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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칼럼] 소통의 비법 /이성희

자기를 비움으로써 감동 전할 줄 아는 참된 소통 실천할 지도자 만났으면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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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2-05-30 19:46:07
  •  |  본지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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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문제는 분명 우리 시대의 화두이다.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가 교환되는 이 놀라운 시대에 끊임없이 소통이 문제가 되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정치적인 소통의 문제를 텁석 제기할 요량은 아니다. 그런 문제를 제기할 깜냥이 되기에는 애초에 글러 먹은 듯하다. 내게는 내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조차 너무나 벅차니 말이다. 그래서 그저 옛사람들이 전하는 소통의 비법을 한번 뒤적거려볼 뿐이다.

전국시대의 철인 맹자(孟子)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선으로써 남을 복종시키려고 하면(以善服人) 이루어질 수 없다. 선으로써 남을 기른(以善養人) 후에야 천하를 복종시킬 수 있으니, 천하가 마음으로 복종하지 않고서 왕노릇한 자는 있지 않다." 실로 의미심장한 말이다. 비록 내가 선과 정의의 편에 있다할지라도, 그리고 아무리 좋은 취지일지라도 그것이 타자에게 억압적으로 강제될 때 그 선과 좋은 취지는 왜곡되고 훼손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협량한 오만함이 깔려 있다. 여기에 참된 소통은 없다. 그래서 맹자는 선으로써 남을 길러야만 한다고 하였다. 남에게 선을 강요하기 전에 내가 선을 베풀어서 남을 마음으로 감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때 선은 소통된다.

그러나 맹자의 이런 의미심장한 견해도 장자(莊子)에게 오면 조롱거리가 될지도 모르겠다. 장자에는 이런 우화가 나온다. 위나라에 포악한 군주가 있었다. 정의감으로 가득 찬 안회(顔回)가 스승 공자(孔子)에게 가서 자기가 그 폭군을 교화시켜보겠다고 하자 공자는 극구 말리게 된다. 공자가 볼 때, 무엇인가를 가르친다는 오만한 마음으로 그 폭군에게 가면 교화는커녕 자기 목숨도 부지하기 어려울 것이 분명했던 것이다. 안회의 거듭되는 요청에 결국 공자는 진짜 남을 감화시키는 비결을 전수한다. 그것이 유명한 '심재(心齋)'이다. 심재란 내 마음을 깨끗하게 비우는 것을 말한다. '선으로써 남을 기른다'는 맹자의 견해에도 여전히 남보다 내가 우월하다는 의식이 깔려 있다. 장자의 심재란 그러한 의식까지 마음에서 비워야 하는 것이다. 내가 내 마음에 일체의 우월감, 선입견, 편견을 비워버리면 놀랍게도 그 텅 빈 마음속으로 남이 저절로 들어와 감화된다. 진정한 감화와 소통은 강요도 아니고, 우월한 내가 남을 기르는 것도 아니고, 바로 나를 비우는 데서 시작된다. 노래 '가시나무'에서처럼 내 속에 내가 너무 많으면 당신의 쉴 곳이 없다. 쉴 곳을 찾는 어린 새에게도 그곳은 험한 가시나무 숲일 뿐이다. 내 속에 가득 찬 나를 비워내야 한다. 그래야 타자가 내 마음에 들어와 쉴 수 있는 것이다. 좋은 카운슬러는 가르치고 주장하는 자가 아니라 모든 선입견을 버리고 마음을 비워서 남의 말을 들어주는 자인 것이다. 최상의 카운슬러야말로 장자가 말하는 성인(聖人)이다.

요즘 지구 전체를 디지털 소통의 그물망으로 뒤덮고 있는 듯한 인터넷이나 트위터도 끊임없이 자기를 내세우고 자기를 주장하는 도구가 될 때 그것은 소통보다는 서로에게 상처가 되기 쉽다. 그리하여 불신의 도구가 되고 칼보다 예리한 살상의 위험한 도구가 될지도 모른다. 참된 소통은 주장이나 논리가 아니라 감동에서 온다. 맹자가 말하는 '마음으로 복종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감동은 나를 비우는 데서 시작한다.
한의학에서 수족의 마비를 불인(不仁)이라고 하는데 그 마비를 풀고 생명의 기운을 소통시키는 사람이 인자(仁者)이며 의사이다. 마찬가지로 사회의 불인(마비)을 풀고 생명의 기운을 소통시키는 인자가 참다운 정치지도자가 아니겠는가. 맹자와 장자의 말을 한번 섞어본다면 '자기를 비우지 않고서 왕노릇할 자는 있지 않다'.

인류학자들의 보고에 따르면 아메리카 인디언의 추장은 끊임없이 자기의 것을 남에게 '증여하는 자'이며, 말의 소통을 통해 평화를 유지하는 자라고 한다. 그래서 그는 그 부족 중에 가장 가난하다. 너무 곰팡이 냄새나는 옛이야기들인가? 비록 그럴지라도 또 다시 다가올 정치의 시즌을 앞두고, 왠지 마음이 심상찮은 5월의 마지막 날에 그런 지도자를 꿈꾸어 본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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