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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오월에 생각하는 네트워크 /김충락

아낌없이 주기만 하는 부모와 스승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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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1-05-02 20:46:10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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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어떤 물체 또는 개체의 위치를 점으로 표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 물체가 일차원(선분), 이차원(평면) 또는 삼차원(공간) - 그 이상의 차원도 관계 없다 - 그 어떤 차원에 존재하든 위치는 점으로 표현할 수 있다. 따라서 여러 개의 물체가 있다면 여러 개의 점으로 표현할 수 있고, 그 물체들 간에 어떤 관계가 있다면 흔히 점과 점을 선으로 연결한다. 그 관계가 강하면 굵은 선으로, 약하면 가는 선으로…. 또한 갑이란 점이 을이란 점에 대한 관계와 그 반대의 관계가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 어떤 점은 여러 개의 점과 연결돼 있고, 어떤 점은 불과 몇 개의 점과 연결돼 있다. 전체 집단이 몇 개의 그룹으로 나누어져 있을 때 같은 그룹 내의 점들끼리는 서로 연결돼 있는 경향이 많고 다른 그룹에 속하는 점들끼리는 연결돼 있는 경향이 낮다. 어떤 집단 내에 속하는 물체 또는 개체들의 연결 여부 및 연결 정도를 바탕으로 집단의 특성, 그룹의 형성, 허브(여러 개의 점들과 연결되어 있는 중심의 역할을 하는 점)의 탐색 등에 대한 연구를 복잡 네트워크 연구라 한다.

항공노선을 나타내는 방법으로 세계지도에 대도시를 점으로 표시하고 각 도시를 연결하는 항공편이 있을 경우 각 점을 선으로 연결해 표시를 한다. 그 중에서도 서울 동경 북경 상해 프랑크푸르트 파리 뉴욕 시카고 LA 등은 많은 도시들과 연결돼 있다. 이런 도시들을 흔히 허브시티라 부른다. 항공노선의 특징은 서로 상호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즉, 서울에서 시카고로 가는 비행기가 있으면 반드시 시카고에서 서울로 오는 비행기가 있으며 그 운항 편수 또한 동일하다. 나라 간의 무역량도 이러한 방법으로 표시를 할 수 있다. 한국이 미국에 수출한 금액과 미국에서 한국으로 수입한 금액을 선의 굵기 등으로 표현을 한다. 무역량과 항공노선의 공통점은 두 나라가 상호관계에 있다는 점인데, 다른 점은 수출액과 수입액이 반드시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복잡 네트워크연구의 또 다른 예로 약 3만 개에 이르는 인간의 유전자를 들 수 있다. 인간은 평생 동안 여러 종류의 질병을 앓게 되는데 특정 질병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들을 밝혀내기 위해 네트워크 이론을 이용한다. 정상인 그룹에서 각 유전자의 발현 정도와 그 질병을 앓고 있는 그룹에서 각 유전자의 발현 정도를 비교하는데, 이는 어떤 유전자가 그 질병과 관련을 맺고 있는지 네트워크 이론으로 판별하게 된다.

이제 이 네트워크 이론을 인간 관계에 적용시켜 보자. 사람은 태어나서 평생 동안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기본 단위로 가족이 있고 넓게는 학교 또는 직장에서 동료 및 선후배가 있다. 어릴 때부터 오랜 기간 친구로서의 관계도 있고 잠시 스쳐 지나가서 곧 잊혀져버리는 관계도 있다. 좋은 관계도 있고 나쁜 관계도 있다. 또한 많은 사람과의 관계를 추구하는 사람도 있고 극히 제한된 사람들만의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도 있다. 어릴 때 출가해 수도승으로 중생과 단절된 삶을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수백 만 명의 유권자들과 악수를 나눈 정치인도 있다.

이러한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는 대부분 상호관계이다. 친구 사이, 선후배 사이, 이웃집 사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 이러한 관계는 대부분 일방적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이며 때로는 득실을 따져 형평을 이루어야 계속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즉, 살아가는데 필요하니까 유지되는 그런 관계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뚜렷한 예외가 두 가지 있다. 그 첫째가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다. 이는 인위적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니라 운명적으로 맺어진 가장 원초적 관계이며 일방적이고 희생적 관계다. 한 부모가 열 자식은 키워내지만 열 자식은 한 부모를 제대로 모시지 못한다. 자식을 위해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부모지만 부모를 위해 짧은 시간도 한 번 제대로 못 내는 것이 자식이다. 다음으로 스승과 제자의 관계다. 스승은 제자를 위해 온갖 가르침을 아낌없이 주기만 한다. 그래서 스승을 학문적 부모라 부르기도 한다.

오월이다. 열두 달 중 한 달 만이라도 기억하자.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여자는 어머니요, 가장 믿음직한 남자는 아버지다. 또한 나의 학문적 깨달음을 가장 기뻐하는 사람은 스승이다.
부산대 통계학과 교수

※사외 필자의 견해는 본지의 제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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