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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칼럼] 유교문화와 술 /신명호

비뚤어진 음주문화 똑바로 세우려면 술 예법 살리든지 술에 관대함 없애야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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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2-06-06 19:07:55
  •  |  본지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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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문화에서 술은 빠질 수 없는 요소이다. 술이 없다면 유교의 예법을 제대로 실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사 후에 조상님들이 주시는 복을 후손들이 받기 위해 행하는 음복(飮福) 역시 술을 매개로 이루어진다. 유교적 사회질서 역시 대부분 술을 매개로 실천된다. 그러니 술이 없다면 유교문화 역시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유교문화는 술에 관대할 수밖에 없다.

조선시대 종묘제사는 최고의 국가의례이자 최고의 유교의례였다. 종묘제사 때 마련되는 제사상 역시 질이나 양에서 당대 최고의 음식문화였다. 그런 종묘제사의 제사상은 크게 찬실(饌實)과 준뢰(樽)로 구성되었는데, 찬실은 음식을 차린 곳이었고 준뢰는 술통을 놓은 곳이었다. 즉 종묘의 제사상은 크게 밥상과 술상으로 나누어졌던 것이다.

종묘제사 때의 술상에는 현주(玄酒), 울창(鬱), 오제(五齊), 삼주(三酒)라고 하는 술들이 차려졌다. 현주는 원초적인 물, 울창은 향초를 섞은 술, 오제는 일차 발효시킨 술, 삼주는 증류시킨 술이었다. 현주, 울창, 오제, 삼주는 물에서 시작해 점차 독하게 발달한 술의 역사를 상징하였다.

제사 때마다 종묘에 모셔진 왕과 왕비의 신령들은 현주부터 삼주까지 종류별로 술을 받아 드셔야 했다. 아무리 신령들이기로 이렇게 다양한 술들을 다 받아 드셔야 한다면 혹 취하시지는 않을까?
동양의 역사에서 술과 관련해 자주 언급되는 인물을 꼽자면 의적(儀狄)과 우(禹) 임금 그리고 주왕(紂王)을 들 수 있다. 의적은 중국 역사상 최초로 지주(旨酒)를 빚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일차 발효시킨 술을 증류시킨 것이 지주였다. 그래서 지주는 맛과 향에서 단연 뛰어났다. 의적은 자신이 빚은 지주를 우 임금에게 바쳤다. 우 임금 역시 지주의 맛과 향에 흠뻑 빠졌다. 그러나 지주의 부작용을 깨달은 우 임금은 술을 끊으면서 "후세에 분명 술 때문에 나라를 망치는 자가 있을 것이다"라고 경계하였다. 우 임금은 술을 끊고 나라 일에 힘써 하(夏) 나라의 건국시조가 되었다.

우임금이 술을 이긴 영웅이었다면 주왕은 술에 진 낙오자였다. 은나라의 마지막 임금인 주왕은 술을 좋아하고 음악에 흠뻑 빠졌으며 여자를 탐했다. 달기라고 하는 애첩을 총애한 주왕은 그녀의 말이라면 무엇이든 따랐다. 주왕은 애첩 달기와 즐기기 위해 술로 연못을 만들고 고기를 매달아 숲처럼 만든 후 남녀들을 벌거벗게 하여 그 안에서 쫓아다니게 하면서 밤새도록 술을 마셨다. 이를 비난하는 사람들을 기름이 칠해진 쇠기둥을 지나가게 하고, 불속에 떨어지는 사람들을 보며 주왕과 달기는 즐거워했다. 결국 주왕은 나라를 잃고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우 임금의 예언대로 주왕은 술 때문에 나라를 망치고 자신도 망쳤던 것이다.

유교문화에서 술은 신령과 통하는 영험한 매개체이다. 하지만 그 술은 자칫 나라를 망치게도 할 수 있는 무서운 물건이다. 영조는 술을 광약(狂藥)이라고 불렀는데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약이란 뜻이다. 영험한 매개체이자 무서운 광약이기도 한 술을 안전하게 쓰기 위해 유교지식인들이 고안한 것이 주례(酒禮)라고 하는 예법이었다. 예법에 맞는 술잔을 이용해 예법에 맞는 절차대로 술을 마시는 것이 주례였다. 예컨대 종묘제사 때 사용되는 술잔을 작(爵)이라고 하였는데, 작에 든 술을 한 번에 다 마시지 못하게 하기 위해 마시는 부분에 주(柱)라고 하는 두 개의 기둥 같은 것을 세웠다. 자신의 주량을 헤아려 조금씩 마시는 것이 유교의 술 예법이었던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술을 따르고 받고 마시는 절차를 복잡다단하게 함으로써 폭음하거나 취하는 일이 없게 하였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유교의 술 예법은 거의 사라졌다. 반면 술에 관대한 유교문화의 잔영은 사라지지 않았다. 설상가상 오늘날의 술은 조선시대에 비해 종류도 훨씬 많고 독하기도 훨씬 더하다. 관대한 술 문화에 광약 같은 독주들이 어울려 미친 문화를 양산하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의 술 문화인 듯하다. 제대로 된 술 문화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유교의 술 예법을 재활용 하던가 아니면 술에 관대한 유교문화의 잔영을 아예 없애버리던가 양자택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부경대 교수·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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