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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MB의 '나무거울' /박희봉

4대강 사업은 대표적 친재벌 정책… 이런 것 걷어내야 서민과 소통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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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적에 계빈왕이라는 이가 있었다. 산에서 한 마리의 난조(鸞鳥)를 잡아 금으로 된 새장을 만들어주었으나 3년 동안 울지 않았다. '새는 짝이 있어야 운다'는 말을 듣고 새장에 거울을 넣어주었더니 과연 그러했다. 난조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구슬피 울다 죽고 말았다. 중국 남조 때의 시 '난조'의 서문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누구나 자신의 모습을 보고자 하는 것은 타고난 욕구일 것이다. 거울이 있기 전에도 사람들은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자 했다. 외양이 아니라 자신의 참모습을 비추는 데는 사람만한 게 없다. 묵자는 '군자는 물을 거울로 하지 않고, 사람을 거울로 한다'고 했다. 물에 비추면 모양만 알지만 사람에 비추면 자신의 길흉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사람거울'까지는 아니더라도 유리거울이라도 보는 사람은 그래도 자신의 외양이라도 알 수 있다. 하나, 청동거울도 아니고 아예 '나무거울'에 자신을 비추는 사람들이 있다. 나무를 아무리 갈고닦은들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진 못한다. 그러하니 나무거울은 자신의 고집대로만 살아가는 사람들의 전유물이다. 정치인, 그중에서도 절대권력은 그럴 개연성이 높다. 반환점이 불과 20여 일 남은 MB정부가 이런 모습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하반기 국정운영 기조로 세대교체, 도덕성, 소통을 들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는 결과뿐만 아니라 절차와 과정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도실용을 내세우던 이 정부가 최근엔 친서민을 표방하고 있다. 그럴싸한 모토지만 믿음이 가지 않는다. MB 정부가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정책으로 보여 주어야 한다. 최근 벌어진 MB의 재벌 비판 해프닝을 한번 보자. "전경련이 대기업의 이익만 옹호해선 곤란하다"며 대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재벌의 고리채를 비난했다.

이에 전경련이 정부와 정치권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맞받아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자 MB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협력은 강제로는 안 된다"며 슬그머니 한 발을 빼 버렸다. 재계가 대통령에게 정면 반박하자 대통령이 물러서는 유례없는 상황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전경련이 반박의 근거로 세종시와 4대 강 사업을 거론했다는 점이다. 뒤집어 말하면 세종시, 4대 강 사업은 친대기업 정책이 된다.

세종시를 보면 MB 정부의 '나무거울'이 보다 선명하게 보인다. 세종시 수정안의 부결이 뻔한데도 국회 본회의 표결을 밀어붙였다. 이는 한나라당의 친이, 친박 간에 명확한 선을 그어 세몰이를 하려는 정치적 목적 외엔 설명이 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소통이 아니라 불통의 정치였다.

4대 강 문제만 해도 그렇다. 국민 반대가 극심하면 여론 수렴의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데 소통의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4대 강으로 이득을 보는 건 대기업이니 친서민 정책과도 거리가 멀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4대 강 사업이 미래성장동력을 갉아먹는다는 점이다. 부산만 해도 부산신항, 북항, 동·서 부산권 등 지역 개발사업이 폭넓게 악영향을 받고 있다.
부실화가 심화한 공기업은 4대 강 사업으로 지역 개발사업들이 지지부진해지자 아예 손을 떼는 수순을 밟고 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어려움까지 겹쳐 부동산 시장 침체도 가속도가 붙은 상황이다. 결국 4대 강 사업은 개발사업의 돈줄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함으로써 미래성장동력과 부동산 시장을 함께 망가뜨리고 있는 셈이다.

MB 정부가 진정 절차와 과정을 중시하는 소통의 정치, 친 서민 정책을 하려면 친재벌 정책부터 걷어내야 한다. 4대 강 사업이 그 핵심임은 말할 것도 없다. 적어도 현 상황에서 동결하고 좀 더 논의를 거치는 게 정부가 내건 모토와 부합된다. 곧 있을 인사도 변화를 보여 줘야 한다. 고소영 강부자 내각을 유지한 채 진심을 알아달래서야 헛일이다.

술은 흩어진 마음을 가르쳐주고, 거울은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보여 준다고 했다. 진짜 자기 모습을 알려면 나무거울을 맑은 유리거울로 바꾸는 건 어떤가. 유리거울보다는 사람거울이라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사람거울은 세상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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