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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국가 대계마저 팽개친 극지硏 이기주의 /장재건

부산 이전 입장 번복, 각본아래 진행 의혹…해양대국 안중 없이 자기 잇속에만 급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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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3-08-07 19:40:30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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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정부가 공공기관 지방이전 추진방침을 발표한 이후 현재까지 100개가 넘는 공공기관의 이전이 진행 중이다. 국가의 기관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작업이 간단하진 않지만 벌써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옛 한국해양연구원)도 이전대상 공공기관이다. 해양과기원은 오는 2015년까지 부산 영도구 동삼동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하지만 해양과기원 부설 극지연구소의 인천 잔류를 놓고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본원인 해양과기원은 부산으로 가더라도 부설기관인 극지연구소는 해양과기원으로부터 분리해 현재 소재지인 인천에 남겠다는 게 요지다.

2년 뒤면 이전을 마쳐야 할 공공기관이 느닷없이 잔류에다 독립 등을 운운하고 있으니 어찌된 일일까. 그간 본지의 집중보도로 드러난 극지연구소의 행보에서 이들이 치밀한 시나리오 아래 인천 잔류 등을 추진해 왔다는 정황이 엿보인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발표된 이후 극지연구소와 본원인 옛 해양연구원이 보였던 일련의 행보를 재구성해보면 이런 의심은 더욱 명확해진다.

정부는 2003년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을 발표하고 2005년 해양연구원을 포함한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을 수립했다. 정부 방침에 따라 해양연구원과 부설 극지연구소는 자체적으로 2007년 7월 '한국해양연구원 지방이전 계획'을 수립했다. 당시 해양연구원과 극지연구소는 '확충되는 국가 대형인프라(쇄빙연구선 및 남극대륙기지)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효과적인 연구활동을 위해 입지는 부산이 적합하다'고 밝히고 있다. 부산 이전에 적극 찬성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고 난 2008년 돌연 이상기류가 감지된다. 극지연구소가 소재한 인천 연수구 출신인 새누리당 현 황우여 대표와 당시 극지연구소장의 수상한 움직임이다. 황 대표는 2008년 10월 국정감사에서 극지연구소 소장을 불러 연구소의 독립 필요성을 거론하며 부산 이전의 부당성을 소장에게 질의했고 소장 또한 맞장구를 친 것이다. 이들 두 사람은 2011년부터 현재까지 '극지포럼'의 공동대표를 지낼 정도로 깊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불과 8개월이 지나 극지연구소는 본격 행동에 나선다. 2009년 6월 본원인 해양연구원에 '지방이전계획서 수정 제출 요청'이라는 공문을 발송한 것이다. 공문에서 극지연구소는 해양연구원 부설 연구기관으로 그 기능과 임무가 분리돼 별도의 독립적 기관으로 운영되고 있고 연구소 임무가 부산시의 해양수산거점도시 육성정책과 차이가 있다며 이전계획서 수정을 교과부에 요청해 달라고 밝히고 있다. 불과 2년 전에 부산 이전이 적합하다던 입장이 뒤바뀐 것이다.

공문을 검토한 해양연구원은 2009년 9월 상급기관인 당시 교과부에 극지연구소의 인천 잔류를 승인해 달라고 요청했고 교과부는 해양연구원의 의견을 수용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 이전 담당 부처인 국토부는 같은해 10월 극지연구소의 이전 제외 방침을 의결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해 11월 황우여 대표는 극지연구소를 해양연구원으로부터 분리해 인천에 잔류시키는 법안을 발의했다.
여기까지가 그간에 벌어진 상황이다. 부산 이전이 적합하다던 연구소는 2년 만에 갑자기 입장을 바꿨고 연구소를 지역구에 둔 의원은 국회에서 이전 부당성을 알린 뒤 관련법안까지 발의했다. 아무리 봐도 잘 짜여진 시나리오 같다.

극지연구소는 인천 잔류의 당위성을 여러 차례 설파했다. 그들의 논리가 어떻든 적극 찬성하던 부산 입지가 갑자기 부적합하다고 돌연 말바꾸기를 한 점에서 그들이 주장해온 당위성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들의 목적은 뚜렷해진다. 기관 이기주의다. 한마디로 수도권에서 부산으로 생활 근거지를 옮기기가 싫은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분리'니, '별도의 독립된 부설기관'이니 하는 말을 갖다붙였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국가 대계다. 극지연구소의 기관 이기주의 앞에 해양대국을 향한 국가 대계는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다.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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