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과학에세이] 철에서 발견하는 삶의 이치 /권태우

순수한 철 탄생엔 불순물 제거의 고통

인간도 고통 참아야 순수함 찾을 수 있어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8-02 20:57:40
  •  |  본지 30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교양 면접시험에서 "강철과 철의 차이점이 무엇인가"하고 물어보면 학생들은 "강한 철이 강철"이라고 뒷머리 긁는 대답을 하면서 당황해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서양의 제철기술 발달 이후 식민지 세력 확장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면서 이제는 현대문명 어느 지역에서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철의 영어명은 아이언(iron)이다. 이에 비해 강철은 스틸(steel)이라는 전혀 다른 이름을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철, 망간, 니켈, 텅스텐 같은 금속을 서로 섞거나 또는 탄소 혹은 실리콘 같은 비금속을 금속에 섞어서 녹여 만든 새로운 성질의 금속을 합금이라고 하며, 철이 주로 많이 들어가 있을 때는 특별히 합금강철(alloy steel)이라 말한다. 철에 탄소 1% 정도가 섞여 있는 것을 탄소강철(carbon steel)이라 하는데 강도도 크고 탄성이 좋아 작업공구, 기계기기 재료나 건축자재로 많이 쓰인다. 철에 크롬과 니켈이 섞여 있으면 스테인리스 강철(stainless steel)이라는 이름을 붙이는데 녹스는 것을 막아주어 주방용품에 인기가 높다. 당연히 이러한 강철은 순수한 철보다 기능이 월등히 뛰어나게 된다.

순수한 철은 화학 원소기호를 Fe로 표시하는데 라틴어 ferrum (쇠)에서 유래되었다. 1890년께 미국의 해군제독 출신 북극탐험가 로버트 피어리가 그린란드에 도착했을 때 그곳의 이뉴잇 종족 주민들은 수백년 전 우주에서 떨어졌던 30t짜리 운석으로부터 철을 추출하여 도구를 만들고 있었다. 그는 이뉴잇 족의 흥미로운 제철 작업과정을 목격하고 이에 관한 기록을 남겼다. 고대 사람들은 운석을 종교적 숭배의 대상으로 여겼다. 그래서 고대 이집트나 수메르인들은 철을 "하늘로부터 내려온 금속"으로 여겨왔다. 우주에서 지구로 떨어진 많은 종류의 운석 속에는 밀도가 높고 자성을 띠는 철과 니켈의 합금이 포함되어 있다. 철은 인간이 달에서 채취한 토양 속에도 0.5%나 포함되어 있고 태양, 소행성, 기타 별 등의 우주 생성과정을 통하여 가장 많이 퍼져 있는, 강자성을 가지는 매우 무거운 중금속 중 하나이다. 철은 지구 표면 근처에만 약 5%쯤 분포하며 지구의 중심핵에는 더 많이 몰려있어 34.8%를 차지하면서 지구 자기장을 형성하는 주된 역할을 하고 있다.

철은 BC 2000년 전후인 철기시대 이후 인류 역사에 있어서 무기제조와 전쟁 등을 통하여 강한 이미지로 비추어져왔다. 하지만 실제로 은백색의 순수한 철은 연해서 전자기 재료 등 정도에 사용되며 공기 중에서 안정하지도 못하다. 순수한 철은 뜨거운 물이나 증기에서 그대로 반응하여 수소기체를 발생시키면서 부서지며 대부분 산에 녹아버린다. 순수한 철은 공기 중에서 산소와 빠르게 붙어 산화한다. 따라서 천연자원에서 발견되는 철은 순수한 상태가 아닌 산소와 반응된 자철석, 적철석, 갈철석 등과 같은 철광석의 형태로 채굴된다. 자연 산화로 인하여 철은 쉽게 녹슬고 부서져 전 세계적으로 매년 천문학적인 액수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 따라서 이를 막기 위한 페인트나 니스칠, 아연 및 주석 도금, 에나멜 철판 등의 지속적인 기술 개발 필요성이 절실한 덕분에 과학자나 산업기술자들에게는 역설적으로 생계수단과 보람이 되기도 한다.
얼음이나 철은 똑같은 고체라고 정의하지만 얼음은 섭씨 0도에서 녹고 100도에서 끓으며, 철덩어리는 1536도 정도의 높은 온도에서 녹아 꿀물처럼 흐느적거리기 시작하다가 3000도 정도가 되어야 부글부글 끓는다. 철광석으로부터 순수한 철을 얻기 위해서는 이같이 높은 온도의 용광로 속에서 가열하여 산소를 다시 떼어내는 어려운 환원 작업을 거치고 불순물을 제거하여야 하는 힘겨운 작업 과정을 거쳐야 하며, 또한 비용도 만만치 않다.

순수함은 우리 모두가 추구해야 할 삶의 가치다. 그러나 철이 쉽게 산화되어 녹슬듯이 순수함은 항상 쉽게 변질될 수 있다. 순수한 철로 탄생되기 위하여 뜨거운 불길 속에서 불순물을 떼어내는 고통을 견디어 내듯이 인간 역시 일상의 삶 속에서 순수함을 찾거나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통이 수반된다. 경성대 화학과 교수


※사외 필자의 견해는 본지의 제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건강한 부산을 위한 시민행동 프로젝트
많이 본 뉴스 RSS
  •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부울경 국회의원에 듣는다
민홍철 국방위원회 민주당 간사
부울경 국회의원에 듣는다
이채익 행안위 한국당 간사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한반도 비핵화’ 탈출로 찾아내야 할 평양 정상회담
어른들은 모르는 방탄소년단의 ‘방탄’세상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활력이 넘치는 교토의 특별한 비밀
부산에 누워 있는 에펠탑이 있습니다
기고 [전체보기]
리차드 위트컴 장군과 세계시민정신 /강석환
부산을 창업기업의 성공 요람으로 /강구현
기자수첩 [전체보기]
‘김지영 논란’ 유감 /이승륜
한국당 부산의원, 더 반성해야 /정옥재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생활 SOC: 천사도 디테일에 있다
한여름의 몽상: 부산의 다리들이 가리키는 ‘길’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미스터 션샤인’ 오해
통일 vs 평화공존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시, 독립투사 발굴 앞장서야 /유정환
사법부가 다시 서려면 /송진영
도청도설 [전체보기]
유기농의 퇴보
터널도시 부산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폭서(暴暑)와 피서(避暑)
작지만 매력 많은 동네책방
박무성 칼럼 [전체보기]
‘밥 한 공기 300원’의 미래
교육부가 만드는 ‘대학 살생부’
박창희 칼럼 [전체보기]
서부산 신도시, 누구를 위한 것인가
사설 [전체보기]
한반도 신경제공동체로 가는 길도 활짝 열어야
서부경남 KTX 예타 면제·재정사업 추진 타당하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국민연금 개혁, 공론조사가 필요하다
지금 ‘복지국가 뉴딜’이 필요하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미친 집값과 서울 황폐화론
포스트 노회찬, 정의당만의 몫일까
남해군청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