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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장산마루를 열어라! /박창희

군사적 소임 다한 해운대 장산 꼭대기, 군이 통큰 결단 내려 시민에게 돌려줘야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10-12 19:51:33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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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에 장산(
山)이 있다. 아니다, 말을 바꾸자. 장산 아래에 해운대가 있다. 더 크게 보면, 장산 줄기가 수영강과 수영만, 해운대와 기장의 해안선까지 뻗쳐 있다. 해운대 신시가지도 장산 자락을 파고 들어앉았다. 믿기 어렵다면 인터넷의 구글어스를 돌려보라. 장산 자락에 다붓다붓 모여 사는 해운대와 신시가지를 볼 수 있으니까.

구글어스 지도를 키워본다. 장산 정상을 향해 임도를 따라 커서를 옮긴다. 산 중턱쯤에 헬기장 하나가 선명하게 잡힌다(이 일대가 공군부대다). 임도를 따라 정상으로 다가간다(공군부대에서 정상까지 실제 거리는 200m쯤 된다).

정상에도 이런저런 시설이 보인다(국군 통신소와 민간 통신시설 따위다). 정상 부근에 타원형의 검은 테두리가 있다. 빙글빙글 돌려 살펴보니 철조망이 둘러쳐져 있다. 규모가 상당하다. 안쪽에는 군 막사 건물 몇 동과 철거된 듯한 시설물이 보인다(이곳이 한미연합사 부산통신소 부지다).

과거 군사기밀이라 할 수 있는 군부대 위치 정보를 구글어스가 다 보여주고 있다. 이미지 제공 날짜가 2009년 3월 17일이다. 장산 꼭대기에 있는 이런저런 군부대 정보가 더는 비밀이 되지 않는 시대다. 하고 보면, 장산 꼭대기를 둘러싸고 있는 철조망에 나붙은 '접근불가' '사진촬영금지' 같은 경고 문구가 차라리 무색해진다.

장산은 오늘도 머리가 무겁다. 산마루에 군 시설 및 통신장비를 잔뜩 지고 있는 탓이다. 철조망이 둘러쳐져 일반인은 들어갈 수도 없다. 그래선지 몇 가지 오해가 떠돈다. 장산 꼭대기에 공군 미사일부대가 있다, 미군 레이더기지가 있다, 지뢰가 있다는 따위의 말들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모두 사실과 다르다. 구글어스에서 확인했듯, 공군 미사일부대는 정상에서 한참 떨어져 있고, 지뢰는 거의 제거됐다고 한다. 미군 레이더기지는 몇 년 전 철수해 무인시스템만 가동되고 있다. 그런데도 미군은 자그마치 9만1200㎡(약 2만7000평)의 부지를 점유하고 있다. 많은 시설물이 철거됐으나 일부는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이 때문에 산지 환경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

'장산마루를 시민에 돌려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나, 군 당국은 아직 이렇다할 반응이 없다. 오히려 언론과 시민사회의 움직임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낌새다. 그럴만도 하다. 60여 년 간 굳게 걸어잠근 문이 쉽게 열리길 기대할 수는 없다. 국가안보와 군사보호구역이란 기능과 임무를 과소평가해서도 안 된다. 게다가 이곳은 미군이 관련돼 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고, 장산 꼭대기의 전략적·군사적 역할과 임무가 달라졌다. 사람도 없는 미군 레이더기지를 위해 장산 꼭대기 전부가 왜 갇혀 있어야 하는가. 시민들의 정상 개방 요구는 뒤늦은 자각의 발로다. 장산을 장산답게 지키고 보전하겠다는 열망의 소산이다.

장산은 해운대의 주산(主山)이면서 부산의 어머니 같은 존재다. 해발 634m로 그리 높지는 않지만, 기상이 넘치고 기운이 우렁차다. 장산이 품은 역사, 문화, 생태, 지리, 삶의 이야기들도 풍성하기 그지없다. 장산 기슭의 구석기 유적부터 삼한시대의 장산국, 조선시대의 봉산(封山·조정이 관리하던 산), 현대의 군사구역까지 장산의 역사는 그대로 부산이 걸어온 역정이다. 이곳에 온존하는 천제단과 마고당은 아주 독특한 전승 자료다. 이를 한민족의 시원적 자취로 이해하는 고고학자도 있다.

장산의 현대사 1편은 군 당국이 썼다. 지금 그 2편, 새로운 역사의 한 페이지가 써지려는 참이다. 누가 쓸 것인가. 군 당국 스스로 결단을 통해 장산 꼭대기를 열어 시민들을 맞는 아름다운 장면을 생각해 본다. 그게 아니라면, 시민의 힘이 시대의 녹슨 철조망을 걷어내는 수순이 남는다.
오는 16일 오전 11시 장산 꼭대기에서 제13회 장산제(해운대를 사랑하는 모임 주최)가 열린다. 1년에 딱 하루 장산 꼭대기가 열리는 날이다. 함께 참여해 함성이라도 질러보고 싶다. 바라건대, 이날 산제(山祭)가 민과 군의 아름다운 소통의 자리가 되길 희망한다.

부국장 · 기획탐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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