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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지방선거에 '지방'이 보이지 않는다 /권순익

중앙집권적 국가운영으로 피폐해진 지자체 6·2 지방선거 핵심의제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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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 시장 선거는 또 한 명의 '스타'를 낳았다. 33세의 무소속 소장파인 요시다 유토가 자민당의 일방적 지원을 업은 60대 현직 시장 가바야 료이치를 물리친 것. 요코스카가 어디인가. 미 7함대의 모항으로 미·일 안보조약 토대에서 경제발전을 이끌어온 자민당의 상징 같은 곳이다. 고이즈미 전 총리가 내리 10선을 한 '고이즈미 왕국'이기도 하다. 바로 그곳에서 '지방 분권'과 '변화'를 외친 거사가 보기 좋게 성공했다. 그러나 이는 일본의 각종 지방선거에서 나타나는 무소속 돌풍의 한 단면이다. 중앙집권적 정당정치가 지역사회 발전과 통합에는 걸림돌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된 결과다.

우리나라의 서울시장이나 경기도지사처럼 대권주자로 인정받으려 하지 않으면서도 전국적인 성가를 누리는 '지방의 스타'들이 일본엔 있다. 광역자치단체인 도도부현(都道府縣)의 막내 격인 미야자키현을 이끄는 히가시코쿠바루 히데오 현지사. 지난해 8월 총선을 앞둔 집권 자민당이 코미디언 출신으로 국민적 인기가 높은 그를 영입하려 하자 "총리 자리를 줄 테냐"는 한마디로 일축했다.

TV 상담변호사 출신으로 2년 전 오사카부(府) 지사에 당선된 하시모토 도오루. '오사카 유신'이라 불리는 재정 개혁에 나서 "여러분은 파산회사의 종업원"이라며 초긴축 정책을 밀어붙인다. 그는 지난해 일본 언론이 주목한 '지방의 반란' 주역이다. 전국 47개 광역단체장들로 구성된 전국 지사회에서 여야정당의 총선 정책공약을 점수화, 국민에게 공표하자는 결의를 이끌어낸 것이다. "지자체 단체장들이 정당 정책을 점수로 평가하는 것은 사상 처음"이었다. 자민당의 55년 체제를 뒤엎고 집권한 민주당의 하토야마 대표의 총선 승리 일성, "메이지유신 이래 중앙집권과 관료가 주도해온 시스템을 지방분권과 정치 주도로 바꾸겠다" 고 한 다짐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지금까지 나타난 6·2 지방선거의 특징 중 하나가 지방 의제의 실종이다. 지방선거에 지방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분권과 지방의 주권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잦아든 그 연장선상인 것인가. 한나라당 일당독점인 부산뿐 아니라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야당조차도 4대 강 세종시 무상급식 등에 올인할 뿐이다. 그러면서도 정작 세종시 문제의 본질인 중앙집권적 국가운영의 부작용은 부각되지 않고 있다. 역대 지방선거가 정권의 중간평가가 돼버린 정치현실의 반영일 것이다.

그렇다면 청소원 월급도 못 주는 기초자치단체들의 실상은 어느 선거에서 쟁점이 돼야 하는가. 수도권 일극화에 따른 지방의 피폐상은 언제 가장 높은 목소리로 지적돼야 하는가. 지자체장들이 해외에 나가 투자 유치를 하려 해도 인센티브 약속도 할 수 없는 게 우리나라다. 지방에 필요한 정책결정권과 과세권조차도 중앙정부 소관이기 때문이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지 20년이 지났어도 지자체의 손발은 여전히 묶여 있는 이 부조리의 혁파는 언제 외쳐져야 하는가. 고질을 그대로 둔 채 새 지자체장이 선출되고, 새 지방의회가 구성된들 제자리일 뿐이다. 중앙정부 프로젝트를 따내려 목을 매고, 중앙에서 내려주는 자원 배분을 놓고 이웃 지자체와 끊임없이 소모전을 계속하는 것이다.

한나라당 부산지역 공천 신청에서는 16개 구·군 중 6곳, 시의원 선거구 42곳 중 16곳에서 단독 신청자가 나왔다. 국회의원들의 사전 낙점설이 파다하게 퍼지면서 "들러리가 될 수 없다"며 포기한 것이다. 기초단체장·의원의 정당공천을 폐지하자는 여론이 시민단체와 학자들을 중심으로 비등할 때도 국회의원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사실상의 국회의원 1인에 의한 공천이 지방자치와 분권을 막고 있는 것이다. 의원들의 입맛을 기준으로 추려진 인사가 단체장이 되고 지방의회 의원이 됐을 때 제 목소리를 낼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일본 총선 후 우리나라를 찾았던 하시모토 지사는 "자민당과 민주당 간 싸움이 치열했는데 처음으로 지방 목소리가 살아나면서 선거 성패를 갈랐다"며 "한국에서도 이런 경험을 잘 활용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과연 그런 날이 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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