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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바람만이 아는 대답 /정지창

쌍용차 해고자 사망, 한진重 사태 외면…기득권층 뿐일까 우리 모두 애써 못본척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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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1-06-22 20:42:17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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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의 명곡 '바람만이 아는 대답'(Blowin' in the Wind)은 도합 아홉 개의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절마다 3개씩의 질문이 나오는데 "친구여 그 대답은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있어. 바람만이 그 답을 알고 있지"라는 후렴이 따른다.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 내려가야 그를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흰 비둘기는 얼마나 많은 바다를 날아가야 모래밭에서 편히 쉴 수 있을까? 대포알은 얼마나 많이 날아가야 영원히 금지될까?" 첫 번째 질문은 사람 취급을 못 받는 흑인들의 처지를 연상케 하지만, 다음 질문들은 전쟁과 평화에 관한 인류의 오랜 의문을 재확인한다.

"산은 얼마나 오래 돼야 바다로 씻겨갈까? 어떤 사람들은 얼마나 있어야 자유로워질까? 사람은 얼마나 여러 번 못 본 척 고개를 돌릴 수 있을까?" 동해물이 마르고 닳도록 자유를 빼앗기고 고통 속에 신음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존재한다. 그렇지만 그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은 정치인과 관료와 검찰만이 아니다.

"우리는 얼마나 여러 번 위를 쳐다보아야 진정 하늘을 볼 수 있을까? 우리는 사람들의 울음소리를 듣기까지 얼마나 많은 귀를 가져야 할까?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걸 알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 하나?" 쌍용차 해고자들이 13명이나 죽어나가고 한진중공업 해고 노동자들을 위해 연약한 여성이 고공 크레인에서 아무리 절규를 해도 정치인과 기업주와 관리들은 못 본 척 외면하며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온갖 논리와 미사여구를 동원한다.

노래란 무엇인가. 가사(노랫말)에 곡을 붙여 부르는 것이 노래라고 할 수 있다. 좋은 노래란 향기로운 가사와 감칠 맛 나는 곡과 훌륭한 노래솜씨가 어우러져야 완성되는 것이다. 노래란 참으로 묘한 것이어서 노래의 3가지 요소 가운데 어느 하나가 모자라도 사람들은 각자의 취향에 따라 그 노래를 좋아해서 즐겨 듣거나 무심결에 흥얼거리기도 한다. '바람만이 아는 대답'의 경우에도 1963년 피터 폴 앤드 메리가 부른 첫 음반이 첫 주에 30만 장이나 팔렸지만, 직후에 나온 밥 딜런의 음반은 그보다 덜 팔렸다. 이 노래는 그후 엘비스 프레슬리와 조앤 바에즈(영화 '포레스트 검프'에 나온다), 스티비 원더, 마를렌 디트리히(독일어판 제목은 '바람이 아는 대답'이다), 나나 무스꾸리 등 수많은 가수들이 불렀지만, 나는 거친 목소리로 음정과 박자를 무시하고 기분 내키는 대로 부르는 듯한 밥 딜런의 노래를 좋아하는 편이다.

성량이 크고 음색이 곱고 발성의 기교가 뛰어난 가수가 부른다고 좋은 노래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가령 존 레논의 '이매진' 같은 노래를 가수의 노래솜씨로만 판정하면 '나는 가수다' 같은 경선 프로에서는 십중팔구 탈락할 것이 분명하다. '세시봉 친구들' 가운데서도 노래솜씨로만 본다면 이장희 같은 가수는 청중 평가단의 외면을 받기 십상이다. 그러나 그의 진정한 매력은 구어체의 노랫말과 가슴을 흔드는 비트와 감미로운 선율, 진솔하게 내지르는 거친 발성에 있다.

다시 '바람만이 아는 대답'으로 돌아가자. 이 노래의 매력은 이 후렴구의 알듯 모를 듯한 메시지에 있다. 9가지의 의문에 대한 대답은 바람 속에 흩어져 날아갈 뿐, 무엇인지 분명히 손에 잡히지 않는 듯하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 대답은 하늘이나 바다, 산, 바람처럼 이미 너무도 분명하게 드러나 있지만 우리가 그것을 외면하고 있을 뿐이 아닌가. 밥 딜런의 노랫말은 여기서 평범한 가사의 차원에서 시적 차원으로 상승한다.
21살의 풋내기 청년 밥 딜런이 10분 만에 가사를 쓰고 흑인 영가의 곡조에 얹어 만든 이 노래는 이후 흑인 민권운동과 베트남전 반대운동, 이라크전 반대운동의 주제가로 전 세계인의 애창곡이 되었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스리랑카는 1975년 영어교과서에 셰익스피어의 시 대신에 이 노랫말을 수록했고, 미국 몇몇 대학의 영시 교재에도 밥 딜런의 노랫말들이 사용되고 있다. 그는 가수로는 유일하게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여러 차례 추천되었다.

우리는 왜 남의 고통에 무감각하여 못 본 척, 못 들은 척 살아갈까? 아깝게 '나가수'에서 자진사퇴한 김동욱이 부른 노래, '조율'의 노랫말처럼 잠자는 하늘님이 깨어 일어나 조율 한번 해주시길 기원하자.

영남대 독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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