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시론] 왕따에의 도전 /조현

불안감 잠재우기 차원, 집단의 울타리 만들어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8-02 20:48:23
  •  |  본지 26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전문 교직과목  신설해 폐해·부당성 교육부터


언어 인류학자인 에드워드 사피에르는 "언어의 형식에 관한 한 플라톤과 마케도니아의 양돈가가 함께 걸어가고 공자와 아쌈의 머리 사냥꾼인 야만인이 함께 걷는다"라는 말을 했다. 인류가 사용하는 언어의 자연발생적 보편성을 나타낸 말이다. 이 비유는 집단 따돌림, 곧 '왕따'에도 정확하게 적용된다. 인류가 무리 생활을 할 때부터 인종과 지역, 그리고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왕따는 있어 왔다. 트로이 전쟁도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한, 그래서 왕따를 당해 화가 치밀어 오른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일부러 남긴 황금사과 때문에 일어났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나라의 어느 직장과 미국의 이름 모를 고등학교를 비롯하여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라면 어김없이 왕따가 일어나고 있다.

우리 모두는 가해자의 입장이든, 피해자의 입장이든, 왕따를 경험하고 있다. 그 형태와 정도도 매우 다양하여 은밀스레 수군거리며 힐끔거리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노골적으로 위해를 가하는 경우도 있다. 직장에서 동료와 상사들이 특정인의 존재를 일부러 무시하거나 또는 점심시간에 자기들끼리만 몰려나가는 사소한 경우들도 왕따의 한 형태이며 조직 폭력배들의 어설픈 의리 타령도 왕따의 또 다른 형태이다.

왕따 안에 숨겨진 모티브는 한마디로 불안감과 비겁함이라 할 수 있다.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우리는 안전한 울타리를 만들어 놓고 그 안에 있다는 사실에서 안도감을 느낀다. 그런데 울타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집단이 필요하고 동시에 이 집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희생양이 필요하다. 2차대전 시 유태인은 그 시대의 불안한 독일인들을 결집시키기 위한 좋은 희생양이었다. 만일 유태인들이 없었다면 그들은 반드시 다른 희생양을 찾아냈을 것이다.

왕따 가운데에서도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학교에서의 왕따이다. 물론 성인의 경우에도 왕따를 당하는 사람이 받는 고통과 피해는 심각하지만 나름대로 방어를 할 수 있는 전략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학교에서의 왕따는 성인사회에 비교할 수 없이 심각하다. 청소년들의 민감한 정서적 반응, 형성 중인 자아의식 때문에 왕따가 주는 폐해는 본인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커다란 피해를 주게 된다. 성인 사회에서 왕따가 되는 이유는 유치하나마 그런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청소년 사회에서는 뚜렷한 이유도 없이 한순간에 왕따가 되는 경우가 많다. 또 청소년 사회에서의 왕따는 가해자들이 자신들의 행동을 반추하거나 제어하지 못하기 때문에 괴롭힘의 정도는 도를 지나쳐 잔인함에 이르게 되고 피해자로 하여금 포기함이나 비굴해짐, 특히 분노를 유발하게 한다.

분노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런데 왕따의 경우에 느끼는 분노는 자아 가치의 보존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타인에게 거부를 당하거나 무가치한 존재로 취급당할 때, 그리고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분노를 느낀다. 모욕당했다고 생각될 때 강한 분노를 경험하면서 보복을 하려는 충동을 갖는다. 때때로 자신을 모욕한 사람을 공격해야만 상처받은 자신의 자아가 온전하게 복구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최근, 불행히도 우리는 이러한 예를 경험하였다.

이제 우리는 사회의 병적 현상인 왕따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왕따가 인간의 어쩔 수 없는 추한 속성의 하나라 하더라도 이대로 놔둘 수는 없다. 그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대처방법은 교육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에서부터 왕따의 폐해를 끊임없이 가르침과 아울러 건강한 인간관계를 가르친다면 왕따가 근절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왕따를 부끄러운 행동으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선생님이 되기 위한 교직과목에 어떠한 방법 또는 명칭이 되든 간에 왕따 문제에 초점을 맞춘 전문 과목을 신설할 것을 제안한다. 아울러 아이들에게 낙관적이며 긍정적이고 개방적인 사고 방식을 심어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시행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사고 방식은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왕따로부터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것이다.

왕따 - 참으로 퇴행적이고 부끄러운 단어이다. 우리가 왕따로부터 완전히 자유스럽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경계하고 극복하도록 노력하자. 이러한 노력은 결국 우리 자신과 우리의 아이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가져다 줄 것이다.

인제대 보건과학정보硏소장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건강한 부산을 위한 시민행동 프로젝트
많이 본 뉴스 RSS
  •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부울경 국회의원에 듣는다
민홍철 국방위원회 민주당 간사
부울경 국회의원에 듣는다
이채익 행안위 한국당 간사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한반도 비핵화’ 탈출로 찾아내야 할 평양 정상회담
어른들은 모르는 방탄소년단의 ‘방탄’세상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활력이 넘치는 교토의 특별한 비밀
부산에 누워 있는 에펠탑이 있습니다
기고 [전체보기]
‘Going Together’ 캠페인으로 선진 정치문화를 /이대규
리차드 위트컴 장군과 세계시민정신 /강석환
기자수첩 [전체보기]
‘김지영 논란’ 유감 /이승륜
한국당 부산의원, 더 반성해야 /정옥재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생활 SOC: 천사도 디테일에 있다
한여름의 몽상: 부산의 다리들이 가리키는 ‘길’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미스터 션샤인’ 오해
통일 vs 평화공존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김경수·오거돈 선거공약 1호 운명은? /김희국
시, 독립투사 발굴 앞장서야 /유정환
도청도설 [전체보기]
폼페이오 추석 인사
백두에 선 남북 정상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고요한 물
폭서(暴暑)와 피서(避暑)
박무성 칼럼 [전체보기]
‘밥 한 공기 300원’의 미래
교육부가 만드는 ‘대학 살생부’
박창희 칼럼 [전체보기]
서부산 신도시, 누구를 위한 것인가
사설 [전체보기]
공급 확대로 선회한 주택정책, 지방은 뭔가
법원행정처 폐지 사법부 개혁의 시작일 뿐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국민연금 개혁, 공론조사가 필요하다
지금 ‘복지국가 뉴딜’이 필요하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미친 집값과 서울 황폐화론
포스트 노회찬, 정의당만의 몫일까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