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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과학기술의 속도와 국가 경쟁력 /성대동

기초과학 상용화 기간 짧아져

첨단 과학에의 관심… 새 시장 개척 원동력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10-12 20:43:19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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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닥이라는 컬러사진 필름이 있었다. 코닥은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잘 나가는 기업이었다. 디지털카메라가 나와도 사람들은 어차피 카메라에 장착된 필름으로 사진을 찍고 사진관에서 현상을 할 것으로 판단한 것이 오판이었다. 이리듐 사업이라는 것이 있었다. 휴대전화 하나만 들고 세계 어디를 가든 우주에 띄워놓은 이리듐이라는 위성을 통하여 언제 어디서든지 통화할 수 있는 데 착안한 거창한 사업이었다. 그러나 필름이 필요 없는 디지털카메라가 보급되자 코닥필름은 사라지게 되었고, 휴대전화로 글로벌 로밍이 자유로워지자 이리듐 사업은 접을 수밖에 없었다.

삼성과 LG에서 LCD-TV나 LED-TV를 생산하지 않고 브라운관을 사용하는 종전의 TV를 지금까지 생산하고 있다면 삼성과 LG는 기업 경영의 큰 어려움에 봉착해 있을 것이다. 노키아가 지금도 목재업만 하고 있었다면 노키아는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기술 트렌드를 따라가는 회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는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최근 몇 년간 반도체 산업에서 보면 LED(발광전자소자)로부터 시작되어 OLED(유기발광전자소자)로 그리고 AMOLED(능동형 매트릭스 유기발광소자)로의 발전 속도는 가파르다. 이 부분에선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경쟁력은 우수하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컴퓨터에 장착될 연료전지와 2차 전지 분야는 기업에게 황금의 손을 가져다줄 것이다. 이 분야에서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장착될 대용량 리튬전지를 어느 회사가 먼저 개발하느냐가 성패의 관건이다.

예전에는 기초과학이 기술에 접목되는 데 오랜 세월이 걸렸지만 오늘날에는 그 격차가 얼마 되지 않는다. 20세기 초만 해도 기초과학 이론이나 실험결과가 상용 기술에 이전되는 데 평균 20년이 걸렸으나 최근에는 5년 이내로 짧아지고 있다. 페르미가 연구용 원자로를 만든 후 20년 뒤에 상업적 원자력 발전이 가동되었다. 아인슈타인의 광양자설이 나온 후 상업용 TV가 나오기까지 10년 이상의 세월이 걸렸다. 그런데 호프만 라로슈가 처음으로 실험실에서 전기 신호와 자석 신호로 분자를 세우고 일으킬 수 있는 원리를 통해 원하는 색깔을 낼 수 있는 액정장치를 선보인 바로 그 해에 일본은 이 원리를 TV에 적용하여 세계 최초로 액정TV를 만드는 데 성공하였다.

서던이라는 과학자가 우리 인체에 있는 단백질의 특정 유전자정보를 알아내는 데 쓰이는 소위 서던 블로팅이라는 유전자 기법을 발표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기업화된 제품이 나오고 이제 많은 병원에서 쓰이고 있다. 기초과학자들이 분자의 구조를 알아내는 데 사용하던 핵자기공명기가 의료용 MRI로 곧바로 상업화되었다. 또 연구실에서 사용하던 양전자단층촬영기(PET)도 기초과학적 원리를 인체에 적용하여 작은 암 덩어리를 찾아내는 상업적 의료용 기기로 시장에 나오게 되었다. 양자역학에서 잘 알려진 터널링이라는 이론이 있다. 가모브에 의해 발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 원리를 이용하여 반도체의 원자배열을 확인하는 상업적인 주사터널링현미경(STM)이 세상에 나왔으며, 지금은 이보다 더 개선된 원자 힘 현미경까지 나왔다.
과학적 이론이 발표와 동시에 그 이론에 근거하여 실물이 곧바로 나온 것은 옛날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 기초과학자들이 연구 중에 있는 양자컴퓨터는 아직 이론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현실화될 가능성은 앞당겨질 수 있고 기업에 접목되면 황금알을 낳는 기술이 될 것이다. 인체 내에서 약물 투여 시 약물의 전달 메커니즘에 대한 분자수준에서의 연구는 아직도 제자리 걸음이지만 지난달 발표된 연구결과들에 의하면 약물이 세포벽을 뚫고 전달되는 데 훨씬 더 가깝게 접근하고 있다. 약물전달 반응 메커니즘에 대한 분자수준에서의 확실한 증거가 제시되면 당뇨병 치료와 각종 암 치료에 획기적인 의약품이 시장에 나올 것이다. 지금 세계 유수의 기업과 연구소에서는 약물이 침투할 때 약물의 효과적인 침투를 방해하는 RNA의 방해를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나노 분자 수준의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만일 약물전달 반응이 완전히 해결된다면 의약품과 의료시장에 큰 혁명이 일어날 것이다. 기업가들이 새롭게 발전하는 첨단 과학이론에 대해 수시로 관심을 갖게 된다면 다른 기업들보다 빠르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

동아대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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