을 저지른 대기업이 준엄한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


▶황영우 : 30일 자에 눈에 뛰는 기사가 있었다. 17면 '힘내라! 스타팅 기업'이 그것이다. 28회가 연재될 정도로 장기간에 걸쳐 보도 됐다. 그런데 다소 낮설게 느껴진 것은 보도 간격이 불규칙해서 인것 같다. 많은 기업을 소개하다보니 타이틀에 부합하는 기업을 갈수록 찾기가 힘들었을 것으로 이해한다. 이런 류의 기사는 구직자들한테 좋은 정보가 된다. 우량 중소기업을 발굴하기 힘들다면 그동안 연재되었던 기업들의 '그 이후 상황'을 진단해 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 아닐까 제안해 본다. KOICA(한국국제협력단) 부산지역센터가 지난 5월 개소했다. 그동안 KOICA가 해외 개발도상국 지원 사업을 많이 해 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대학 등 관련 기관을 순회하며 다양한 활동도 하고 있다. 이제 6개월 정도가 지났으니 그 성과에 한번 쯤 관심을 가지는 것도 지역 언론의 역할이라 본다. KOICA 부산지역센터는 지역 대학과 연구기관, 나아가 업체에도 새로운 일거리를 부여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월 한 달 동안 같은 주제로 가장 많이 기사화된 내용은 부산 이전 수도권 공공기관 직원들의 '대연혁신도시 다운계약 의혹'이다. 약 100건 정도가 적발되었다고 하니 유사업종 근무자로서도 민망하다. 지속적으로 보도를 잘 이끌었다. 관련자 중징계와 아울러 전매제한기간 연장 등을 추진한다고 한다. 벌어진 일은 엄중히 따지돼 공공기관 이전의 본질까지는 훼손되지 않기를 희망한다.


▶양위주 : BIFF와 불꽃축제는 10월 부산 행사의 하이라이트이다. BIFF와 관련, 6일 자 '행사 해운대로 모아 경쟁력 높여야'와 'BIFF 태생지인 남포동 홀대 안될 말'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안고 있는 딜레마를 심도 있게 다루었다. 해운대 중심으로 이원화가 고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항재개발·원도심 재생이라는 이슈와 남포동의 역사성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했다. 또한 '낮엔 시끌벅적, 밤엔 적막강산'은 도시 속 섬으로 변하고 있는 영화의전당을 진단했다. 영화의전당에 오래 머물지 않는 이유로 동선과 편의시설 부재를 지적하고 다양한 볼거리 마련 등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러한 문제가 앞으로 어떻게 공론화될지 또한 내년에는 어떻게 해결될지에 대해 기대를 갖게 한다. 부산 가을 산행의 대표적 명승지 승학산의 억새군락지가 사라지고 있음을 지적한 14일 자 '승학산 명물…' 기사는 시의성이 높았다. 원인으로 타 식생의 왕성한 번식과 기후로 인한 생육부진을 지적하면서 억새가 넘실대던 과거 사진과 황량한 현재 사진의 비교를 통해 시각적 효과도 높였다.

정리=장세훈 기자 garisan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