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을 앞두고 전 국민의 관심은 어느새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 문재인 후보와 이화여대 졸업 후 한동안 청년실업의 고통을 겪다 짧은 직장경험을 하며 번 돈 3000만 원으로 깨끗한 정치의 새 바람을 일으키겠다며 도전장을 던진 정치초년생인 27세 처녀 손수조 후보 간에 승부를 벌이는 부산 사상구에 쏠리고 있다.
손 후보가 출사표를 던진 그날부터 그의 도전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며 그를 공천하면 무모한 공천이라고 비난하는 여론도 있었지만, 손 후보는 부지런히 지역구민을 만나 그들의 얘기를 듣고 자신의 얘기를 전달해 계란으로 바위를 깨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결연한 자세더니 비례대표 후보라는 쉬운 길을 마다하고 사상 지역구 도전을 결행해 여당의 공천을 받아냈다.
월초 국제신문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서 문 후보가 25.9%포인트 차이로 여유있는 격차를 보였으나 며칠 뒤 한국일보 여론조사에서는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18.8%포인트 차이로 좁혀졌고, 최근 부산일보 여론조사에선 손 후보가 39.6%의 지지율을 얻어 47.9%를 얻은 문 후보와 불과 8.3%포인트 격차의 오차범위 내로 따라붙었다.
당초 10%도 안 되던 지지율이 어떻게 이렇게 올라갔으며, 과연 그는 골리앗을 물리친 다윗이 될 것인가. 관전 포인트는 그가 문 후보에 이길 승산이 적고, 선거운동비용도 3000만 원에 온 가족이 달려들어 선거운동을 벌이는 약자라는 점에서 오는 '약자효과'(underdog effect) 혹은 신데렐라 효과가 작동할 것인가에 있다.
심리학자들은 스포츠나 정치, 그리고 비지니스 분야에서 이길 승산이 적고 이기는 데 필요한 자원이 부족한 사람이나 그룹을 약자(underdog)로 보고, 사람들은 공평성 욕구를 기반으로 하는 정의구현이라는 관점에서 생긴 불만으로 약자를 지지하며 이런 현상을 '약자효과'라 부른다. 그래서 사람들은 1980년 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게임에서 무적의 소련팀과 붙은 아마추어 미국팀과 나이든 복서 록키 발보아에 열광한다는 것이다. '남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이라는 마음' 또한 약자효과를 일으키며, 이 마음은 약자가 승리하길 바라기보다 강자(top-dog)가 패배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비록 자신은 선거에 패배해도 라이벌 후보가 지면 즐거워하고, 자신이 지지하는 팀은 이미 결승진출이 불가능하지만 라이벌 팀이 결승진출을 못하도록 그 팀과의 경기를 열렬히 응원하는 것이다. 1948년 트루먼 대통령과 듀위 뉴욕주지사 간의 선거는 트루먼의 약세가 예견됐기에 약자로서 역전승했고, 2004년 부시 대통령의 재선성공은 유권자의 3분의 2가 그를 약자로 봤기 때문에 가능했다.
손 후보는 문 후보보다 인지도도 낮고, 경험도 부족하고, 재정적으로도 비교되지 않는 열세에 있고 또한, 트럭 운전사인 아버지와 보험설계사인 어머니를 둔 서민출신이라는 점에서 적지 않은 지역구민으로부터 감정이입을 얻을 수 있었다. 사람들이 불가능한 일이 일어나기를 원하는 것은 신데렐라의 탄생 자체를 위해서가 아니라 가능성의 전이를 통해 약자의 삶을 살고 있는 그들 자신의 삶에 의미를 찾기 때문이다.
일방적 게임은 사람들을 불편하고 불공평하게 느끼도록 하며 그러한 불공평 혐오감정이 약자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이러한 감정은 인간에 고유한 것이 아니라 침팬지, 오랑우탄, 개 등 동물에서도 볼 수 있다. 또, 이러한 현상은 미국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일본 등지에서도 볼 수 있는 글로벌 현상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사상을 들러 길을 꽉 메운 수많은 인파에 둘러 쌓인 채 손 후보를 격려해 두 후보 간 격차는 더욱 좁혀질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동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한 조사는 문 후보가 43.5%, 손 후보가 27.5%로 격차는 오히려 16.0%포인트로 벌어져 많은 사람을 의아하게 한다. 그러나 약자효과를 이해한다면 그것은 당연한 결과다. 박 위원장의 사상 방문은 손 후보의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으나 손 후보가 가진 약자효과를 약화시킴으로써 문 후보와 격차가 오히려 커진 것이다.
앞으로 남은 선거기간 손 후보의 대응에 따라 그는 신데렐라로 탄생하거나 한낱 계란이 되거나 할 것이다.
인베스트코리아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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