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업체의 가격 인상으로 촉발된 레미콘 조업 중단 사태가 한고비를 넘기는 양상이다.

시멘트-레미콘-건설업계는 지난 24일 열린 3자 협상에서 시멘트 가격 인상폭을 줄이고 레미콘 가격 인상폭을 확대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레미콘 업계는 지난 25일부터 레미콘 가동을 재개했다. 27일 열리는 네 번째 협상에서 이견이 좁혀져 최종 타결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번 사태 해결의 뒤에는 정부의 압력이 있었다. 이 문제를 더 좌시하다간 걷잡을 수 없는 사태에 빠질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해마다 반복되는 이들 삼자 간 갈등을 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문제를 보는 듯하다.

시멘트 회사는 상대적으로 대기업이다. 대기업 계열사이거나 외국계 회사이다. 건설업체와 레미콘 회사를 비교해보면 역시 후자가 '을'이다.

그러니 항상 손해를 보는 쪽은 레미콘 회사다. 물론 레미콘 회사도 대기업 계열사인 경우도 다수 있다. 이번에 조업 중단을 주도한 곳은 전국 750여 개 중소레미콘 회사들로 구성된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다.

"시멘트 가격 인상을 선포한 다음 달 대금 결제 때 인상분을 반영해주지 않으면 시멘트 회사는 바로 공급을 중단합니다. 전체 레미콘 제품 가운데 시멘트가 차지하는 절대 비중을 고려하면 끽소리할 수도 없습니다." 한 지역 레미콘 회사 대표의 하소연은 이들 사이의 관계를 잘 드러내준다.

정부가 중재에 나섰지만 이미 예고된 사안이고 보면 뒤늦은 감이 있다. 이들 삼자에 문제 해결을 맡겨둔다면 결론은 뻔하지 않는가. 정부는 이 같은 대기업의 횡포에 언제까지 눈을 감을 텐가. 상생을 구호로만 외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지난해 시멘트 회사의 가격 인상에 부산의 2개 레미콘 회사가 문을 닫았다. 시멘트값 인상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다 결국 쓰러졌다. 얼마나 많은 레미콘 회사가 쓰러져야 정부는 행동에 나설건가. 해마다 반복되는 그림이 이제 지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