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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영남(嶺南)이라 부르지 마라 /박희봉

홀대받는 부산, 대구·경북과 달라

정치 성향 제각각… 함께 묶는 건 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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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嶺南)이란 용어는 상당한 불쾌감을 동반한다. 문경새재를 경계로 경상도와 충청도가 갈리니 만든 말이긴 하지만 그 속에 낮춤의 뜻이 내포돼 있다. 북은 하늘이고 남은 땅을 뜻하기도 하니 내려다보는 시각이 엄연히 존재한다. 옛날에야 조령이나 죽령, 추풍령이 워낙에 넘기 힘든 고개이다 보니 붙여진 이름이겠으나 고속도로가 뚫리고 고속철도가 쌩쌩 달리는 오늘날에는 달갑지 않은 명칭이다.

요즘 들어 영남이란 단어가 거론될 때마다 거북함을 느낀다. 야당과 서울지역 언론들은 현 정부 고위직의 지방별 분포를 분석하면서 영남 독식을 거론한다. 경상도를 뭉뚱그려 그렇게 부르지만 이는 부당하기 짝이 없는 처사다. 그들의 눈에는 영남이 하나인지 모르겠으나 부산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이건 영 아니다. TK와 PK로 구분하는 것도 맞지 않다. 울산이 이미 광역시가 됐으니 PK가 아니라 PUK라 해야 할 판이다.

이명박 정부 고위직 인사 분포를 한번 보자. 정부부처 장·차관급과 청와대 비서관 이상을 기준으로 할 때 10명 중 4명이 영남이고, 장·차관급 중 절반이 영남권과 고려대 출신이라는 게 주장의 요지다. 영남권으로 묶어서 말하면 틀린 이야기가 아니지만 부산과 울산은 억울하다. 장·차관과 비서관을 합쳐 대구·경북은 정권 초기 28명에서 38명으로 급증했다. 경남도 19명에서 17명으로 줄긴 했지만 여전히 비중이 크다. 부산은 3명에서 7명으로 다소 늘어났고 울산은 단 1명만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부산과 울산의 인구를 합치면 근 500만 명에 육박하는데 오히려 지나치게 비중이 낮다. 대구는 물론 강원, 충남, 전남, 전북보다 숫자 자체가 훨씬 적다. 한마디로 푸대접을 받고 있는데도 영남이란 이름으로 묻혀가서야 되겠는가. 질적으로 따지면 위상에 더 떨어진다. 청와대에는 김희정 전 의원이 대변인을 맡고 있을 뿐 나머지는 과학기술비서관이 전부다. 정부 부처도 국방부 차관, 방위사업청장에다 감사위원, 인권상임위원 정도다.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는 아직 불확실하니 숫자에 포함하는 게 무리가 있다.

MB정부 초기에는 그나마 강만수 지식경제부장관이 있었고, 청와대 개편 이전에는 박형준 정무수석이 있었다. 이후 숫자가 다소 늘긴 했지만 핵심에서 벗어나 있으니 부산 출신 인사들을 영남권으로 함께 묶어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일부 핵심적 위치에 진입했던 이들도 부산사람이라고 보기엔 어딘지 껄끄럽다. 그들의 사고가 이미 지역이 아니라 중앙으로 굳어져 있기 때문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 정부에서 부산사람을 중용할 까닭도 별로 없다. 지난 2008년 5월 30일 실시된 제18대 총선 부산지역 선거에선 친이계가 몰락하고 친박계가 대거 당선됐으니 달가울 리가 있겠는가. 게다가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도가 예년만 못했다. 그러니 현 정부가 부산을 경원시하는 것도 인지상정인지 모르겠다. 이런 상황에서 인사의 편향을 이야기하면서 부산을 끼워넣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두 지역은 정치적 배경이나 성향 자체가 완전히 판이하다. 박정희 정권이 들어선 1961년부터 전두환, 노태우 정권이 끝난 1993년까지 무려 30여 년간 권력을 틀어쥔 쪽은 영남이 아니라 대구·경북이었다. 당시 부산은 야당도시로 일관했고 정치, 경제적 핍박도 적지 않게 받았다. 문민정부와 참여정부 때 부산·경남이 집권한 경험이 있지만 성격 자체가 완전히 달랐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부산사람들의 심정은 그리 살갑지 않다. 하고자 하는 일마다 정부에서 제동을 걸어 부산의 현안사업들이 대부분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공항, 부산신항, 북항, 금융단지, 물류단지, PIFF 전용관 등 열거하면 끝이 없다. 현안이 대부분 국가적 과제인데도 정부의 지원은 찾아보기 힘들다. 현 정부가 부산을 성장억제도시로 묶고 있다는 비난이 나올 만하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이 마치 혜택을 받는 듯이 간주되는 것은 가당치가 않다. 부산이 핍박받은 지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니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제발 영남이라고 싸잡아 이야기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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