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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또따또가를 부산 문화 아이콘으로 /남차우

텅빈 도심에 뿌리내리려는 문화라는 묘목, 잘 키워나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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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한 시민단체 모임 뒤풀이에 참석했다. 공식행사가 끝난 다음이라 참석자들끼리 가벼운 담소를 나누는 자리에 끼인 것이다. 이날 나눈 대화 중 두 사람의 말이 지금도 많은 여운을 남긴다.

"시의 문화적 마인드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결국 오래 남는 것은 문화더라" "창조도시를 외치는데 원도심이 텅 비고 젊은이들이 빠져 나가는 곳에 과연 창조의 에너지가 있기는 한가". 앞의 말은 평소 안면이 있는 부산시 고위 간부의 말이다. 기자를 의식한 발언인지 속내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당시 어투로는 흔한 입발림은 아닌 듯 싶었다. '오래 남는 게 문화'라는 대목에선 의미 심장하게 다가왔다. 부산국제영화제(PIFF) 하면 으레 첫 행사를 치른 문정수 시장을 떠올리기 십상이라 3선 시장을 둔 시 상층부 분위기를 더듬을 수 있었다.

초면인 부산 출신 서울 지역 교수는 부산이 창조도시를 외치는데 바탕부터 되돌아봐야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교수는 원도심을 이렇게 썰렁하게 방치하고는 자기가 보기엔 답이 없다는 거다. 경제학을 전공한 이 교수의 애정 어린 말이 새삼스러운 이야기는 아니다. 누구나 다 아는 숙제지만 이날 더욱 짠하게 와닿았다.

이런저런 생각이 교차하던 중 별개의 것으로 들리던 두 사람의 말에서 접점이 지금 자라고 있다는 생각에 미치자 여간 다행이 아니다 싶었다. 바로 원도심예술창작공간인 '또따또가'였다. 지난 3월 동광동 '40계단' 주위 비어 있던 상가건물들을 시가 임대해 미술 문학 영화 등 300여 명의 젊은 예술인들에게 마련해 준 작업실이다. 사람 구경을 못하던 빈 건물들도 기지개를 켰다. 지금 입주 희망자들이 줄을 설만큼 문화계 반응도 뜨겁고 주민들도 반기는 기색이 역력하다. 작가들이 주말에 예술 난전을 펼쳐 부산 도심에서 예술촌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텅 빈 도심에 여리디 여린 문화란 묘목이 뿌리를 내리는 현장이다.

동보서적 문우당서점이 문을 닫는 등 지역 문화계로선 우울한 소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우리 지역 문화가 아직 어렵다. 하지만 고무적인 것도 많다. 15회를 성황리 마친 PIFF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오는 20일 막을 내리는 '2010부산비엔날레'도 시민들의 미술 갈증을 해소하며 5회째 만에 광주비엔날레와 함께 우리나라 대표 국제미술제로 우뚝 섰다.

그뿐이 아니다. 지금 어디를 가도 시를 어렵잖게 대할 수 있을 만큼 부산이 '시의 도시'로 단장하고 있다. 도시철도 역사에서 시를 쉽게 볼 수 있고 시청사 외벽에도 '문화글밭'이란 큼지막한 시가 내걸릴 정도다. 얼마전 기자가 즐겨 찾는 장산 등산길에도 천상병의 '귀천'를 비롯, 10여 편의 시화가 나란히 내걸려 등산객을 반긴다.
행사 때만이 반짝 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가 시민 생활 속에 스며드는 기운이 꿈틀거리는 게 보인다. 이런 분위기를 담아 부산의 문화 아이콘을 또 하나 창조할 기회다. 또따또가는 딱 맞아떨어지는 시도다. 재원을 고려, 임대형식으로 접근한 발상을 잘 살려 젊은 창작인들이 스스로 찾는 예술촌으로 만들 일이다. 군수공장에서 문화 명소가 된 중국 베이징 '다산쯔(大山子)예술거리'를 언제까지 얘기거리로만 삼았선 곤란하다. 이곳도 8년전인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변신에 나서 3~4년 만에 베이징의 명물이 됐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일이다.

수백억 원을 들여 예술촌을 꾸미는 서울이나 인천과 처지가 다른 점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부산시는 PIFF를 단시일 내 키운 값진 경험이 살아있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오늘의 PIFF를 낳았다. 시민들의 전폭적인 응원이 여기에 든든한 우군이 됐다.

올해 심은 또따또가란 나무도 이런 정신만 제대로 살린다면 그다지 버겁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시기다. 원도심에 젊은 예술인들이 활보하고 시민들이 즐겨 찾는 예술거리로 키우는데 앞으로 2~3년이 중요하다. 또따또가가 부산의 문화 아이콘이 되고 말고는 결국 현 시장 임기와 함께 할 운명이다. 분명 문화는 시민들에게 오래 각인된다. 또 원도심 재창조를 일구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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