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데스크시각] 부산 문화 현주소, 하얄리아 이양식 /남차우

정·재계 인사만 가득찬 이양식, 시대에 뒤처진 문화인식 단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서울 사람들은 수도권을 벗어나면 시쳇말로 죽는 줄 안다. 직장 생활을 하다 혹여 부산 등 지역으로 인사발령이라도 나면 홀몸인 경우 보따리 싸기가 그나마 쉬우나 가족이 딸리면 여간 곤혹스러워하지 않는다. 식구들 달래기부터가 예삿일이 아니다. 가족들이 버티는 이유는 대체로 크게 두 가지다. 누구나 다 아는 자녀 교육이 첫 손가락에 꼽히고 다음이 문화 격차를 든다.

교육수준은 도시의 질을 좌우하는 잣대가 돼 버린 지 오래다. 지금 나라를 시끌벅적하게 달구고 있는 '세종시' 문제만 봐도 그렇다. 정부가 반발하는 민심을 달랜답시고 유명대학과 특목고를 유치하겠다는 것도 이런 밑바닥에 깔린 정서를 이용한 거다. 우리 지역으로 눈을 돌려도 사정은 매일반이다. 부산 내에서도 동서 교육격차가 벌어졌다고 지역 국회의원들까지 나서 특목고나 과학고 유치전에 서로 얼굴을 붉힌다.

하지만 모두가 다 인정하는 지역 문화에 대해선 굼벵이 걸음만도 못하다. 솔직히 부산시를 비롯해 지역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어르신'들이 입으로는 문화를 읊조리면서 실상 몸은 따로 놀고 있다고 보는 게 맞지 싶다. 부산에는 문화마인드가 시대에 한참 뒤처져 있다. 문화 예술계 활동을 이르는 게 아니다. 부산다운 문화 풍토 조성에 앞장서야 할 부산시를 비롯해 정치권 등 지역 인사들의 문화 인식부터가 고루하기 짝이 없다.

며칠 전 요란하게 치러진 하얄리아부대 부지 이양식은 '문화마인드 실종'이 어디까지 갔는가를 여실히 보여준 자리였다. 100년 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는 역사적 행사에 정·재계 인사들만 북적거렸다. 부산의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없었다. 부산 도시재창조 모범으로 '시민공원'을 조성하겠다면 지역 원로 문화예술계 인사든지 아니면 하다못해 관련 예술단체 대표들이라도 있어야 마땅했다.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2006년부터 공원 조성에 들어간 서울의 용산기지공원은 이렇지 않았다고 알고 있다. 시골 초등학교 운동회에도 면장 경찰지소장 우체국장들이 단상을 차지하던 시절이 호랑이 담배 피우던 옛 이야기로 치부되는 요즘이다. 부산정신이 깃든 '시민공원'을 만드는 첫 행사가 다리 놓고 도로 닦아 개통식 하는 것을 빼다 박았다. 총 천연색 시대에 획일화된 흑백 행사 사진을 강요하는 꼴이다.

엊그제 이스라엘 여군들이 팔레스타인인들을 학대했다는 외신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이를 공개한 이스라엘 인권단체가 "몇몇 여군의 잘못된 행실로 볼 게 아니라 이스라엘 사회에 퍼져가는 가치의 부식을 들여다 봐야 한다"고 던진 말이 많은 여운을 안겼다. 이 표현을 그대로 빌린다면 하얄리아 이양식은 '문화가 밥 먹여 주느냐'고 홀대하던 쌍팔년도 사고가 부산을 여전히 쥐고 흔들고 있음을 간파해야 할 것 같다. 지역 문화가 펄펄 뛰기 위해선 어디부터 확 달라져야 하는지를 되돌아보게 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 마당에 비교하기도 이제 식상한 인천을 또 한 번 들먹일 수밖에 없다. 수도권에 있다는 이점을 빼더라도 인천의 문화정책들이 소위 '짠물'다운 실속을 챙기고 있다. 1년도 좀 더 지난 이야기다. "부산 토박이 치고 남선창고 명태 눈알 안 빼먹은 사람 없다"는 말을 듣던 '남선창고'가 허물어졌다. 100년의 개항 역사가 담긴 근대물류창고가 허망하게 사라진 거다. 같은 시기에 인천은 개항기 창고들을 살려 예술인 창작장소인 '문화공간'으로 만드는 수완을 발휘했다.

산복도로를 문화마인드로 접근한 것도 인천이 한참 앞선다. 인천은 산복도로에 깃든 생활문화자산 가치를 깨닫고 2005년 '달동네박물관'을 짓는 발상의 전환을 했다. 부산이 달동네가 지닌 문화적 가치에 눈을 뜨지 못하고 있을 때 인천은 새 문화지평을 열었다. 문화마인드가 다르니 새록새록 도시에 문화 예술의 생기가 돌면서 도시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거다.

부산의 21세기 '도시개조론'에 문화란 밑그림이 있는지 의문이다. 부산이 품격 있는 도시라면 문화 인식부터 달라져야 한다. 사진관 구석에서 찾아야 할 빛바랜 흑백 행사장면이 아직도 시퍼렇게 살아있는 부산으로는 갈 길이 까마득하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우리는 출근 어떡하라고…” 부암·당감 주민 17번 버스 폐지 반발
  2. 2부산추모공원 포화율 88%…1개 층 확충 땐 2040년까지 충분
  3. 3“철거 막고 지하수 파고…생존 몸부림이 공동체 시작이었지”
  4. 440대 때 운전대 놓고 흑염소 몰이…연매출 15억 농장 일궈
  5. 5석면도시 부산, 검진예산 증액
  6. 6“대중교통 통합할인 대신 무상요금제를”
  7. 718세기 서구도 ‘한국해’ 인정…당시 영국 지구모형에 선명한 증거
  8. 8도시첨단산단 조성 급물살…풍산·반여시장 이전 마지막 난제
  9. 9더 파워풀한 변신, ‘걷는 사람들’이 셔플댄스 추며 돌아왔다
  10. 10“제2 이대호는 나” 경남고 선배들 보며 프로 꿈 ‘쑥쑥’
  1. 1“대중교통 통합할인 대신 무상요금제를”
  2. 2과방위원장 선출 장제원, "민주당 의원들께 감사" 뼈 있는 인사
  3. 3태평양도서국 잇단 “부산엑스포 지지”(종합)
  4. 4도심융합특구 특별법 법안소위 통과, 센텀2지구 등 사업 탄력
  5. 5북한 정찰위성 카운트다운…정부 “발사 땐 대가” 경고
  6. 6파고 파도 나오는 특혜 채용 의혹에 선관위 개혁방안 긴급 논의, 31일 발표
  7. 7北 군부 다음달 위성 발사 발표, 日 잔해물 등 파괴조치 명령
  8. 8괌 발 묶인 한국인, 국적기 11편 띄워 데려온다
  9. 9국힘 시민사회 선진화 특위 출범…시민단체 운영 전반 점검
  10. 10전현희 권익위원장 "특혜채용 선관위, 국회의원 가상자산 전수조사"
  1. 1도시첨단산단 조성 급물살…풍산·반여시장 이전 마지막 난제
  2. 2대마난류·적도열기 유입에 고온화 ‘숨 막히는 바다’ 예고
  3. 3해양수산부- 국적선 무탄소 선박으로 단계적 전환…해양 기후변화 연구 강화
  4. 4金겹살·고등어 가격 내릴까…내달 7개 품목 할당관세 ‘0%’(종합)
  5. 5부경대학교- 해양환경 감시용 형광물고기 개발…수산물 이용한 대체육도 연구
  6. 6주가지수- 2023년 5월 30일
  7. 7부산광역시- ‘메이드 인 부산’ 위성 쏘아올린다, 해양데이터 수집해 신산업 육성
  8. 8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탄소 제로 ‘차도선’ 시범운항…암모니아·SMR 추진선 개발 진행
  9. 9한국해양대학교- 고급 해기사 요람…첨단 장비로 실전 교육, 원양항해 통해 실습
  10. 10동원개발- 재개발·재건축 사업 강자…센텀·북항 초고층 ‘SKY.V’도 박차
  1. 1“우리는 출근 어떡하라고…” 부암·당감 주민 17번 버스 폐지 반발
  2. 2부산추모공원 포화율 88%…1개 층 확충 땐 2040년까지 충분
  3. 3“철거 막고 지하수 파고…생존 몸부림이 공동체 시작이었지”
  4. 440대 때 운전대 놓고 흑염소 몰이…연매출 15억 농장 일궈
  5. 5석면도시 부산, 검진예산 증액
  6. 6수가 30% 더 받는 비대면 진료…소아과 초진 허용, 처방은 불가
  7. 7경찰, 한동훈 개인정보 유출 의혹 MBC 기자 압수수색
  8. 8[포토뉴스] 이제 다 자랐어요…둥지 떠나는 새끼 따오기
  9. 9“양질의 기장 철마 한우, 저렴하게 맘껏 드세요”
  10. 10태도국 정상들, 부산과 해양수산 협력 한뜻
  1. 1“제2 이대호는 나” 경남고 선배들 보며 프로 꿈 ‘쑥쑥’
  2. 2김은중호 구한 박승호 낙마…악재 딛고 남미 벽 넘을까
  3. 3야구월드컵 티켓 따낸 ‘그녀들’…아시안컵 우승 향햔 질주 계속된다
  4. 4수영 3개 부문 대회新…부산, 소년체전 85개 메달 수확
  5. 5‘매치 퀸’ 성유진, 첫 타이틀 방어전
  6. 6부산고 황금사자기 처음 품었다
  7. 7과부하 불펜진 ‘흔들 흔들’…롯데 뒷문 자꾸 열려
  8. 8부산, 아산 잡고 2연승 2위 도약
  9. 9한국 사상 첫 무패로 16강 “에콰도르 이번엔 8강 제물”
  10. 10도움 추가 손흥민 시즌 피날레
우리은행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우리는 제1부두를 맘대로 할 자격이 없다
황령산 봉수전망대에 보내는 간곡한 바람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바뀐 것이 원인이다
낙동강이 아프면 사람도 아프다
기고 [전체보기]
한국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키, 원자력발전
태평양 도서국 기후위기 먼 산의 불 아니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BIFF 사태, 단순 내부갈등으로 치부될 일인가
업자에 돈 빌려준 경찰들…전세사기 피해자 두 번 울었다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한일회담, 그들의 영구집권은 가능할까?
한국은 여기까지다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세계는 지금, 반도체 전쟁 중
3차 세계화, 우리는 괜찮을까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학생의 날’이 있다면
“거울아, 거울아!” 그 중독의 마법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피리와 히치리키
엑스포와 나비효과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산은, 새 성장축 발전에 동참하길
‘소통 부재’를 해결하는 법
도청도설 [전체보기]
동남아 이모님
여름 독감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김해 뒷고기
명태 산업
사설 [전체보기]
엑스포 가능성 높여줄 태평양도서국 정상 부산 방문
삼락·화명수영장 개장 또 무산, 시민 기대 외면한 행정
세상읽기 [전체보기]
증거에 기반한 최저임금 인상
‘감사하다’라는 인생의 보약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간호법 제정안과 지역사회 보건의료
복지 지출의 원칙과 난방비 지원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새로운 해양시대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가족에게 감사의 꽃을 드립니다
새가 되어 새로이 떠나려는 나에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한국경제 괜찮은가
한반도에 새로운 국제질서가 등장하고 있다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중세의 혐오와 공감의 정치
원도심은 지붕 없는 박물관?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밥의 길, 쌀의 미래
원전에 미래를 맡길 수 없다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세계의 대전환, 2030 부울경세계박람회
근고지영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대통령의 초심
새해엔 선거개혁 위한 결단 기대한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새옹지마
봄의 낭만에 대하여
특별기고 [전체보기]
한일관계, 기초 제대로 잡아가야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어린이를 위한 음악
두 마리 토끼, 콘골트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남농산수화’의 탄생
의재 허백련의 한국적인 산수화
CEO 칼럼 [전체보기]
기후위기 해결에 앞장서는 부산을 꿈꾸며
지역서도 유니콘 기업 나와야 한다
  • 부산항쟁 문학상 공모
  • 부산해양주간
  • 부산엑스포키즈 쇼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