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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가 /강동수

국정원 댓글 사건에 되레 큰소리 치는 여권

정치공작이라고 야당 몰아붙였던 박 대통령, 사태 심각성 직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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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불법댓글 사건에 대한 여권과 일부 보수언론의 대응이 점입가경이다. 별것도 아닌 일에 시비 건다고 적반하장이다. 수사 검사가 운동권 출신이니 어쩌니 하는 색깔론도 어김없이 나왔다. 세상을 떠난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북방한계선) 포기 발언을 했다며 그것부터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물타기에도 나섰다. 자칫 박근혜 정권의 정통성이 손상받을 처지이니 다급한 속내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이런 억지를 부려서야 되겠는가.

댓글 사건의 개요는 알려진 대로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부하직원들을 시켜 야당 후보를 음해하는 댓글을 달게 했다는 게 그 하나다. 엄연히 국정원법·공직선거법 위반이다. 또 하나는 김용판 당시 서울경찰청장이 '국정원의 불법 댓글은 없었다'는 취지로 산하 경찰서에 허위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게 한 것. 물론 형법상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경찰공무원법 위반이다.

그런데 요즘 여권과 보수언론이 해괴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한 신문의 칼럼은 이렇게 썼다. "(국정원 불법댓글 사건을) 국기 문란이라면서 그것만 아니었으면 대선 결과가 바뀌었을 수도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지나치다. 그 댓글에 영향을 받아 투표한 사람이 몇 사람이나 있겠는가." 그 칼럼은 이렇게도 말한다. "오버하고 있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오버라니?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온다. 검찰 수사 결과는 빙산의 일각이란 건 다들 짐작하는 터다. 설사 액면대로라 치자. 금은보화를 털러 갔다가 그릇 하나 훔쳐 나오면 절도죄가 아닌가? 이럴 때 경상도 사람들이 자주 쓰는 말이 있다. 품위 없는 표현이지만 용서해 주시라. '짤긴 똥은 똥이 아니냐.'

좋다. 국정원 댓글 자체는 선거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하자. 그럼 경찰의 허위 발표는 어쩌고? 선거 사흘 전 TV토론에서 박 후보가 수세에 몰린 건 다들 아는 일이다. 그리고 그날 밤 부랴부랴 엉터리 수사발표가 나왔다.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이룬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맹추격할 때다. 최대 쟁점인 '댓글사건'에 국민의 이목이 쏠려 있는 판에 야당의 흑색선전이라는 취지로 허위 발표를 했으니 이게 어찌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건가. 박 후보는 문 후보에게 108만여 표로 이겼다. 만약 문 후보가 55만 표만 더 얻었다면 당락이 바뀐다. 경찰이 공정하게 진실을 밝혔더라도, 하다 못해 수사 발표를 선거 후로 미뤘더라도, 그리고 신문·방송이 발표문을 시커멓게 도배하지 않았더라도 55만 표의 이동이 전혀 없었을 거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이제 와서 선거를 무르자는 소리가 결코 아니다. 엄청난 국기문란을 저지르고도 뻔뻔하게 온갖 구차한 역공을 펼치니까 이런 푸념이라도 해 보는 거다. 53년 전 4·19가 왜 일어났나? 정권이 경찰과 폭력배를 동원해 부정선거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유신 때 중앙정보부가 무소불위로 국민을 감금하고 고문하지 않았나. 수십 년의 저항 끝에 정보기관의 정치 개입을 중단시켰다고 믿었던 터다. 그런데 그게 말짱 도로묵이란 거다. 어떻게 일군 민주주의인데 하루아침에 50년 전으로 후퇴하는 꼴을 보고만 있으란 건가.
박근혜 당시 후보는 비장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지금 난무하는 허위사실이 터무니없는 모략으로 드러난다면 문재인 후보가 책임을 져야 한다.(…) 이 땅에 다시는 음습한 정치공작과 허위비방이 나타나지 못하도록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던 박 대통령은 진실이 밝혀진 지금 무슨 책임을 질 건가. 왜 아무 말도 없는가.

박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한다. 달리 지라는 게 아니다. 국정조사든 뭐든 진상을 철저히 밝히면 된다. 범법자를 확실히 징벌하고 국정원과 경찰을 개혁하면 된다. 자긍심에 상처 입은 국민과 자신이 거칠게 몰아붙였던 당시 야당 후보에게 정중히 사과하면 된다. 이번에 어물쩡 넘어가면 4년6개월 후엔 관권이 더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하고 국정원은 더 은밀하게 불법을 저지를 거다. 정말 그렇게 놔두고 싶은가. 저속한 소리를 한 마디만 더 하겠다. 여권은 '짤긴 똥'이라고 문대고만 있어서 될 일이 아니다. 얼른 씻고 새 옷으로 갈아입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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