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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숲길] 1월의 신부 /하창식

세상 모든 부부가 서로에게 진정한 친구가 되는 한 해가 되길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1-08 19:40:09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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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모두들 마음속에 최소 한 가지 다짐은 하는 듯하다. 작심삼일이 될지언정 1월 초순만 되면 사람들은 누구나 세상에서 가장 착한 사람들이 되고 가장 훌륭한 성취를 꿈꾼다. 금연·금주하겠다, 게으름을 덜 피우겠다, 취미생활을 시작하겠다 등등. 개인뿐만이 아니다. 새해가 되면 나라나 기업도 마찬가지. 정부는 한 해 동안의 국가살림살이에 관한 이정표를 제시하고 기업은 한 해 동안의 생산목표를 설정한다. 모두 거대한 꿈들을 꾸며 미래의 무지개를 꿈꾼다.

나는 경인년 올 한 해를 잘 살기 위해 어떤 각오를 다져볼까? 2010년 1월 1일 새벽, 또다시 떠오르는 붉은 해를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문득, 학창시절 익혔던 영어속담 두 가지가 머리에 떠올랐다. '두 번째 떠오른 생각이 가장 좋다'와 '모든 사람의 친구는 누구의 친구도 아니다'가 그것이다. '두 번째 떠오른 생각이 가장 좋다'는 속담은 너무 쉽게 판단을 해버리거나 일을 서두르다 보면 실수할 수도 있고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거나 잃을 수도 있기에, 말이나 행동에 앞서 한 번 더 생각해보라는 뜻일 게다. 이 속담이 머릿속에 문득 떠오른 까닭은 얼마 전 K 신부님께 들은 멋진 수학공식 때문이었을 것이다. 5-3=2이고 2+2=4라는 공식. 유치원생들도 알만한 이 간단한 공식 속에 우리가 익히고 실천해야 할 삶의 진리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즉,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오(5)해가 생기면 세(3)발짝 물러서서(-) 다시 생각하다 보면 상대방의 처지를 이(2)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해와 이해를 거듭하다 보면(+) 미워하고 오해했던 사람들과도 서로 사(4)랑하게 된다는 멋진 삶의 공식이 된다는 것이다.

나 자신 속에 만들어 둔 내 생각의 잣대를 가지고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판단하다 보면 이해 아닌 오해가 비롯될 소지가 많은 법이다. K 신부님의 말씀 때문이었으리라. 새해 새 아침 내 머릿속에 떠오른 화두가 바로 그 '두 번째 떠오른 생각이 가장 좋다'는 영어속담인 까닭은. 올 한 해, 무엇보다 말하고 행동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는 것을 습관화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내 가족 내 이웃은 물론이고 내가 만나는 사람에 대해, 내가 하는 말과 행동에 있어 '두 번' 생각함으로써 '가장 좋은' 생각과 말과 행동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뿐만 아니다. 경인년 올해는 내 이웃들, 특히 보살핌을 받아야 할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좀 더 봉사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모든 사람의 친구는 누구의 친구도 아니다'는 속담을 생각하면서. 해마다 무슨 기념일이 되면 외로운 그들은 '모든 사람'에게 관심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날 하루가 지나면 '누구의 친구'도 될 수 없이 돌아앉는 그들의 외로운 모습들을 적지 않게 보아왔다. 그들이 '나의 친구'가 되도록 내가 먼저 다가가도록 애써야겠다. 어디 그들뿐이랴. 세상살이하며 만나는 이런저런 사람들도 물론이지만 내 가족들에게도 더욱 특별한 사랑과 관심을 베풀어야겠다고 다짐한다. 지난해 독자들의 가슴을 파고들며 공전의 베스트셀러가 된 작품이 있다. 신경숙 님의 '엄마를 부탁해'라는 소설이다. 모든 이의 친구가 되기 위해 나를 버리고 지어미의 길을 걸어 온 이 세상 모든 어머니들의 삶이, 사유의 강물 되어 경인년 새 아침에 내 가슴 속을 휘돌고 있다.
1월은 내겐 특별한 달이다. 새해의 시작이라는 의미도 있겠지만 세상에 태어나 첫 울음을 울던 날이 1월 모일인데다, 혼자가 아닌 둘이서 세상을 살아가도록 약속한 달이기도 하다. 바람 불어 춥던 1월 어느 날, 나는 1월의 신부를 반려자로 맞이하였다. 한 남편의 아내이자 한 집안의 며느리며, 아이들의 엄마인 그녀는 우리 가족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모든 사람의 친구'이다.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그런 자신의 모습이 '어느 누구의 친구'도 아니라는 것을 느낀 순간은 없었을까. 그 속담을 생각하다 보니 불현듯 머릿속에 떠오르는 깨달음이다. 올 한 해, 특별히 이 땅의 모든 부부들이 세상의 중심이자 작은 우주, 가정 안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진정한 친구가 되는 경인년이 되기를 소망한다. 우선 나부터 1월의 내 신부와 더불어 서로에게 더욱 따뜻한 온돌, 시원한 부채가 되어주는 삶을 살도록 해야겠다.

부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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