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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신냉전의 득과 실 /박희봉

천안함 올인 정책 자칫 위기 될수도… 남북 간의 대립 모두에 불행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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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한 사람,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라도 건드리는 자, 우리의 바다를 넘보는 자, 그 누구도 용서치 않을 것입니다.' 천안함 조사결과가 발표된 어제, 유력지에 동시에 게재된 1면 광고 문구는 어안이 벙벙하다. 민간단체나 정부가 광고를 냈다면 그러려니 하겠다. 한데 경기도지사 선거 후보라니. 6·2 지방선거 출마자의 구호로는 영 물색없는 일이다. 안보 문제를 끌어와 지방선거에서 덕을 보겠다는 발상이 심히 볼썽사납다. 본격적인 선거 운동 첫날에 천안함 조사결과를 발표한 것도 마뜩찮다. 왜 하필 선거철인가.

이미 바람은 냉기를 띠기 시작했다. 최종 결과가 발표되기 전부터 한반도 중심부에 한랭전선이 형성됐다. '검출 화약이 북한 어뢰 추진 화약과 동일하다', '어뢰의 스크루 파편에 한글과 일련번호 1이 발견됐다'는 조사내용이 흘러나왔다. '안보 장사'로 과거 재미를 보았던 유력 언론들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북 제재를 가하라고 펌프질을 지속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미중일에 조사결과를 알리는 등 외교전에 돌입했다. 유엔 안보리 제소와 북한 선박의 영해 통행 금지는 물론 대규모 한미 합동훈련 계획도 나왔다. 이뿐이 아니다.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발굴 작업은 중단됐고 경협기업에 북한 장기체류를 억제토록 권고했다. 민간의 신규사업, 정부 차원의 대북 사업도 축소 또는 보류다. 통일부의 남북협력기금은 집행이 동결될 예정이다. 식량·의약품 돕기, 산림녹화 등 민간을 통한 지원도 보류됐다. 여차하면 대북 사업은 올스톱될 국면이다. 2010년 5월 20일 아침은 그렇게 찬바람 속에 열렸다.

한반도 중부에서 발생한 한랭전선은 남과 북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남북 간의 '신냉전'을 불러올 칼바람이다. 남쪽으로는 6·2 지방선거 분위기를 삼킬 참이다. 여권은 천안함 카드를 '양손의 떡'쯤으로 여기는 듯하다. 4대 강, 세종시 등 비판적 이슈를 몰아내는 데 이 이상의 카드는 없다. 오는 23일 1주기를 맞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풍'엔 맞바람으로 제격이다.

이번 바람은 선거용에 그치지 않는다. 앞으로의 모든 정치, 외교, 군사적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 물론 주도권은 이명박 정부에 있다. 그것이 천안함 사태에 올인하는 이유다. 야당으로선 반발이 힘드니 냉가슴만 앓아야 한다. 유엔에서도 일단은 힘이 실릴 것이다. 한미 합동군사훈련 등으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묶어둘 수 있다. 경제적 압박으로 북한에 타격을 가함으로써 한풀이도 가능하다.

손바람을 내는 건 여기까지다. 이후 어떤 후유증이 몰아칠 것인가 하는 우려는 지금 정부의 안중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과연 정부의 올인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최종 조사결과 발표로 북한의 소행이라는 심증이 보다 굳어졌지만 그렇다고 유죄 판결은 쉽지 않다. 북한산 어뢰 잔해와 사건 전후의 북한 잠수정 입출항은 확인됐지만 사건의 현장에 북한 잠수정이 있었다는 증거와 어뢰 발사 행위에 대한 직접 증거는 없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유엔 안보리의 제재에 찬성할 리가 없다. 중국의 국익에 부합되지 않을 뿐더러 주도권을 한국에 넘겨주는 것도 달갑잖기 때문이다. 몇몇 나라가 이에 동조하고, 다시 몇몇 나라들이 방조적인 자세를 보일 땐 제재결의가 어렵게 된다. 상황이 이리 굴러가면 한때의 외교적 주도권이 위기 국면으로 떨어진다.
설혹 제재결의를 관철시킨다 한들 실익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동안의 효과가 별무였던 데다 북한 또한 강한 조치로 맞서면 대응책이 마땅찮다. 그렇다고 군사적 조치를 취할 수도 없는 일이다. 백보를 양보해 북한이 곤경에 처한다 한들 득이 되지 않는다. 북한 고립책은 북중 관계만 공고히 해 당장의 이득도, 미래의 비전도 사라지게 만들 것이다.

가깝게는 10·4 선언과 6·15 선언, 멀게는 7·4 남북공동성명이 사문화된다면 남북 간의 접점을 찾기는 요원할 수도 있다. 수십 년간의 노력을 단 몇 년에 날려서는 정말 곤란한 일이다. 한반도 시계를 40년 전으로 돌리는 냉전적 시도는 나라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권 핵심은 물론이고 국민 모두가 불행해지는 길을 지금 정부는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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