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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아듀, 2009 세계 천문의 해 /이명현

1년 내내 곳곳에서 다양한 행사 열려

무산된 10월 별축제…아쉽지만 의미깊어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11-30 21:25:32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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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은 세계 천문의 해이다.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자신이 직접 만든 망원경을 사용해 하늘의 천체들을 관측하기 시작한 지 꼭 400년이 되는 해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서 국제천문연맹과 유네스코가 올해를 '세계 천문의 해'로 결의하고 유엔이 이를 선포한 것이다.

2009년은 또 허블이 팽창우주의 관측적인 증거를 발견해 빅뱅우주론의 초석을 다진 지 8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인류가 처음 달에 발을 디딘 지 4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고, 과학적인 외계지적생명체 탐색을 제창한 지 5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어린왕자의 말처럼 어른들의 숫자놀음일지도 모르지만 이런 역사적인 우연들이 반갑기만 하다.

북한과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전 세계 146개국이 '우주, 당신을 기다립니다!'라는 정겨운 모토와 함께 '2009 세계 천문의 해' 축제에 참가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 조직위원회를 구성해 여러가지 사업을 진행했다. 필자도 문화분과 위원장으로 일하면서 여러 사업을 기획하고 진행해 왔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별을 직접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이를 통해 그동안 밤하늘을 잊고 지냈던 사람들에게 인류의 문화유산인 밤하늘과 별을 돌려주려고 했다. 모두 함께 별을 바라보며 잃어만 가고 있는 평화의 마음을 다시 찾고자 했다. 우리들 마음속에 남아 있는 따뜻함을 별을 보면서 나누고 동감하고자 했다.

특히 우주와 문화가 만나는 공감지대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SF 작가들과 눈이 덮인 소백산 천문대를 찾아가 사흘을 같이 보내며 워크숍을 했다. 봄에는 만화작가들과 함께 보현산 천문대에 가서 밤이 새도록 별을 보며 이야기를 이어가기도 했다. 만화작가 한 사람은 외계지적생명체를 테마로 한 포털사이트에서 웹툰드라마를 연재하고 있다. 젊은 시인 50명은 별과 우주를 화두로 시를 써서 연재를 했다. 가을 보름달 아래서 멋들어진 별시 축제도 열었고, 별시집도 펴냈다. 설치미술가들은 '우주 만들기'라는 제목으로 전시회를 열었고 영화제에서는 영화인들과 천문학자들이 어울리는 한바탕 축제가 이어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외계지적생명체를 찾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우주를 문화와 만나게 하려는 시도들이다. 큰 의미가 있는 작업들이었다고 자부한다.

2009 세계 천문의 해 한국조직위원회가 준비한 행사들도 이어졌다. 여러 행사들 중 제일 기억에 남고 보람 있었던 것으로 필자는 굳이 두 행사를 선택하려고 한다. 지난 7월 22일에 있었던 부분일식 행사가 그중 하나이고, 10월 31일에 열렸어야 할 대한민국 별축제가 다른 하나이다. 7월 22일의 일식은 비록 개기일식은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찾아온 큰 부분일식이었다. 한반도 전역에서 평균적으로 80% 정도 해가 가려지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던 장관을 연출한 사건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온갖 종류의 태양빛 가리개를 들고 거리로 나와서 부분일식을 관측했다. 장마철이었는데도 운이 좋게 날씨가 도와줘서 멋진 행사를 치를 수 있었다. 그야말로 하늘이 도왔다고 기뻐했었다.

10월 31일로 예정되었던 대한민국 별축제 때는 재미있는 행사가 기획되어 있었다.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천체를 관측한 지 400주년 되는 해를 맞이해서 천체망원경 400대를 한곳에 모아보자는 것이었다.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이 행사를 위해 아마추어천문가들과 시민들이 갖고 나오겠다고 신청한 천체망원경이 이미 700대를 넘어서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하늘이 도와주지 않았다. 때마침 이날 많은 비가 예보되어 있었고, 행사 자체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실제 10월 31일에는 하루 종일 전국적으로 비가 내렸다. 이번에는 운이 좋지 않았다. 장마철 궂은 날씨를 뚫고 부분일식을 관측하면서 환호했고, 보통은 청명했을 10월 말에 비 때문에 모두의 소망을 이루지 못하고 절망했다. 그런데, 웬일인지 실패한 망원경 400대 모으기 행사에 정이 더 간다. 한곳에 모이지는 못했지만 망원경 700대에 담긴 그 정성과 열정이 못다 이룬 아쉬움과 함께 긴 여운으로 남는다. 어쩌면 그래서 우주가 더 매력적인 것 같다. 우주, 당신을 또다시 기다립니다! 아듀, 2009 세계 천문의 해.

연세대 천문대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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