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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프리즘] 아전인공(我田引空)의 이익유도를 경계하며 /강재호

영남권 5개시·도, 신공항 유치 총력전

민초들은 겁이 나 입도 뻥긋 못 할 지경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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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1-02-06 20:02:59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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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1868년 명치유신 이후 국책사업으로 전국 각지를 철도로 잇기 시작했다. 국가의 예산으로 신설하거나 증설하기 어려운 곳에는 민간이 뛰어들도록 장려했는데 이로써 일본은 한 세기 만에 국철과 사철이 사통팔달하는 나라가 되었다. 이 과정에 자기 논에 물을 끌어댄다는 아전인수에 빗댄 아전인철(我田引鐵)이라는 조어가 등장해 한동안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철도의 부설에 따른 크고 작은 토목공사로 관계 업자들에게 이익이 돌아가고 지가가 오르며 상공업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고 일반 국민들에게도 널리 공적을 알리기 쉽다고 생각했는지 자기 고장에 철도를 유치하겠다는 정치가들이 많았다. 아전인철은 특히 보수계 정치가가 정치력을 이용해 노선을 불합리하게 자기 선거구로 끌어들이거나 수지를 맞추기 어려운데도 굳이 역을 만들어 기차를 세우게 하는 행위를 꾸짖거나 야유하는 말이었다. 이는 일본 국철이 20세기 후반 파탄하는 데 일조했다.

정치학에서는 정당이나 정치가가 정권의 유지나 선거에서의 득표를 목적으로 지지기반인 지역이나 업계에 예산이나 규제를 통해 정책적인 편의를 도모하는 것을 이익유도라고 한다. 거꾸로 지역에 이익을 물고 오는 정치가에게 표가 몰리기도 하는데 양자는 이런 정치적 거래를 통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관계를 맺거나 이어간다. 물론 선거와 관련하여 금품이나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할 의사를 표하는 것은 공직선거법의 이익유도죄에 걸리지만 사실상 이익유도적 자원배분인 아전인철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지금 영남의 다섯 시·도가 신공항의 입지를 둘러싸고 일전을 벌이고 있다. 대체로 부산과 나머지 네 시·도 사이에 펼쳐진 전선은 2011년 1월 5일 국토해양부가 고시에서 "동남권 신공항은 입지평가 결과에 따라 사업 추진"이라고 밝힌 이후 더욱 가열되고 있다. 입지평가는 전자가 추천하는 가덕도와 후자가 입을 모으는 밀양의 비교평가이며 그 결과는 다음달 3월에 나올 예정이다. 동남권은 2006년 11월 이후 이들 다섯 시·도를 아우르는 공항권역의 이름으로 정부에서 써오던 것인데, 요즘 대구와 경북 등에서는 이것이 부산에 이로운 말이라며 애써 영남권으로 바꾸어 부르고 있다.

작년 12월 국회가 백주 대낮에 2011년도 예산안을 날치기로 가결한 뒤 일부 국회의원들은 원래 예산안에 있던 것이 어느새 빠졌다거나 엉뚱한 것이 포함되었다며 뒤늦게 분통을 터뜨렸다. 이 와중에 템플스테이 예산은 반 토막으로 잘리고 포항 지역의 '형님예산'은 늘어났다고 한다. 그렇다면 예산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비우호적인 절에는 인색하고 이들을 쌍수로 반기는 지역에는 후한 셈인데, 전자의 예에서는 표를 바치지 않는 데는 돈을 주지 않는다는 이익유도의 반면교사도 읽을 수 있다.

지금 신공항의 이익유도가 너무나 노골적이며 추하게 벌어지고 있어 1300여만의 영남인 모두가 이의 제물이 되고 있는 듯하다. 두 쪽으로 갈라진 다섯 시·도 당국자들은 온갖 단체를 동원하여 한쪽이 가덕도를 외치면 다른 한쪽에서는 밀양을 합창하게 하고, 심지어 실체도 없이 꾸며낸 조직들을 가로에 불법적으로 내건 수십만 장의 관제 현수막과 깃발 속에 앞세우고 있다. 나아가 당국의 뜻에 따라 이렇게 두 쪽으로 나눠진 사람들은 제각기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신공항을 우리 쪽에 끌어오지 못하면 내년 4월의 선거에서 표를 주지 않겠노라며 공연히 부르짖고 있다.
아전인공의 이익유도에서 증폭된 외곬적인 두 주장이 시·도의 접경지에서 서로 불퇴전의 총력전을 펼치고 있어 주민들은 당국과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를 감히 입 밖에 내지 못하고 있다. 뻥긋했다가는 곧장 시(도)민이 아니라며 내몰릴 것 같아서다. 양쪽의 언론마저 이런 이익유도에 사로잡혀 쓴 소리 한마디 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머리 위에서 유혹하듯 하늘대는 솜구름 같은 이익유도에 놀아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깨칠 수밖에 없다. 이게 맑은 하늘을 가리고 있음을.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

※사외 필자의 견해는 본지의 제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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