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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프리즘] 정치의 계절, 우리의 선택 /유일선

'양극화의 원인'가설, 개인 노동생산성보다 정치영역이 설득력…유권자 판단에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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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2-03-25 19:55:59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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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마을에 술집이 하나 있다. 평범한 이들이 피곤한 일상을 마치고 한잔하는 곳이다. 여기에 이건희 회장과 정몽구 회장이 들어섰다. 술집 안에 있는 사람의 평균소득이 갑자기 몇 백 배 증가한다. 두 사람 덕분에 나머지 사람들도 덩달아 수입이 늘어난 것일까? 뭔가 이상하다.

이런 특별한 경우를 대비하여 '평균소득'과는 다른 '중위소득'이 더 의미를 갖는다. 중위소득이란 모든 가구를 소득에 따라 한 줄로 세웠을 때 가운데 위치한 가구의 소득을 말한다. 이것을 기준으로 사회의 중산층 비율을 구하고 특히 소득불균형을 측정할 때 주요지표가 된다. OECD는 보통 중위소득의 앞뒤 50%에 해당되는 소득의 가구를 중산층으로 분류한다. 우리나라 작년 2인 이상 가구 중위소득은 월 350만 원이므로 월소득 175만 원에서 525만 원인 가구가 중산층에 해당된다는 말이다. 2006년 현재 한국의 중산층 비율은 OECD 21개국 중 18위(58.9%)이다. 덴마크가 77.5%로 가장 높았고 같은 북유럽 국가군인 스웨덴 76.9%, 노르웨이 75.9%, 네덜란드가 72% 순으로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들과 비교하면 우리 사회는 가히 '중산층의 붕괴'라 부를 만하다. 중산층이 붕괴하니 빈곤층이 확대된다.

이런 양극화의 원인은 무엇일까? 하나의 가설은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양질의 기술을 습득한 노동자와 그렇지 못한 노동자 사이에 생산성 차이가 생겨나고 이에 따라 소득격차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노동생산성이 임금수준을 결정한다는 논리다. 이 가설대로라면 잘 살기 위해서는 자신의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된다. 끊임없이 자기개발을 하고 기술과 지식을 획득해야 한다. 가난한 자는 개발의 노력을 태만히 한 것이고 가난은 자기 행동의 결과이므로 누구를 탓할 수 없다. 빈부격차는 불가피하다. 신자유주의적 가치가 드러나는 논리이다.

또 하나의 가설은 노동 생산성보다 시장을 둘러싼 제도나 정부정책과 사회규범처럼 그 사회의 시장 외적 기제가 임금수준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가령 소득세율이 어느 정도인가. 상속세나 증여세의 비율은. 복지는 어느 정도 광범위한가.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은 어느 선까지 용인되는가. 실업대책, 육아정책, 주택정책 등은 어떻게 운용되는가. 이런 사회적인 요소들이 소득분배에 더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런 전제에서라면 소득불균형 문제는 개인 선택보다는 공공 선택의 영역이 되므로 정치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여기에는 케인즈주의적 사고가 배어있다.

어느 가설이 더 옳은가. 미국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만은 첫 번째 가설의 신뢰성에 의문을 표시한다. CEO·교사들은 비교적 고학력자들로 석사학위를 소지한 사람이 많다. 그러나 1973년 이후 CEO들의 소득이 30배에서 300배까지 증가하는 동안 교사 소득의 증가폭은 크지 않았다. 전자의 가설이 옳다면 개인의 기술과 지식, 노동생산성이 임금에 그대로 반영되어야 하는데 말이다. 해마다 안철수 교수보다 더 많이 재산을 늘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사장은 어떤가. 그들의 소득은 노동생산성을 정확히 반영한 것일까.

몇 년 전까지 우리 사회는 첫 번째 가설을 지지하는 분위기였다. 자기개발서가 붐을 이루고 어학교재가 불티나게 팔렸다. IMF 환란 이후 세계의 신자유주의적 물결에 동참할 수밖에 없었던 여파이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사는 것은 더 팍팍해졌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법인세 감세조치, 고환율정책 등의 재벌우선정책에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의 재산 많은 이에게 유리한 일련의 조치는 없는 이들의 삶을 더 열악하게 한다. 뉴욕의 아큐파이(Occupy) 시위대처럼 격렬히 외치지는 않지만 지금쯤 많은 사람들이 '이게 어쩜 개인의 잘못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는 것 같다.
올해는 정치의 해다. 총선과 대선이 함께 이루어진다. 어느 가설을 지지하느냐, 즉 양극화의 원인을 개인에게서 찾는가, 정치에서 찾는가 유권자의 판단에 따라 앞으로 4, 5년 우리 삶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한국해양대 국제무역경제학부 교수

※사외 필자의 견해는 본지의 제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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