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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숲길] 눈물의 미학 /하창식

아파서도 울고 감동해서도 울고… 사람을 정화시키는 보석 같은 존재로다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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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0-04-09 19:59:47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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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출장을 다녀왔다. 비포장도로가 많은 데다 대기오염 또한 심한 곳이었다. 길을 걸으면서도 오염된 공기와 흙먼지를 뒤집어쓰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애를 썼다. 하지만 오염된 흙먼지가 내 눈을 무척이나 괴롭혔나 보다. 설상가상, 회합 장소와 숙박 장소 사이의 수송방편으로, 흙먼지가 날아드는 도로를 오토바이 뒷좌석에 매달려 다녔다. 차량들과 도로를 가로지르는 사람들을 요리조리 피해가며 빠른 속도로 주행하였다. 안경을 꼈지만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맞바람이 매서웠다.

귀국한 다음 날부터 눈이 빨갛게 충혈되기 시작했다. 피곤해서 그럴 것이라 짐작하였다. 그러면서 내 눈은 끊임없이 혹사당했나 보다. 하루 종일 컴퓨터와 책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직업 탓이다. 업무상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도 피할 수가 없다. 그러던 중 회식 자리에 참석한 어느 날 드디어 사달이 나고 말았다. 회식 후 찾은 노래방의 밀폐된 공간이 말썽이었던가 보다. 동료들이 내뿜는 매캐한 담배연기와 먼지에 드디어 내 눈이 손을 들고 말았다. 회식 다음 날 토끼 눈 같이 새빨개진 내 눈. 놀란 가슴으로 병원을 찾았다. 결막염, 각막염에다 안구 건조증까지 3가지 병이 한꺼번에 겹쳤단다. 거의 2달이나 치료를 받았다. 하루에 3가지 안약을 6차례나 넣어야 했고 식후마다 약을 복용하였다.

그런데 안약 중, 인공눈물의 사용은 나에게 특별한 경험이었다. 눈물을 흘려야 할 장면에서 감정몰입이 안 될 경우 배우들이 인공눈물을 쓴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았으나, 직접 사용해 본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발병 후 컴퓨터나 TV를 볼 때마다 따끔거리던 눈이었다. 인공눈물을 주입하니 거짓말 같이 눈이 편했다.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지난 2월, 밴쿠버 동계올림픽은 우리 국민들에게 적지 않은 선물을 안겨주었다. 20대 우리 젊은 선수들의 활약을 보면서, 나는 '눈물'이라는 보석을 새롭게 발견하였다. 완벽한 기량으로 경기를 끝내고 만족감과 안도감으로 눈물을 흘린 김연아 선수. 김 선수의 눈물을 보면서, 가슴 졸이며 경기를 시청하던 우리 국민들도 함께 따라 울었다. 어디 그뿐인가. 경기가 끝난 후 차가운 빙상에 드러누워 한동안 일어나지 못하던 이규혁 선수를 보면서 우리 국민들은 또 함께 울었다. 탁월한 실력을 가졌으면서도 올림픽 무대를 정복하지 못한 채 4전5기의 꿈을 접어야만 했던 이규혁의 그 아름다운 도전에 우리 모두가 동감하였던 까닭이다.

경기의 결과에 관계없이 최선을 다한 우리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선수들과 함께 눈물을 흘리는 국민들을 보면서, 눈물의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남성들보다 여성들의 평균수명이 긴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한다. 그중에는 의학적인 타당성이 있는 것도 있지만 우스갯소리로 하는 분석도 있다. 설득력 있는 분석의 하나로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법의 차이를 든다. 대부분의 남성들은 스트레스 해소법의 으뜸으로 술을 꼽는다. 실제로도 효험이 있는 방법이긴 하다. 그렇지만, 술이라는 것이 건강에 결코 도움이 될 수만은 없는 법이다. 반면에 여성들에게 최고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바로 수다라는 것이다. 수다에 울분을 털어놓는다. 뿐만이 아니다. 수다를 늘어놓으면서 옆 사람의 어깨나 무릎을 치기까지 한다. 박수가 왜 건강에 좋은가를 생각해보자. 이야기를 듣는 상대방의 몸을 치면서까지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는 것은 이중으로 건강에 도움이 될 법하다.
두 번째 장수의 비결은 바로 '눈물'이 아닌가 한다. 남성들보다는 아무래도 눈물이 많은 여성들이다. 드라마를 보면서도 울고, 가족이나 이웃의 기쁨이나 슬픔을 보며 곧잘 눈물을 흘린다. 실제로 눈물을 흘리며 울고 나면 속이 시원해진다고들 한다. 때문에 눈물을 흘린다는 것이 장수에 도움이 되는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사람을 정화시키고 순화시키는 눈물이다.

가슴 찡한 사연에 감동해 울고, 행복해서 운다. 슬퍼하며 울고 후회하며 운다. 아프고 속상해서 울고, 고마워서 운다. 가슴에서 흘러내리는 피눈물만 아니라면 어떤 눈물도 다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이번에 눈병을 앓으면서 배운 깨달음이다. 눈물은 참 아름다운 보석이다.

부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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