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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마을만들기, 왜 체계적 시스템 필요한가 /김정아

부산시 조례 제정, 주민참여에 힘 실려 관련단체 조정하는 컨트롤타워 세워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7-17 20:04:07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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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마을만들기 조례가 지난 11일 공포돼 발효를 앞두고 있다. 마을만들기 사업을 총괄하는 부산시 창조도시본부가 출범한 지 2년이 지난 지금, 여기저기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그동안 외면되었던 산복도로의 마을들이 이제 보물로 인식되고 있고 마을만들기 사업의 필요성이나 '주민 참여'의 원칙에서 주민과 행정이 함께 가야 한다는 의식이 당연시되는 변화가 일고 있다. 필자도 주민 참여형 디자인에 대한 관심으로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의 마을계획가라는 생소한 역할을 맡아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마을계획가로서 주민과의 관계에서 정한 원칙은 '주민 스스로' 하게끔 매개 역할을 하자는 것이다. 협의회에서 만나는 주민끼리 사진 몇 장과 지도를 펴 놓고 다소 투박하고 서툴더라도 자신의 생각을 풀어내고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볼 때 현장의 힘과 주인의식이 느껴진다. 아직까지는 마을이 살아 있었다. 창조도시본부와 함께 일하는 서른 명 남짓 되는 마을계획가나 마을활동가들이 주민 사이에 스며들어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며 손을 잡아 주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 이유도 마을이 살아 있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좀 더 생생하고 재미난 마을로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고 절감한 것이 마을만들기 조례 제정이었다. 그동안 마을만들기 사업이 더 큰 성과를 내기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가 사업을 뒷받침할 법규의 미비 때문이었다. 주민 의식이 가능성을 보여 주기는 하지만 주민이 주체적인 역량을 길러 토론과 합의를 통해 주도적으로 일을 진행하게 되기에는 아직은 미약한 상태에 있다. 마을의 문제는 환경 개선, 사랑방 모임, 마을기업 운영 등 종합적인 성격을 띠고 주민의 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져 창조적인 활동으로 이어지기까지 소요되는 비용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은 단기간의 물리적인 성과를 요구하며 개별적으로 지원되는 현행 제도의 틀로는 제대로 대처하기 힘든 경우가 있다. 게다가 국비 의존도가 높아 이니셔티브가 지자체와 주민에게 있기보다는 중앙 정부에 있다. 결국 주민 의식이 성장하여 사업이 원론대로 진행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창조도시본부만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법제, 행정 등의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 마을만들기 조례의 제정으로 어려움의 상당 부분을 해결할 길이 열렸다. 마을만들기 기본 및 시행 계획을 세워 사업을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마을만들기위원회를 두어 계획 수립을 심의하고 중요한 현안을 해결함으로써 개별적으로 지원되는 마을만들기 사업이 어느 정도 통합과 조정이 가능하게 됐다. 그리고 지원센터를 설치해 마을만들기 사업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경험을 축적하며 주민 교육을 통해 주체적인 역량을 기르는 근거도 마련됐다. 이번 조례 제정을 계기로 마을 일꾼들이 자기 마을을 살아 움직이는 마을공동체로 꽃피울 수 있는 시대가 열리기를 희망해 본다.

이 꿈이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1년 단위의 공모에 기반한 사업 형식이 아니라 각 마을 공동체의 필요에 의해 원하는 시기에 사업을 할 수 있는 포괄 지원 시스템을 정부, 국회와 협의해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시의 다른 부서와 구·군에서 시행하는 도시재생이나 마을만들기 관련 사업들을 총괄하고 조정하는 권한을 창조도시본부에 부여하는 것도 검토해 볼 만하다. 마을만들기는 주민의 창의에 힘입어 나아가므로 시와 구, 구와 구의 관련 부서들, 혹은 여러 전문가 집단과 창조계층 등 간의 서로 다른 이해와 아이디어를 조율하고 타협에 이를 수 있는 컨트롤타워의 구축이 필요하다. 마을만들기 위원회나 마을만들기 지원센터의 설치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발 패러다임의 붕괴 이후 등장한 도시재생과 마을만들기의 아이디어가 새롭지만 그 끝은 명확히 알 수는 없다. 우리는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하며, 그 길은 시행착오를 통한 학습의 길이다. 산업화시대의 '빨리빨리' 습관이 몸에 밴 우리는 단기간의 명확한 성과를 벗어나 보다 긴 호흡으로 마을만들기를 통한 도시재생의 길을 가야 한다.

영산대 실내환경디자인 교수·마을계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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