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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지역 싸움 붙이는 정부 /송문석

갈등만 부추기는 무책임한 정부, 정치적 계산에 온 나라가 싸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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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고 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으니 내게도 나쁠리 없고, 이웃 간에 아옹다옹 해봐야 서로 머리 터질 일만 생길 뿐 모두에게 좋을 게 없다는 삶의 지혜이겠다. 그러나 세상일이란 게 항상 순리대로만 흘러가는 게 아니듯이 싸움은 주먹밥 싸가지고 다니면서 일껏 붙이고 흥정은 고춧가루 뿌려서라도 깨는 놀부 심보는 어디에나 꼭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일 공정하고 불편부당한 중재자, 심판, 감독의 역할을 맡을 누군가가 필요했을 거다. 그게 크게는 국가이고,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정부일 것이다. 거칠게 풀이했지만 정부의 존재이유가 이렇다면 정부가 해야 할 역할도 명확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거꾸로 '싸움은 붙이고 흥정은 깨는' 것을 국정운영지표로 삼은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든다. 멀쩡하게 진행되던 사업을 긁어 덧 내는가 하면 해결하지도 못할 일을 벌여놓고 싸움이 커지면 나몰라라 도망가는 것은 특기이자 장기다.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을 둘러싼 갈등부터 보자. 신공항은 부산시가 김해공항의 소음과 안전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1990년대부터 제기하다 2002년 중국 민항기 돗대산 충돌사고로 129명이 사망한 뒤 본격적으로 정부에 건의하기 시작했다. 또 중국의 폭발적인 항공수요를 고려한 동북아 허브공항의 필요성도 24시간 운항 가능한 신공항 건설의 타당성을 높였다. 지난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이 이런 건의를 받아들여 공약으로 내거는 것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정부는 이후 국회의원 선거와 지자체 선거를 거치며 이 눈치 저 눈치,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결정을 미뤘다. 양 손에 유권자 표라는 떡을 들고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에 부산 경남 울산 대구 경북 사이에서 정치적 줄타기를 했다. 정부가 입지선정을 늦추는 사이 부산 대구 밀양시내 곳곳에 자극적인 플래카드가 나부끼고 엄동설한에 삭발을 하는가 하면 핏발선 대규모 집회가 연일 벌어지고 있다. 일만 저질러놓고는 지자체끼리 알아서 하라며 내버려두는 정부, 해당부처에서 할 일이라며 방치하는 청와대, 표계산에만 능란한 정치꾼들의 농간에 지역민들만 갈기갈기 찢기고 있다. 신공항 입지는 정치적 고려나 배려없이 오래전 순수하게 경제적 타당성과 합리적 절차와 방식에 따라 결정하면 될 일이었다. 그런 일 하라고 대통령 뽑아주고 정부 구성에 동의하고 세금 내서 봉급주는 것 아니겠는가.
남강댐 물의 부산 공급을 위한 광역상수도 사업도 비슷했다. 일을 벌여놓았으면 돌멩이를 맞을 각오를 하고 팔을 걷어붙여야 했지만 정부는 서부 경남과 부산의 싸움만 붙여놓고는 슬그머니 '잠정 유보'라는 결론을 내리고는 꼬리를 감추고 말았다. 정부의 말만 믿고 있던 부산으로서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 보는 꼴'이 됐고, 서부경남은 찜찜한 기분으로 우물뚜껑을 닫았다. 물 문제에 있어 정부의 수수방관, 싸움붙이기 사례는 더 있다. 대구가 구미 위로 낙동강 상수원을 옮기는 문제로 경북과, 울산이 운문댐 식수원을 사용하는 일로 대구와 얼굴을 붉히는 것도 마찬가지다. 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도 점입가경이다. 대통령 형님인 이상득 의원까지 끼어들어 TK유치를 주장하면서 충청과 대구 경북이 대립 중이다. 자칫 TK로 넘어간다면 세종시로 멍이 들었던 충청에서 이번엔 민란이라도 날 분위기다.

정권 초기부터 이명박 정부는 강부자 내각, 종합부동산세 인하, 재벌 규제완화를 비롯한 친 대기업 정책으로 빈부 간, 계층 간 갈등을 부추기더니 수도권 규제 철폐와 세종시 수정안 등으로 수도권과 지역 간 골을 깊게 했다. 역사교과서 문제, 4대강 사업, 쇠고기 수입문제 등은 순수한 역사 환경 보건의 문제일 뿐인데도 어찌된 셈인지 진보와 보수로 패를 갈라놨다. 만졌다 하면 황금으로 변하는 게 미다스 손이라면 이 정부가 건드렸다고 하면 갈등이요 분열이요 대립의 불씨가 살아난다. 사회통합과 지역화합은 고사하고 소지역주의, 이념 간 계층 간 갈등, 빈부격차 심화는 이 정부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해방 이후 이승만에서부터 시작해 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보수와 진보, 독재와 민주정부를 통틀어 이런 정부는 없었다. 참으로 이상하고 이해할 수 없는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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