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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곰곰이 따져봐야 할 서울 원정진료 /변영상

표준화된 장비와 의료기술에도 불구 굳이 원정진료 받는건 막연한 동경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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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지난 9월부터 시작해 '건강부산 프로젝트-가족부터 챙기자' 제목의 기획물을 10차례 본지에 실었다. 시민들의 건강 100세를 염원하며 국제신문이 부산시, 부산시의사회, 부산시약사회와 공동 기획한 것으로 세대별·질환별 건강유지 및 치료 정보를 다뤘다. 얼마 전 끝낸 시리즈의 마지막 편 주제는 '지방 병원이 좋은 5가지 이유'였다. 의료 수요자들이 잘 모르는 지방 병원의 장점을 알아봄으로써 지역 환자의 서울 원정진료에 따른 경제적, 시간적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에서다. 또 '부산의 의료 수준은 수도권보다 몇 년 뒤처져 있다'는 오해와 편견을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역 의료계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부산의 12개 대학 및 종합병원 병원장들의 의견을 물어 정리를 했는데, 이해를 돕기 위해 요약하면 이렇다. 특정 질환을 제외하고 부산과 서울의 의료기술 및 장비 차이는 거의 없으며, 그런데도 원정진료를 하게 되면 비슷한 수준의 치료를 받으면서도 의료·물류·체류비 등 제반비용을 몇 배 더 부담해야 한다는 점을 병원장들은 강조했다. 또 지역 병원은 지속적이고 연속성 있는 치료와 예후관찰이 가능하며, 서울보다 진료·검사·수술 대기시간이 짧아 신속성이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시민의 도움으로 성장해 이익을 무료시술 등의 방법으로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것도 수도권 병원이 할 수 없는 지역 병원만의 공헌도라는 지적이었다.

그런데 이 기사를 보도하면서 지면사정상 충분히 담지 못한 취재 내용이 있다. 부산의 모 종합병원 진료과장이 실제 있었던 일을 사례로 들려준 서울지역 대형병원의 관행에 관한 것이다. 부산시민 A씨는 몸이 이상해 지역 병원에서 검진을 받았는데 뇌종양 진단이 나왔다. 병원 측은 인근 대학병원에서 수술받을 것을 권했으나 A씨는 굳이 서울의 유명병원으로 갔다. 그러나 그는 수술부위의 실밥도 뽑지 않고 창상이 다 낫기도 전에 퇴원을 한 뒤 부산에 내려와 다시 입원을 했다. 문제는 A씨와 같은 환자가 흔하다는 것이다. 이름난 서울의 대형병원은 입원실이 모자라 환자에 따라서 수술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퇴원시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고 한다.
왜 그럴까. 여기엔 일반인들이 알지 못하는 불쾌한 사실이 하나 숨어 있다. 급성기 수술을 마친 환자는 회복기 안정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안정을 위해 오래 입원하는 것은 병원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병원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일반적으로 병원은 환자가 입원을 하면 MRI 등 각종 검사와 진료, 수술, 약제 투입 등 소위 '돈' 되는 것은 일주일 정도면 다 뽑는다고 한다. 질환에 따라 다르겠으나 통상 그 이상을 넘으면 병원이 환자의 숙박업소에 불과하단다. 얼마 안되는 입원실비 말고는 나올 게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환자를 가급적 빨리 내보내고 새 환자를 받아야 해서 서울 대형병원의 베드(입원 환자) 회전율은 평균 6~7일 정도라는 것이다.

실태가 이렇다 보니 원정진료를 받은 지방 환자의 경우 수술만 서울에서 하고 수술 후 집중관리는 지방에서 받는 구조가 되고 있다고 진료과장은 귀띔했다. 어떤 때는 조기 퇴원으로 회복치료가 제대로 안 된 탓에 합병증이나 후유증이 생겨 다시 서울로 진료를 받으러 가는 무모한 상황도 목격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부산의 한 대학병원장은 지방 환자가 서울에 환상을 갖는 이유로 좋은 병원시설과 친절 등 진료 외적인 부분과 함께 중앙언론이 수도권 병원과 의료인만 다뤄 마치 서울중심의 의료가 최선인 것처럼 믿게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모 의사는 이런 세태를 비꼬며 방송 등을 좀 탄 수도권 의사들은 실력여부를 떠나 한국의 '명의'에 오르고 있다는 말도 했다. 우리 사회의 망국병인 '중앙 집중'이 의료계에서도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병원 선택은 환자 개인의 문제여서 뭐라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 일부 고난도 중증질환은 서울에서 치료받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표준화돼 있는 장비와 의료기술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동경심으로 서울을 선호하는 것이 과연 환자와 보호자에게 경제적, 육체적, 정신적, 심리적으로 유리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기자가 취재 후기를 쓴 이유도 병원을 선택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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