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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민달팽이들의 외침 /강동수

등록금보다 무서운 대학생 서울 주거비

고달픈 아이들을 정부와 부산시는 계속 외면만 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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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소재 대학에 아이를 진학시킨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오늘은 좀 현실적인 푸념을 늘어놓겠다. 아이들 주거 문제 말이다. 어쩌다 등록금 비싸기로 손 꼽히는 서울의 사립대에 아이를 보낸 후 연간 천만 원에 가까운 등록금 대기가 벅찼던 게 사실이다. 그나마 1학년 때는 기숙사에 있어 덜했지만 군 복무 중인 아들 놈이 내년에 복학하면 방이라도 한 칸 얻어줘야 할 텐데 하는 걱정에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웬만한 원룸은 보증금 수천만 원에 월세만도 40만~50만 원이라지 않은가. 닭장 같은 고시원도 월 수십만 원은 줘야 한다. 거기에 책값, 생활비까지 더해 보라.

지방 사람이 서울 사람 부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원거리 외국여행을 가려면 KTX 차비 따로 들여 인천공항까지 가야 한다. 웬만한 행사나 회의는 서울에서 열린다. 문화행사는 또 어떤가. 요즘 기자에겐 서울의 대학에 아이를 보낸 서울 사람이 가장 부럽다. 서울 시내 4년제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은 고작 11.8%. 90%의 지방학생은 원룸, 고시원, 자취방 신세다. 서울 소재 대학생 47만 명 중 지방학생은 14만 명, 대다수가 주거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는 셈이다.

고시원은 고시생만 사는 곳이 아니다. 몸만 돌리면 떨어질 것 같은 좁은 침대와 창문조차 없는 1.5~2평 남짓한 고시원에서 사는 학생이 적지 않다. 돈을 아끼려고 그 좁은 방을 둘이 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적지 않은 학생들이 방세 대려고 아르바이트에 시달린다. "시험 보는 날도 알바를 가고, 알바 끝나서야 밤새도록 공부했어요. 그 때문에 학점이 떨어지면 장학금을 못 받죠. 그래서 학비 벌려고 또 휴학을 하고…." 얼마 전 TV에서 본 한 지방 학생의 하소연이다.

그렇다면 최선의 해결책은 무얼까. 기숙사를 크게 늘리는 것이다. 정부도 지난해 서울 홍제동에 연합기숙사를 착공하기는 했다. 일부 사립대학의 기숙사 건립을 지원하기도 한다. 문제는 그게 코끼리 비스킷이라는 데 있다. 요즘 대학들은 적립금은 수백억 원 쌓아놓고 민자 기숙사를 유치하지만 그 비용이 천정부지다. 지난해 통계로 보면 가장 싼 직영 기숙사는 월 17만7000원인데 민자기숙사는 월 39만5000원이었다. 원룸보다야 싸지만 학부모 허리 휘는 건 마찬가지 아닌가. 비싼 등록금이 사회적 화두가 된 건 오래 전이다. 하지만 대학생의 주거 문제는 아직 표면화되지 않았다. 학부모 호주머니에서 돈 나가고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건 똑같다. 지방에서 다른 지방으로 간 경우도 정도의 차는 있지만 괴롭기는 매한가지다.

복지정책이 시대의 화두가 된 지 오래다. 노인 연금, 의료비 보조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박근혜정부는 학생들의 주거 문제에도 관심을 좀 기울여 달라. 이 문제는 교육과 복지가 함께 걸린 문제가 아닌가.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이기도 하다. 싼값의 공공기숙사를 한 번 지어 놓으면 수십 년간 다수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걸 명심할 일이다.

부산시에도 한마디 하겠다. 지금 지자체가 잇따라 수도권에 '장학숙'을 건립하고 있다. 1974년 강원도가 처음 세운 이래 경기, 전남, 전북, 충북, 제주도 등이 자기 고장 출신 학생을 숙식시키고 있다. 전주, 정읍, 고창 등 기초단체도 학숙을 마련했다. 부산만 해도 서울에 유학 가는 학생이 매년 1만~2만 명은 될 게다. 부산시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가. "돈도 없는 주제에 서울로 왜 보내나"하고 혀만 차고 말 건가. 그 학생 중에 장차 부산에 돌아와 일할 사람이 적지 않을 게다. 서울에 터를 잡더라도 고향을 위해 힘을 보태기도 할 거다. 이건 예산 문제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안목과 성의 문제다. 고창군도 하는 장학숙을 왜 부산은 못 한단 말인가. 오페라하우스니 뭐니, 논란 많은 사업에만 돈을 쏟을 게 아니라 미래에 대한 투자도 해 보라. 정 안 되면 국비와 시비를 매칭해 장학숙을 짓자고 정부에 요구해 보라.

서울의 지방 학생들은 자신을 집 없는 민달팽이에 비유한다. 몸뚱이 하나 보호할 껍데기도 없이 맨몸으로 객지에서 부대끼는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이렇게 무관심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들에게 제 한몸 거둘 껍데기를 빌려주어야 한다. 밤낮 없이 아르바이트에 시달리면서 햇볕도 들지 않는 컴컴한 고시원에서 시드는 고달픈 청춘을, 앞으로 우리 세대를 부양할 우리 아이들을 내버려 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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