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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저축은행 비리와 '4년차 증후군' /신율

과거·현재·미래의 권력 망라된 로비, 항상 집권 말기면 터지는 이유는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6-12 21:22:30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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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저축은행과 삼화저축은행 비리로 온 나라가 들끓는다. 두 경우 모두 서민들의 돈을 가져다가 해괴망측한 일을 저질렀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이것 말고도 다수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존재한다. 먼저 차이점을 말하자면 이렇다. 부산저축은행의 경우는 주로 로비의 타깃이 금융당국과 감사원에 집중됐다면, 삼화저축은행은 정치권에 집중됐다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런 차이는 표면적일 뿐, 여기서도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두 경우 모두 로비 대상이 정치권이든 아니면 감사원 혹은 금융당국이든 간에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등장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정말 화려하다.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BBK 대책팀장을 했던 현 정권의 핵심 실세 은진수 전 감사위원도 그렇고 삼화저축은행에서 거론되는 정치인들도 그렇다. 특히 박근혜 전 대표의 동생 지만 씨와 그의 부인도 있는데, 이들의 연관성은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어쨌든 로비 대상에는 과거, 현재, 미래 권력이 망라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과거도 마찬가지였지만 항상 집권 4년차에는 이런 사건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른바 '4년차 증후군'이라고 불리는 이런 현상은, 왜 집권 말기에 나타나는 걸까? 나름대로 그 이유를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은 원인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근본적인 원인으로 동아시아 부패 현상의 특징 중 하나인 연고주의 혹은 가족주의를 들 수 있다. 권력을 잡고나면 연고가 있는 인사들을 권력의 핵심에 포진시켜 이들에게 권력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하는데 이것이 부패의 근본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연고 중심의 권력 포진은 권력이 약화되면 흔들릴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집단이 와해되면 이른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발생한다. 권력이 생생할 때는 드러나지 않았던 비리가 책임전가 혹은 내부고발 등의 형태로 드러나게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원인으로는 이른바 검찰 등 권력기관의 사유화를 들 수 있다. 어느 정권이든 정권을 잡고나면 검찰과 같은 '행정 권력'을 사유화하려고 한다. 이런 장악 시도를 통해 집권 초기 검찰은 정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게 되고, 그래서 권력층의 비리를 파헤칠 수 없거나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지게 된다. 하지만 정권 말기가 되면 검찰이 더 이상 권력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질 뿐 아니라 미래 권력을 생각하며 일단 자기 조직을 보호하려는 이른바 '자기조직 보호본능'이 나타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권력형 비리를 비교적 철저히 파헤치게 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4년차 이상에서는 이런 권력형 비리가 자주 드러나게 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권력 초기에 이런 비리를 잡았더라면 그다지 큰 문제로 비화되지 않을 수 있었던 사안을 권력의 압력 때문에 오히려 사건을 키워서 잡는 꼴이 되는 일이 정권마다 반복된다. 결국 이런 원인들은 누르는 힘이 없어지면 빵 터져버리는 압력솥과 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4년차 증후군을 없애려면 정권을 잡은 초기부터 권력기관을 장악하려 하지 말고 행정부의 독립성을 지키려 노력하면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연고주의에 입각한 논공행상 차원의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하고 균형 잡힌 인사를 하면 되는 것이다. 얼핏 간단해 보이지만 권력을 막상 잡고 나면 상당히 어려운 모양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지적하고 싶은 점은 박근혜 전 대표의 경우 대선을 치르기 전임에도 벌써부터 이런 불미스러운 사건에 친·인척의 이름이 오르내린다는 사실을 심각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박 전 대표를 이미 권력자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사회에 존재한다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인데 이런 분위기를 불식시키지 못하면 정치적 미래가 상당히 험난하게 될 수 있다.
어쨌든 다음번 정권에서는 이런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진정한 공정사회는 이런 부패의 척결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 정권은 일하는 정부에서 레임덕은 없다고 외치기 전에 지금의 상황에 대한 처절한 반성부터 해야 할 것이다. 영원한 권력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현재의 권력이나 미래 권력을 꿈꾸는 모든 이들은 명심해야 한다.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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