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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로봇물고기와 세종시 수정 /유창선

이명박 정부, 그저 믿어달라 말 뿐 논란만 더 부추겨

수정안 제출되면 원안 비교 후 추진을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12-02 20:55:12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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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소개한 로봇물고기가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4대 강 수질오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이 대통령은 영상까지 보여주며 로봇물고기가 강변에 다니면서 수질이 나쁜 데가 있으면 바로 중앙센터에다 보고를 한다고 설명했다. 첨단 기술을 이용해서 그렇게까지 하니 수질오염 걱정 안 해도 된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방송이 끝난 후 로봇물고기의 실체가 알려지면서 이 대통령이 로봇물고기를 성급하게 공개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외국에서 실험만 있었을 뿐 아직 효용성 검증도 안 되고 상용화 단계에 있지도 않은 것을, 마치 4대 강 사업의 확정된 부분인 양 무리하게 소개했다는 것이다. 로봇물고기가 홍수에 떠내려가거나 낚시꾼들이 건져서 갖고 가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여당 의원의 추궁에 환경부 장관이 답변을 못 했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이 로봇물고기 얘기는 4대 강 사업에서의 수질오염 문제를 이 대통령이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다는 사례로 꼽을 만하다. 이 대통령이야 대한민국의 기술이면 수질이 나빠질 리 없다고 확신하는 모습이지만, 자신의 확신을 보다 과학적이고 구체적인 근거를 통해 국민에게 이해시키지는 못했다. 그러다 보니 그냥 믿어달라는 식의 호소가 되고 논란은 그치지 않고 있다.

4대 강 사업 말고도 세종시 수정 문제가 지금 그러하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과 관련하여 국민과 충청도민 모두에게 원안보다 더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하겠다며 정면돌파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정부를 믿어달라는 호소이다. 이 대통령이 격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세종시 수정을 추진하는 것은 그의 말대로 국가 백년대계를 고려한 진정성이 깔려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사실 세종시 원안과 수정안 가운데 어느 것이 국가적 차원에서 더 나은지는 쉽게 결론내리기가 여전히 어려워 보인다. 정부부처가 이전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수정론도 일리는 있지만, 세종시 법이라는 것이 몇 년간 정부와 국회가 논의하여 통과된 것임을 생각하면 대통령의 소신 하나로 일축할 성질의 내용도 아니다. 결국 세종시 원안과 수정안에 대한 비교는 정부의 수정안이 나와봐야 비로소 가능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세종시 수정을 추진하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방식이다. 정부는 이미 결정되어 있던 세종시 건설 계획을 불과 몇 달 만에 뒤집고 새로운 대체계획을 마련하는,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식으로 일을 밀어붙이고 있다. 대안의 골격 마련이나 사전 정지작업조차 없이 세종시 수정을 공론화시켰고, 일단 공론화된 이후에는 퇴로 없는 밀어붙이기식 추진에 매달리고 있다. 기본적인 여론수렴과 소통의 과정 없이 일을 벌인 결과, 논란은 격화되었고 사태는 악화되었다.

이 대통령이 국민에게 직접 입장을 밝힌 이후 여론이 호전될 것으로 청와대는 기대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상황은 여전히 어려워 보인다. 충청권 주민들의 반발은 그대로이고, 다른 지역에서까지 역차별 논란으로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야당들은 세종시 수정 저지를 위한 연대와 장외투쟁에 나서고 있고, 박근혜 전 대표의 반대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섰어도 세종시 수정은 사면초가의 상황에 처해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정부는 변함없이 속전속결로 밀어붙일 태세이다. 조속히 정부 수정안을 내놓고 국민과 정치권을 설득하여 논란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커다란 국가적 의제를 2월 국회에 맞추어 불과 한두 달 사이에 일사천리로 처리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정부안이 나오더라도, 국회가 중심이 되어 원안과 수정안에 대한 비교검토를 하고 국민이 그 장단점을 비교하여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하는 것 아닐까. 지방선거에 미치는 정치적 부담을 의식하여 시한을 못 박아 서두르기에는 일이 너무도 복잡해졌다. 로봇물고기로 4대 강 수질오염을 막을 듯이 호언했던 안이한 국정운영 방식이 세종시 문제도 이처럼 꼬이게 만든 것 같아 보기에 답답하다. 이제 세종시 문제는 이명박 정부의 조정능력을 가늠하는 최대의 시험대가 되어버렸다.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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